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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비명·절규의 '7분 36초'…유가족 '생생한 증언'

입력 2012-04-16 22:47 수정 2012-04-16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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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수원 20대 여성 피살 사건의 피해자가 112신고센터와 연결된 시간은 모두 7분 36초 입니다. 경찰은 112 신고 시스템을 개편한다면서도 정작 문제가 된 이번 사건의 음성은 외부에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녹음을 확인한 유가족의 증언을 통해 제한적이나마 당시 안타까웠던 상황과 경찰 대처의 문제점을 되짚어 보겠습니다.

윤호진 기자입니다.

[기자]

하늘색 벽지 앞 오래된 천 소파.

화장대 위에 놓인 옷가지와 핸드백.

얼마 전까지만 해도 피해여성 A씨의 온기가 닿았을 물건들.

사진 속 그녀는 해맑게 웃고 있지만 텅 빈 방 안, 이제 어디서도 그녀를 찾아 볼 수 없습니다.

[피해여성 남동생 : 이모 어디 갔냐고 물어보는 아이가 있더라고요. 매형이 그랬다고 하던데, '멀리 공부하러 갔다. 비행기 타고 갔다' 그러니까 '거짓말 말라'고 조카가 그랬다고…]

사건이 발생한 지난 1일 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

퇴근길에 오른 피해여성 A씨는 1km가 넘는 길을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휴일이어서 마을 버스가 일찍 끊긴데다, 2천 원이 조금 넘는 택시비라도 아끼려 했던 겁니다.

[피해여성 이모 : (직장에서) 한 달에 10만원이 밥값으로 나온답니다. 별도로 회사에서. 그게 아까워서 삼각김밥을 사먹는대요.]

그렇게 아끼고 아껴 10만 원을 챙겨 동생에게 용돈을 주고, 또 생일까지 통 크게 챙겨주는 그런 누나였습니다.

[피해여성 동생 : 친구들이랑 밥이라도 한끼 먹으라고… 아, 이거 어떻게 쓰냐고요. 이 돈을!]

항상 부모를 먼저 생각하고 언니와 동생을 걱정했던 그녀.

알뜰하게 모은 돈으로 늦깍이 대학생이 됐지만, 그 기쁨도 잠시.

어려운 형편 탓에 다시 생활전선으로 뛰어들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날.

집 앞을 불과 400여m 앞두고 낯선 한 남자 때문에 그녀의 삶과 꿈은 송두리째 날아갔습니다.

[사건 최초 목격자 : '미안해요, 죄송합니다' 딱 그것만 들리더라고… 부부싸움하는 줄 알았지….]

굳게 닫힌 철문 뒤로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가 전해졌습니다.

절박했던 그 순간, JTBC 취재진이 재연했던 것보다 상황은 더 긴박했습니다.

[피해여성 이모 : 사람이 최극한 상황에 있을 때, 가장 절절하게 흘러나오는 그런 우리 아이의 말을 들었을 때, 더이상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구해주고 싶은 생각이 극에 달할 정도로….]

그리고 경찰이 녹취록 조차 공개를 꺼린 112신고 1분 20초 이후의 목소리.

문을 따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고…

그녀의 음성은 비명으로 바뀌었습니다.

[피해여성 이모 : 문을 따고 들어올 때, 아이가 살려달라는 '잘못했어' 하는 비명이 아직도 귀에 쟁쟁한데… 절규 있잖아요. 말이라기보다는 절규였어요.]

A씨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휴대전화를 범인 눈에 띄지 않게 옆에 밀어 두고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알리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피해여성 이모 : 내 생각에는 우리 아이가 전화기를 범인이 문을 열려고 하니까 일방적으로 범인이 보이지 않는 곳에 켜놨을 것 같아요.]

당시 시각은 밤 11시쯤.

비교적 평온한 일요일 밤이었지만 그녀의 간절한 목소리는 밖으로 전달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비명과 절규의 연속.

[피해여성 이모 : (테이프를) 찍찍 하면서 감는 것처럼 하니까, '아아' 비명을 지르면서 감으니까, 테이프 찍찍 거리고 찢는 소리 '퍽퍽'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경기경찰청 112 신고센터에도 울려퍼졌을 이 목소리.

하지만 공청을 하던 경찰관 20여 명은 다급한 상황에 너무나도 태연했습니다.

[피해여성 동생 : 상황실 분위기가 딱 보이는 게 누구 하나 급한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 너무 침착해요! 너무 안이하다니까요!]

심지어 전화 넘어 범인 오원춘의 목소리가 들릴 때조차도…

[피해여성 이모 : '남자 목소리 들린다. 부부싸움인데, 부부싸움인데 뭐 이런 걸 가지고 전화를 하냐'는 투…'뭐 이런 것까지 알리냐' 하는 어투…]

경찰은 시종일관 성의 없는 대답으로 일관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을 몰랐을 그녀.

자기 위치를 최대한 정확하게 알리려 안간힘을 썼습니다.

[피해여성 이모 : 문을 잠궜다고 했잖아요. 건물을 물어보든지, 지동초등학교 지나서 어디까지 갔냐는지, 1층이냐 철대문이냐 물어야 하는데… 그런 건 전혀 없고…]

이렇게 내려진 경찰의 지령은 결국 엉터리였습니다.

[피해여성 이모 : '집이네! 집 안 이네!' 분명히 몇 번을 그랬어요. '집인데, 집 안 인데' 그렇게 하면서 어떻게 지령을 내릴 때는 그 말이 쏙 빠져 있었나….]

경찰은 이후 다음날 정오가 다 될 때까지 엉뚱한 곳만 훑고 다녔습니다.

간절한 기다림 속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저항했을 피해 여성.

[피해여성 이모 : 결박을 하니까 그것을 가만 손을 대주고 발을 대주면 되는데… 몸을 비틀면서 어떤 느낌이라는 게 있잖아요. 소리로 봐선 반항을 하고 있다…경찰이 올 거라 생각하고 반항을 했겠죠. 그런 기대를 하지 않았더라면….]

결국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경찰이 발견한 건 차갑게 식어버린 주검.

사건 발생 13시간 만이었습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서도 기지를 발휘하며 경찰의 도움을 기다렸던 7분 36초.

그녀의 마지막 목소리는 유가족의 마음을 회한과 통한으로 몸서리치게 하고 있습니다.

[피해여성 이모 : 그 조카의 목소리가 지금도 계속 맴돌아요. 그 아이의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 있잖아요. 뭘 그렇게 잘못해서 잘못했다고 사정해서 애원하는 그 목소리에 112신고센터에 '빨리요, 빨리요' 하는 말이 계속 귀에 맴돌아요. 아저씨, 빨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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