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새차라고 샀는데 이미 엔진 중요 부품을 교체한 차였다, 이러면 기분이 어떨까요. 벤츠가 판 차에서 이런 일이 생겼습니다. 게다가 교체했던 부품 문제로 이 차는 주행 중 3번이나 멈춰서기도 했습니다.
민동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2010년 12월.
경기도 용인에 사는 김 모씨는 6000만원대 벤츠의 디젤차 GLK를 몰고 분당-내곡간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차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김 모씨/벤츠 GLK차량 소유자 : 핸들이 크게 떨리면서 울컥거리는 느낌이 강하게 느껴지고 갑자기 엑셀레이터를 밟아도 증속이 안되고 오히려 차가 서서히 서는 증상이 발생하게 되었고….]
김 씨의 아찔한 경험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8월 인천공항고속도로에서도, 두 달 뒤인 10월 경부고속도로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벤츠 측은 김 씨 차의 인젝터를 2번이나 교체했습니다.
인젝터는 고압으로 엔진에 연료를 분사하는 장치로 엔진에선 중요 부품 중 하나 입니다.
계속된 고장과 수리에 화가 난 김 씨는 지난 3월 서비스센터에 정비내역을 모두 뽑아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발견합니다.
벤츠 측이 새차라며 판 차량이 실제론 부품이 교체된 차였던 겁니다.
김 씨가 차를 인도받아 등록한 2010년 2월 8일보다 보름 정도 앞서 대전 서비스센터에서 엔진을 떼어낸 뒤 인젝터 4개를 모두 교환한 내역이 나왔습니다.
[김 모씨/벤츠 GLK차량 소유자 : 나한테 인도가 되지 않은 차량이 엔진을 탈착 후에 (부품)교체를 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 어떤 누가 그 차를 구매하겠다고 생각을 하겠습니까?]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벤츠코리아 관계자 : 고객에게 (차량을) 전달하기 전에 최종 점검하는 과정이 한번 더 있는데 체크하는 과정에서 모델의 인젝터를 교환해서 고객한테 제공했습니다. 마지막 점검 과정을(고객에게)알리게 돼 있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벤츠 인터넷 동호회 글 중에 눈에 띄는 글이 몇 개 발견됐습니다.
2009년 12월에 집중된 '판매 일시 중단' 관련 글, 인젝터 문제로 벤츠 측이 디젤 CDI엔진을 단 차량의 판매를 잠시 보류했다는 내용입니다.
김 씨의 차가 한국에 들어온 것은 2009년 12월. 판매가 멈추었다는 시점과 일치합니다.
김 씨 차를 포함해 이미 수입돼 한국에 들어온 차에 문제가 된 인젝터를 교체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벤츠 딜러(영업사원) : GLK 안나왔어요. 부품이 없었어요. 그 부품(인젝터)을 교환을 해야 하는데 그 부품을 신차에 넣을꺼냐, 만든 차에 교환을 해줄꺼냐 해서 GLK(생산)라인이 섰어요. 판매를 보류했었죠.]
동호회에선 김 씨가 겪은 인젝터 교환과 시동꺼짐현상 관련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벤츠서비스센터 정비사 : 인젝터 같은 경우는 4번 이상 들어온 차들도 있고, GLK시동 꺼지는 거. 8번, 7번까지 꺼졌던 차들도 있고요.]
GLK뿐 아니라 C클래스, E클래스의 디젤모델에도 똑같은 엔진이 들어가 있습니다.
높은 휘발유 가격에 디젤차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들 차량은 국내에서 2300대가 넘게 팔렸습니다.
그러나 벤츠 측은 사고가 난 적이 없어서 별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벤츠코리아 관계자 : 디젤엔진 일부 모델에서 (인젝터 문제가) 보고된 바가 있어요. 그걸로 인한 사고라든지…. 어떤 인명피해나 이런 것들이 접수된 적이 없거든요. 결함이 아닙니다. 결함이라고 표현하시면 안되고요.]
지난해 벤츠가 한국에서 올린 매출액은 1조3000여억원.
한국 소비자들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벤츠가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