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정원이 경력 판사 임용 예정자들에게 사실상 '사상검증'을 했고, 이 면접이 임용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 어제(27일) 보도해드렸는데요. 저희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해 오늘 한걸음 더 들어가겠습니다. 국정원이 어떤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물었는지에 대해 최근 경력 법관 전형에 지원한 42명에게 일일이 물어봤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실제로 국정원 면접을 보았다는 증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김지아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김지아 기자, 지원자들이 취재진에 답한 내용을 먼저 정리해주시죠.
[기자]
저희 취재진은 경력 판사에 지원한 법조인 42명에게 국정원 면접을 본 적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질문을 받았는지 물었습니다.
인터뷰 결과 42명의 지원자 중에 두 명이 국정원과 면접을 했다고 답했습니다.
14명은 할말이 없다고 하거나 답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 사안이 워낙 민감하기 때문에 이중에도 면접자가 있을 가능성은 작지 않아 보입니다.
취재진이 접촉한 42명의 현재 신분과 언제 전형에 지원했는지, 합격 여부 등은 취재원 보호를 위해 공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앵커]
국정원이 어떤 질문을 했습니까?
[기자]
국정원은 보통 30분 정도 면접을 했다고 하는데요. 서너명씩 들어가서 5-6분 정도 하는 일반 회사 면접에 비하면 결코 짧지 않은 시간입니다.
내용은 가정환경이나 가족과 교우관계, 성장과정 등을 물었다고 합니다.
역시 국정원 직원이 그것도 임용 전에 묻는 것이어서 압박감을 느꼈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이밖에 국가 이익을 위해 한 일이나 공익활동을 얼마나 했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주량이나 좌우명을 묻는 등 개인의 생각과 사생활을 시시콜콜 묻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지원자의 대답을 역시 신원 노출을 막기 위해 음성 대역으로 구성해봤습니다. 들어보시죠.
[경력판사 지원자 (음성대역) : 신원진술서, 신원조사 동의서 이런 걸 사인하게 했거든요. 그걸 바탕으로 해서 가족 관계나 성장 배경, 좌우명 등을 물었습니다.]
[경력판사 지원자 (음성대역) : 국가의 이익과 관련해 한 일이 있느냐 물었죠. '그 당시 저는 뚜렷이 기억나는 건 없는 것 같다'고 말했어요.]
[경력판사 지원자 (음성대역) : 공익활동에 얼마나 관심이 있냐고 묻길래 '기회가 없었다'고 대답했습니다.]
[앵커]
어제는 일부에서 첫 번째 보도가 됐을 때 세월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질문까지 들었다고 해서 사실 그게 좀 논란이 된 부분들도 있었습니다. 오늘 내용들은 김지아 기자가 직접 들은 내용들을 다른 사람 음성으로 구성한 거고요. 이런 면접, 시험이나 마찬가지가 돼버렸는데, 이에 대해 당사자들은 어떻게 반응했습니까?
[기자]
지원자들은 국정원이 면접을 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서류면접을 통과한 이후 신원진술서와 신원조사 동의서를 대법원에 제출했기 때문인데요.
신원조사를 국정원이 진행한다는 사실을 대법원으로부터 들었다고 합니다.
또 신원진술서에는 직장경력과 같은 사항뿐 아니라 정당이나 사회단체의 활동 경험 등도 기입하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법관을 뽑으면서 이런 신원조사를 왜 국정원이 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고, 당혹스럽다고 털어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