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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박인터뷰] "순경 경장은 없고 경찰 간부만 넘쳐나...K치안 중추 흔들려"

입력 2023-08-23 14:10 수정 2023-08-2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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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박인터뷰

진행 - 전용우 선임기자
대담 - 이웅혁 교수 / 건국대 경찰학과
일시 - 2023. 8. 23

 

인터뷰 요약

◇ "옛날 패러다임으로 인해전술식 순찰, 경력 배치 한계"
◇ "의경 폐지 이후 기동대에 순경 집중 배치...현장에서 젊은 경찰 보기 어려워"
◇ "경찰 근속ㆍ자동승진제도 합리적 조정 필요"
◇ "지구대ㆍ파출소 직원들 만병통치약으로 쓰고 징계 책임만 지워"
◇ "계급수 줄이고 현장 직원 특별 우대하는 적극적 인사 제도 절실"

 

인터뷰 전문

 
“경찰은 현재 강력 범죄가 잇따르면서 무기한 특별치안활동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관악구 등산로 강간 살인 사건 이후에 특별치안 활동이 별 소용없었다 이런 무용론까지 등장하네요. 왜 그럴까요“
 
“핵심적인 본질하고 좀 벗어난 그런 것에 표적이 맞춰진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장갑차로 결국은 범죄를 막지 못했다고 하는 그런 것이 드러난 것인데요. 옛날 패러다임으로 소위 인해전술식 순찰 또는 경력 배치 이것에는 한계가 있고 결국은 시민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이러한 물리력에 대한 과시적 상징 작용도 중요한데 본질적인 처방도 동시에 이루어질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특별치안 활동에 상당히 많이 투입됐는데 인원의 3분의 1가량이 자율방범대원이에요. 민간인 신분이란 말이죠


 
“큰 틀에서 보면 민관이 함께 네트워크를 형성해 일정한 치안 활동하는 것은 의미가 있긴 한데 단순한 순찰 활동만으로는 범죄의 예방 효과가 없다고 하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총기하고 테이저건 등 정당한 물리력 공권력을 강조했잖아요. 민간인 신분인 자율방범대원들은 총기는 물론 테이저건도 안 되고 방검복도 못 입잖아요. 그러니까 이게 실질적으로 범죄 예방 효과가 있었느냐 이런 지적이 나오는 것 같아요
 
“단순히 보여주기식 그냥 경찰복만 입고 돌아다닐 뿐이지 구체적인 공권력 행사 자체는 하지 못하는 이런 상황이 또 하나의 빈틈이 아닌가 보입니다. (제복을) 입은 사람이 있으면 잠재적 범죄자들이 스스로 알아서 범죄에 대한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다 포기할 것이다 이러한 기대와 논리를 하고 있는 것인데 최근 발생했던 사건들의 특징이 이른바 '격정범(죄자)' 본인이 생각하는 비록 그 왜곡된 동기지만 특정적인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결국 핵심은 치안 인력인데요. 서울경찰청 기준으로 순경부터 경사까지는 정원이 크게 부족하고요. 경위부터 쭉쭉 올라가서 총경까지는 정원보다 다 많습니다. 특히 경위 경감은 정원보다 배가 많아요. 반대로 순경은 정원 대비 절반이 결원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기본적인 이유는 최근에 승진 제도가 상당히 바뀌었습니다. 과거 순경 경장에서 경사로 올라가는 일정한 복무 기간이 상당히 길었는데 지금은 1년 정도면 빨리 시험을 봐서 승진할 수가 있죠. 순경에 머무는 시간이 짧다 보니까 현재 기본 '티오'(규정정원)보다 2분의 1이 적은 것 같고요. 최근 경찰력이 증가됐지만 사실상은 의무경찰 제도가 폐지됨으로써 기동대의 업무를 주로 하는데 기동대도 최근에 여러 가지 집회 시위에 관한 업무 수요가 폭증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면도 또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자동 승진 제도가 생겼습니다 경감까지 말이죠. 일정 기간이 지나게 되면 자동적으로 경감까지 승진할 수 있게 된 거죠. 그러다 보니까 경감은 원래 티오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나게 되는 다소 기형적인 구조가 (생겼습니다).“
 
경찰의 근속ㆍ자동승진제도 필요성 인정해야하지 않나요. 능력껏 공부해서 승진해서 현장을 벗어나고 싶은 욕망도 당연히 인정을 해줘야 되잖아요 욕구도요


 
"보직이라든가 승진에 대한 것은 이제 개인적인 판단에 의한 것인데요. 그런데 전반적으로 경찰 조직이라고 하는 것이 승진 지향적 문화가 상당히 기본으로 깔려 있기 때문에 말이죠. 그래서 그것에 대한 합리적인 조정도 필요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이 비워진 인력을 적극적으로 채우는 작업이 국가 차원에서 좀 있어야 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경찰청에서는 경위 경감급의 3분의 1 정도를 순찰팀으로 현장 배치한다고 하고 있는데요


 
“선호 부서가 이제 아닌 것이죠. 퇴직을 몇 년 앞둔 이런 직원들이 많이 있는 것이 현실이고요. 그러다 보니까 찾아가는 그런 경찰 활동보다는 112 신고만 그냥 수동적으로 받고 사건 처리에만 급급한 이런 형태인 것이죠. 그러니까 지구대ㆍ파출소에서 내가 근무할 때 어려운 사건이 안 났으면 예를 들면 홍수 피해에 관한 112 신고를 받지 않았으면 업무 회피적 수동적 적당히 넘어가야 되겠지하는 생각들이 좀 깔려 있는 것이 문제인 것이죠.“
 
능동적인 게 아닌 수동적이라는...
 
“그렇죠. 더군다나 업무의 결과로 부담해야 할 일정한 책임이 논의가 됐을 때 그것이 형사 책임일 수도 있고 민사적인 책임일 수도 있는데 과연 조직에서 경찰청 차원에서 정부 차원에서 결단 있는 행동을 한 경찰관을 보호해 주느냐 아니면 나홀로 소송에 휘말리게 되느냐라고 봤을 때 후자의 경우가 상당히 많이 있음을 현장에서 많이 관찰을 했던 거죠. 그러다 보니까 가급적 민원 생기지 않게 적극적인 업무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거든요.“
 
경찰 조직에서 새로운 전담팀을 만들거나 새로운 조직을 만들면 파출소 지구대에 사람을 다 빼간다 파출소 지구대가 그렇게 만만한가 일선에선 이런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 같아요


 
“그것이 사실은 현실적인 문제인 것이죠. 집회 시위 상황이 있으면 또는 특별한 사건사고가 생기게 되면 또 비상 근무가 되면 지구대ㆍ파출소 직원이 동원되고 또 특정 사항에 대한 조사라고 하는 것이 생기게 되면 위에서는 그냥 문건만 내려보내는 마치 이제 지구대ㆍ파출소가 만병통치약 비슷한 이런 역할인데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불이익과 처벌과 징계 책임은 지구대 파출소에 많이 지우게 되다 보니까 이것이 (치안에) 가장 중요한 척추가 돼야 할 조직이 서로 회피하는 이런 문제를 야기시키는 이유가 아닌가...“
 
주취ㆍ주폭자 대응하다 보니까 아주 고단한 업무 때문에 지구대 파출소 업무 기피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잖아요. 강력범죄 발생할 때마다 대통령부터 장관까지 현장에 가서 사기를 강조하는데 말에만 그친다는...


 
“(치안에서) 가장 두텁고 가장 튼튼해야 할 부분이 현장 접선 바로 지구대 파출소인데 연령으로 봐도 상당히 노령화 되어 있고 또 티오 자체도 비어 있고 또 서로 간에 회피하려고 하는 안 가려고 하는 이런 상태로 되어 있다 보니까 어떤 측면에서 보게 된다면 한국 치안의 중추가 흔들리는 모습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이제 그것에 대한 합리적인 조정도 필요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예를 들면 계급 수를 좀 줄인다든가 아니면 특정적인 인사에 있어서 현장 직원을 특별하게 우대한다든가 이런 식의 적극적인 객관적인 공정한 인사 제도가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단초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온방방에 비유해 윗목과 아랫목이 있다면 지구대 파출소가 아랫목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에서 벗어나야 된다고 보시는군요


 
"그렇죠. 그래야 우리 시민이 안전한 것이고요. 또 경찰의 신뢰가 있어야 정부의 다른 정책에도 연동해서 신뢰감을 갖기 때문에 경찰 문제를 또는 치안 문제를 국가의 중요한 정책 어젠다의 우선 순위로 많이 끌어올릴 필요도 있다고 보입니다.”
 
전용우 선임기자의 [담박인터뷰]는
멋내지 않았지만 깊게 여운을 남기는 담박한 음식의 풍미처럼 우리 사회의 이슈와 삶을 관통하는 인물과 현장의 소식을 담담한 시각으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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