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서 동물의 지위는 시대에 따라 달라졌습니다.
오늘날 동물은 재판 당사자가 될 수 없지만 조선시대에는 달랐습니다.
1411년, 궁궐에 살던 코끼리가 자신을 구경하며 놀리던 한 관리를 밟아 죽이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범인' 코끼리를 피고인으로 삼아 재판이 열렸는데 당초 사형을 선고하려 했으나 일본 왕이 바친 선물이라는 걸 감안해 귀양살이 형을 내렸습니다.
코끼리는 전라도 한 섬에서 6개월간 유배생활을 해야했습니다.
오늘날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코끼리가 아니라 코끼리 주인인 왕이 피고인이 됩니다.
우리를 탈출한 곰의 주인과 뱀을 놓친 건강원 주인이 형사처벌 대상이 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동물은 소송 원고나 피고가 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환경과 동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동물을 재판의 주체로 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2009년 9월 황금박쥐, 수달, 고니 등 동물과 환경단체가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며 소송을 제기한 게 대표적 사례.
그러나 법원은 "동물을 원고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최근엔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법원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경기도 한 야산.
배설물을 뒤집어쓴 개들이 우리를 빠져나옵니다.
동물사랑실천협회 박소연 대표 등이 동물 구조 활동 차원에서 진행한 일입니다.
하지만 박 대표는 동물을 돈으로 환산해 90만원 상당을 훔친 혐의로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박소연/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 : 밥과 물은 전혀 제공되지 않은 것처럼 보여졌어요. 외면할 수 없어서 강제로 구출하게 됐습니다. 사람의 소유물, 재산으로 치부되면서 동물에 대한 기본적인 권리는 계속해서 무시되는….]
동물의 법적 지위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법원이 범죄 입증을 위해 애완견의 법정 출석을 파격적으로 허용함에 따라 앞으로 반려 동물의 법정 출석이 잦아질 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