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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질 수 없는 게임"…여러차례 '수법' 알려준 라덕연, 투자자들 알고도 눈감았나

입력 2023-05-04 09:57 수정 2023-05-04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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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 뉴스룸이 단독 보도한 '주가조작 의혹' 녹취파일 등의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인용보도시 'JTBC 뉴스룸' 출처를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는 크기로 표기해 사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오늘(3일) 첫 소식은 저희가 단독 보도를 이어가고 있는 주가조작 관련한 보도들입니다. 오늘은 주가조작단 총책인 라덕연 대표를 중심으로 얘기해 보겠습니다. 라 대표는 지금은 본인도 피해자라고 주장하지만 지난해만 해도 투자자들에게 "절대 질 수 없는 게임이다" "대주주가 팔아도 본인이 다 먹으면 된다"고 했습니다. 거지같은 사람들과 같이 갈 수는 없다는 취지의 말도 있었습니다.

먼저 서효정 기자입니다.

[서효정 기자]

서울 종로에 있는 한 사무실.

지난해 4월 이곳에서 고액 자산가 100여명을 대상으로 라덕연 대표의 투자설명회가 열렸습니다.

[라덕연/호안 대표 (2022년 4월) : 여기 계신 분들이 인생 한 방이 필요하신 분들이 없어요. 다 어지간히 전문직에 종사하시고 나름 자산도 수십억 수백억이 있으시고…]

먼저 주가조작 대상 회사들을 선정한 이유를 설명합니다.

[라덕연/호안 대표 (2022년 4월) : 제가 돈을 많이 버는 회사는 도시가스 회사인데. 제가 서울 도시가스 쓰는데 다른 도시가스로 회사를 바꾸지 못해요. 나는 도시가스만 써야 해.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절대 안 망한다는 거지.]

시장에 나오는 주식 물량도 적다는 겁니다.

[라덕연/호안 대표 (2022년 4월) : 제가 사는 거는 IMF 가도 안 빠져요. 상관이 없거든요. 어차피 주식이라는 것은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접점이에요. 합의된 포인트 그게 가격인데 파는 사람이 없는 거예요. 사는 거밖에 없는 거예요.]

대주주가 팔아도 떨어질 우려가 없다고 말합니다.

[라덕연/호안 대표 (2022년 4월) : 회장님이 1천억 중에서 800억 가지고 있고 제가 150억 들고 있어요. 저는 사고 싶어서 대기 타고 있는 돈이 엄청 많은데 이게 주가가 빠지겠냐고. 다 제가 다 먹어버려. 2020년도에 저희가 거의 한 수익율이 400% 하거든요.]

자신은 질 수 없는 게임을 벌이고 있고, 유일한 리스크는 자신이라고 강조합니다.

[라덕연/호안 대표 (2022년 4월) : 손해 보신 분 손 들어 보세요. 단 한 명도 없어요. 제가 질 수 없는 게임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이 판에서 리스크는 제가 없어지는 리스크. 제가 그게 제일 큰 거 같아요.]

라 대표는 해당 설명회 취지를 묻는 취재진 해명 요청에 답이 없었습니다.

[라덕연/호안 대표 (2022년 4월) : 우리는 우리끼리 하고 싶어. 모르는 사람 태우고 싶지 않아요. 1등석 타고 가는데 옆자리에 거지 같은 것 있으면 짜증나잖아요. 제 돈이 너무 많아가지고 저는 일하기 귀찮았거든요. 지금도 솔직히 좀 많이 힘들어요.]

[앵커]

라 대표는 "질 수 없는 게임이다"라고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졌죠. 하지만 그가 주가가 계속 오를 거라고 자신한 배경에는 바로 주가조작인 통정매매가 있었습니다. 투자자들의 돈을 모아 본인이 팔고 또 본인이 또 더 비싸게 사면 주가는 계속 오른다는 겁니다. 직접 본인 입으로 투자설명회에서 한 말인데, 이 설명회에서는 여러가지 불법적인 일에 대한 설명도 있었습니다.

오승렬 PD입니다.

[오승렬 PD]

지난 2021년 12월, 서울 신사동 한 건물에서 의사들을 상대로 열린 투자설명회입니다.

[라덕연/호안 대표 (2021년 12월) : 지금은 사실 저한테 큰손이라고 하면 한 천억 정도 넣어야 저한테 큰손이거든요.]

라 대표는 주가 조작으로 거둔 막대한 수익금을 어떻게 정산하는지부터 설명합니다.

[라덕연/호안 대표 (2021년 12월) : 20억이 수익이 났어요. 그러면 20억을 10억, 10억을 배분을 해요.]

투자 수익 50%를 수수료로 돌려줘야 되고 해당 수수료는 자신들이 세운 골프장과 갤러리로 받는다고 말합니다.

[라덕연/호안 대표 (2021년 12월) : 제가 수익금 정산을 여러 가지 법인에다가 지금 받고 있어요. 그중에 하나가 골프장 법인이 있고 그리고 여러 가지 이런 갤러리도 있고, 여러 개의 법인이 있는데…]

투자자 명의 계좌로 해당 주식을 스스로 사고 파는 이른바 통정거래도 언급합니다.

[라덕연/호안 대표 (2021년 12월) : 제가 들고 있던 거 일단 넘겨주고, 그다음에 저는 비싼 가격에 계속 사기 시작하는 거죠. 제가 가지고 있던 거 넘겨드리고 비싼 가격에 저는 또 사기 시작하는 거예요.]

참석한 투자자들끼리 주식 거래에 사용할 휴대전화를 개통하는 방법도 공유합니다.

[설명회 참석 투자자 (2021년 12월) : 이렇게 핸드폰을 주고, 따로 핸드폰을 주고 제가 개통만 하면 거기서 관리를 해주는 거죠.]

일부 증거금만으로 주식을 거래하는 CFD 계좌를 언급하며 외국인이 사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도 강조합니다.

[설명회 참석 투자자 (2021년 12월) : {금액이 좀 많이 커지면 제가 알기로는 만약에 그 계좌를 사는 외국인…} 그래서 저희 보면은 외국인이 엄청 많이 사고 있는 거…]

[앵커]

주가조작단 얘기,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스튜디오에 임지수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임 기자, 먼저 투자 설명회에서 라덕연 대표가 했던 말을 쭉 들어보니까 황당한 이야기가 많은데 '내가 왜 이 종목들을 주가조작 대상들로 왜 삼았다' 이런 얘기들도 나오는 것 같아요.

[임지수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일단 시장에 유통되는 물량이 적다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다른 말로 하면, 이 주가조작단이 자신들의 의도에 맞춰서 주가를 관리하고 또 조작하기 쉽다는 뜻이 되기도 합니다.

앞서 리포트에서 다 듣지 못한 내용 조금 더 들어보시죠.

[라덕연/호안 대표 (2022년 4월) : 그 회사들은 제가 가지고 있어가지고 제가 죽는 날까지 손해 볼 가능성이 제로라는. 아예 없어요.]

결국 라 대표 자신의 지시를 통해서 주식을 사고 팔면서 주가를 끌어올리기 쉬운 회사들로, 절대 손해를 볼 수 없는 구조다 이렇게 호언장담을 하잖아요.

이런 투자설명회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 자리에 앉아있었던 투자자들은 의심하지 않았을까, 불법성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조금 더 내용 들어보시죠.

[라덕연/호안 대표 (2022년 4월) : 이번에도 우크라이나랑 러시아랑 전쟁하고 전쟁 전에도 뭐 때문에 많이 빠졌어 아무튼 그래서 제가 보니까 3400에서 지금 2600까지 빠졌다가 지금 2700이더라고요. 근데 지금 여기 계신 분들 중에 절반이 제 고객들인데 지난 달 수익 안 나신 분, 지지난 달 수익 안 나신 분, 아무도 없죠?]

[앵커]

그러니까 그런 거네요. 내가 관리하는 종목들은 전쟁이 나는데도 주가가 떨어지지 않았다, 종합주가지수에 비해서도 안 떨어진다. 왜? 내가 관리하고 있으니까. 이 관리한다는 게 사실은 통정매매 그러니까 본인이 본인 계좌에서 물론 차명계좌가 많았지만, 서로 사고파는 주가조작인데. 이 부분을 처음에는 부인했다가 또 인용도 했다가 라 대표가 그렇게 말이 좀 바뀌죠?

[임지수 기자]

네, 보도가 잇따르자 라 대표는 해명을 조금씩 후퇴시키면서도 나름 논리를 쌓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라 대표는 앞서 주가 폭락한 직후인 지난 25일 저희 취재진과 만났는데요.

이때 라 대표는 자신이 일종의 선구안을 가진 "한국의 워런버핏"이라고 표현하면서 시세 조종 행위는 전혀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의 명의로 휴대폰을 개통시켜서 대리투자하는 것, IP를 맞춰가며 대리 투자하는 것 몰랐다.

여러 가짜 법인들을 세워서 수수료세탁하는 것도 몰랐으며 투자수익금을 반반 나눠서 일당이 챙겨온 것도 몰랐다. 그게 말이나 되느냐.

[앵커]

저희도 기억이 나는데 우리 리포트에서 라 대표가 그렇게 얘기를 했었죠. 밑에서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 일을 시킨 적도 없고 나는 몰랐다, 이렇게 주장했었어요, 우리 인터뷰에서는.

[임지수 기자]

그렇습니다. '내가 그걸 어떻게 다 알겠느냐' 이렇게 반문하기도 했었는데, 그런데 바로 사흘 뒤에 방송 인터뷰에서는 말을 다 뒤집었습니다.

"남의 핸드폰을 가져와서 매매한 건 잘못됐으니 내가 죄를 받겠다"면서 대리매매 의혹을 일부 인정했죠.

그리고 또 이틀 전에 한 신문사 인터뷰에서는 급기야 "모든 판은 내가 짰다. 내가 기획했다." 라면서 통정거래 도 일부 인정될 수 있지만 법리적으로 따져봐야 하지 않겠느냐 이렇게 기존 해명들을 줄줄이 뒤집었습니다.

어제(2일)는 또 병원 등을 통한 수수료를 돈 세탁을 해왔다는 사실도 인정하는 언론 인터뷰도 했는데요. 모두 저희가 앞서 보도한 내용들입니다.

[앵커]

본인의 말 두 개가 다르면 그중에 어떤 말은 거짓말이 되잖아요. 말이 계속 왔다 갔다 한 모습입니다.

[임지수 기자]

그렇습니다. 이렇게 해명이 엎치락뒤치락하긴 하는데 한 가지는 아주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바로 시세조종의 목적은 없었다 이런 건데요.

아마 형사처벌을 피해 갈 수 있는 최선의 답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통정매매를 해 온 건 맞지만 주가를 떨어뜨린 건 자신들이 아니므로 그 사람들이 이익을 얻었고 그들이 범인이다 이런 주장인데요.

금융감독원도 이번 폭락사태의 진앙으로 손꼽히는 차액결제거래에 대해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폭락 직전에 보유했던 주식을 대거 처분했던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을 지목한 라덕연 대표의 주장이 집중 조사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제가 알기로는 폭락 배경에 대해서는 몇 가지 취재된 내용이 있는데, 이 부분은 다음에 또 듣도록 하죠.

(VJ : 김민재·한재혁·장지훈 / 영상디자인 : 강아람 / 리서처 : 김채현·고선영·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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