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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 집회서 '윤석열 퇴진'?…촛불집회 배후 놓고 여야 공방

입력 2022-11-07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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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주말 열린 촛불집회의 배후를 두고 여야가 오늘(7일) 뜨거운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촛불 집회에서 윤대통령의 퇴진 목소리가 나왔죠. 국민의힘은 촛불 집회의 배후에 민주당이 있다고 날을 세웠는데요. 민주당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발했습니다.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광장이 또 다시 갈라졌습니다. 지난 5일, 국가 애도 기간 마지막 날이었죠. 서울 시청역과 삼각지역 일대에서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집회가 열렸는데요. 말은 추모였지만 실상은 달랐습니다. 집회를 주최한 단체의 성향에 따라 상반된 정치적 구호가 나왔기 때문인데요. 시청광장 근처 세종대로에서 열린 집회는 진보 성향 단체인 촛불승리전환행동이 주도했죠.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촛불 집회'란 이름을 내걸었는데요. 뚜껑을 열어 보니 윤석열 대통령 퇴진 요구 집회에 가까웠습니다.

[이번 이태원 참사로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강상구/성북구 성북동 (11월 5일) : 사실 너무 안타깝고, 정말 50대 어른으로서 참담한 마음이고요. 그냥 뭐 슬프고 참담합니다.]

[(윤석열은 퇴진하라!) 퇴진하라! 퇴진하라!]

촛불행동은 이른바 '조국 백서'를 집필한 김민웅 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가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단체인데요. 공동상임대표는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입니다. 우 교수는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의 비례 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대표를 지낸 바 있죠. 이 단체는 최근 몇 달 동안 주말마다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어왔는데요. 이번 추모 촛불 집회에서도 참여자들은 희생자를 추모하면서도 '윤석열은 퇴진하라'란 손팻말을 높이 들었습니다. '퇴진이 추모'라면서 정부 책임론을 부각한 겁니다.

[김민웅/촛불승리전환행동 상임대표 (유튜브 '빨간아재' / 어제) : 우리는 이들의 처벌을 원합니다! 그 처벌의 정점에 이 나라의 대통령이 있습니다!]

반면 삼각지역 인근에서 열린 집회는 보수 성향인 신자유연대가 주최했는데요. 마찬가지로 희생자 추모 집회였지만 내용은 야당 비판에 가까웠습니다. 집회 참여자들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이번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온갖 선동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진짜 추모가 뭔지 보여줘야 한다"는 취지였지만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일부 있었습니다. 세종대로에서 열린 촛불집회의 맞불 성격이었던 셈입니다.

[김상진/신자유연대 대표 (지난 5일) : 저자들이 지금 아까운 생명들의 희생을 이용해서 또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 하고 있습니다. 다음 주에 민주노총이 또 대거 수만명이 모여서 집회를 하는데 이태원 사고, 그 건을 정부 책임론을 또 묻겠다, 이런 식으로 지금 또 선동질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있습니다.]

논란이 된 건 갈라진 여론 그 자체보다 촛불 집회의 배후였습니다. 촛불 집회에 민주당 관련 조직이 동원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건데요.

[김종혁/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YTN '이재윤의 뉴스 정면승부' / 지난 4일) : 지금 토요일 날 이제 촛불행동, 무슨 촛불을 통해서 이 사태를 갖다 규명하겠다는 분들이 길거리로 나온다고 해요. 거기 연락처라고 돼 있는 데로 연락해 보니까 야당에 당협 사무실이더라. 그러니까 일각에서는 야당이 공식적으로는 얘기 안 하면서 총동원령을 내려서 사실상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도록 사람들을 부추기고 있는 게 아니냐.]

이재명 대표 지지 성향 단체인 '이심민심'의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입니다. 지난 5일 촛불 집회 참여를 독려하는 공지글이 올라왔는데요. 이태원 참사 추모 집회를 연다며 참여를 위한 차량 이용을 안내했습니다. 문제는 이 단체의 운영자와 텔레그램방 참여자 명단이었는데요.

[정진석/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이심민심'의 대표는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 선대위에서 시민소통본부 상임본부장 맡았던 사람입니다. '텔레그램 1번방'에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현역 의원 최소 10명과 민주당 소속 전현직 시·군·구 의원 수십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송영길 전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그리고 지난달 촛불집회에서 대통령 퇴진을 주장한 김용민 의원 등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이 방에 참여해있단 내용이 알려졌죠. 국민의힘은 곧바로 민주당을 이번 촛불집회의 배후로 지목했는데요. 민주당이 조직적으로 촛불 집회를 부추겼다고 비난했습니다.

[정진석/국민의힘 비대위원장 : 민주당은 정권 퇴진운동 전문 정당입니까? 당 조직을 동원해 제대로 출범도 못한 윤석열 대통령을 끌어내리겠다고 무더기 버스 동원에 나선 민주당, 국민께 사과하십시오.]

민주당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했는데요. 이심민심과 민주당 사이 연결고리는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은 겁니다.

[유기홍/더불어민주당 국민추모단장 (어제) : 제가 추모단장으로서 당에 그런 의견을 전달하고 당의 공식 조직 라인을 통해서 그게 내려가야 되는데 일체 그런 일이 없었다는 점, 일단 시민단체 자체적인 추모문화제였고 당은 거기에 공식적으로 참여한 바가 없다는 점…]

텔레그램 대화방에 들어가 있던 민주당 의원들도 "일방적으로 초대된 여러 대화방 가운데 하나"라는 입장인데요. "어떤 대화들이 이뤄지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해명했죠.

하지만 국민의힘은 의구심을 거두지 않았는데요.

[김종혁/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 대통령 탄핵을 외치는 세력들 뒤에 숨어서 사실상 이들을 조종하고 있는 게 혹시 민주당 아닙니까? 그것이 이재명 대표의 마음입니까? 도대체 민주당은 헌법 질서를 존중하는 합법적인 정당입니까, 아니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판을 깨려는 헌정 파괴 세력과 손잡은 집단에 불과한 것입니까.]

민주당이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민주당도 촛불집회의 정당성을 옹호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박홍근/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추운 거리에 나와 촛불을 들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주장하는 국민들의 울분은 주권자로서 너무나 정당한 목소리입니다.]

이재명 대표는 국정조사를 넘어 특검 카드를 꺼내며 대정부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죠. 정부 책임론에 힘을 실으며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는데요.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 애도와 추모도 계속되겠지만 이제는 책임을 규명하는 일에 주력할 때가 됐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이 모든 참사의 최종 책임자이자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진지하고 엄숙한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여야가 이렇게 이태원 참사와 촛불집회를 놓고 대치 정국을 이어가자 심판을 자처하고 나선 이도 있습니다. 금태섭 전 의원인데요. 민주당 출신인 금 전 의원의 판단은 무승부였습니다. 양측 다 잘난 것 없다며 '모두까기'를 시전했는데요.

[금태섭/전 의원 (SBS '김태현의 정치쇼') : 뭐가 문제길래 이런 참사가 났느냐, 그런 거를 따져보고 시스템을 만들어서 국민들로 하여금 '앞으로는 이러이러하게 대응하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다시는 안 날 겁니다' 하고 마련해 주는 거는 국회에서 해야 될 일이고, 국회에서 국정조사가 해야 되는 거거든요.]

먼저 국민의힘의 태도를 비판했습니다. 촛불 집회의 배후를 문제 삼기 전에 국정조사부터 응하는 게 먼저라는 건데요. 국민의힘이 내세운 국정조사 반대 논리, 국회가 수사기관도 아닌 이상 국정조사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긴 어렵다는 점이죠.

[정진석/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이제는 경찰 수사를 못 믿겠다며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수사권도 없는 국정조사로 무슨 진실을 밝히겠다는 겁니까.]

금 전 의원은 그렇다고 국정조사를 아예 안 하는 건 국회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놨습니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수용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습니다.

[금태섭/전 의원 (SBS '김태현의 정치쇼') : 국정조사의 어떤 방법 상의 한계가 있으면 그걸 개선해서 국회의 역할을 자꾸 늘려나가야지, 지금 말하는 대로 하면 국정조사라는 걸 없애야 되지 않습니까? 다 수사로 하지, 그게 뭐 다른 일 때는 안 그러겠어요? 이런 일에서 국정조사를 안 한다는 것은 그건 국회가 스스로 역할을 포기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금 전 의원은 촛불 집회와 민주당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는데요.

[금태섭/전 의원 (SBS '김태현의 정치쇼') : 저는 양쪽 다 국민들이 공감하기 어려운 과격하고 강성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대단히 충격적인 참사지만 이걸 퇴진으로 연결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는데, 다만 민주당 정부 때도 그랬고 이번 정부 때도 그렇고 양쪽 다 자꾸 편가르기를 해서 이걸 하니까 이런 목소리들이 나오는 거거든요.]

양쪽 진영의 강성 지지자들, 각각 '윤석열 퇴진'과 '문재인 구속'을 부르짖고 있죠. 결국 갈라진 광장의 책임은 편가르기 정치를 해온 기성 정치권에 있다는 지적인데요. 금 전 의원은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이 당내 의원들의 촛불 집회 참석을 두고 보는 건 잘못됐다고 일갈했습니다.

[금태섭/전 의원 (SBS '김태현의 정치쇼') : 그게 민주당이 대단히 잘못하는건데 공식적으로는 아니라고 하면서 이런 데 참여를 하거든요. 제가 보기에는 당 지도부에서 나가지 말라고 지시를 해야 됩니다. 지시를 하고 이거 나가면 이건 징계를 하겠다. 저도 징계를 받아봤는데 저보다 훨씬 더 큰 해악을 민주당에 끼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 오늘은 촛불 집회와 이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에 '줌 인'해봤는데요. 참사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이 점차 거칠어지면서 진정한 추모의 의미는 퇴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 추모라고 쓰고 퇴진이라 읽는다?…촛불집회 배후 둘러싼 여야 공방 격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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