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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 우승의 숨은 공신, 조준희 행장

입력 2013-04-02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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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의 조준희(59) 행장은 배구 마니아다. 프로배구 시즌 중 월요일 회의를 주재할 때마다 주말 경기 얘기로 대화를 시작할 정도로 IBK기업은행 배구단에 애정이 깊다 한다. 시간날 때마다 배구장을 찾아 응원도 했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행장님께서 임기 중에 배구단을 창단하셨다. 경기가 끝나면 지든 이기든 항상 격려의 말을 잊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그런 조 행장이 IBK기업은행이 여자부 챔피언결정 4차전에서 GS칼텍스를 꺾고 통합우승을 달성한 지난달 29일 경기가 열린 경북 구미에 나타나지 않았다. 구단주가 경기장에 가면 선수들이 괜한 부담을 느낄까 봐서였다. IBK기업은행 선수들이 헹가래를 치고 우승의 기쁨을 나누는 순간, 그는 TV 중계로 그 장면을 보며 기뻐했다.

IBK기업은행 최초로 내부에서 승진해 수장이 된 조 행장은 철저한 현장 중심자다. 경주 상주에서 서울로 올라와 열정 하나로 행장 자리까지 오른 자신처럼 열심히 하는 사람이 최고가 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자는 게 그의 생각이다.

IBK기업은행 배구단 운영에 그의 철학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조 행장은 간섭하지 않고 전폭적으로 밀어줬다. "현장은 현장 책임자에게 맡겨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팀 운영에 대해 일절 간섭을 안 하고 맡겨줘 마음 편하게 훈련할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구단주의 신뢰와 지원만한 동기 부여도 따로 없었다. 창단 첫해인 2011~2012시즌에 플레이오프에 못 갔던 IBK기업은행은 1년 만에 전혀 다른 팀으로 거듭났다.

조준희 행장의 마음 씀씀이는 구단 지원에만 그치지 않는다. 소속 선수들이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도록 행원의 기회를 주기로 했다. 선수 계약이 해지되면 팀을 떠나야하는 냉정한 프로 세계에서 보기 드문 파격적인 결정이다. 정규리그가 끝나고 베테랑 이효희가 첫 수혜자가 돼 정규직 채용증서를 받았다. IBK기업은행의 리베로 남지연은 "신경써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더 열심히 운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우승의 순간을 함께 하지 못한 조준희 행장은 2일 선수단을 서울 을지로 본점으로 초청해 격려하고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다. 선수단은 이 자리에서 우승 트로피를 조 행장에 전달한다.

김우철 기자 beneat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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