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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보이' 잊은 건 아니죠? 이상호, 2년 만에 스노보드 월드컵 우승

입력 2024-01-22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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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눈 덮인 배추밭을 달리다 올림픽 메달까지 '배추 보이'의 영화같은 이야기, 모두 기억하시죠? 스노보드 이상호 선수가 2년 만에 월드컵 시상대 맨 위에 섰습니다.

오선민 기자입니다.

[기자]

[스노보드 월드컵 평행회전 결승/불가리아 팜포로보]

넘어질 듯 넘어질 듯, 아슬아슬하게 기문 사이를 쓱쓱 빠져나갑니다.

가파른 경사면이어서 내려갈수록 속도가 더 붙을 수밖에 없는데 그럴수록 방향을 바꾸는 동작은 더 매끄럽습니다.

레이스 중반 0.04초 앞서던 이상호는 결승선 지점에서 격차를 더 벌렸습니다.

0.08초차 승리, 기록을 확인하고선 그대로 눈밭에 드러누워 한껏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상호/스노보드 대표팀 : (결승서 경쟁한) 프롬메거 선수한테 항상 졌는데, 오늘 드디어 이겼네요. 제가 깨야 할 벽을 넘어선 것 같아요.]

강원도 출신 이상호는 경사진 고랭지 배추밭에서 눈썰매를 타다 스노보드의 꿈을 키웠습니다.

그래서 '배추보이'라 불렸습니다.

[이상호/스노보드 대표팀 (2022년 2월) : 제가 스노보드를 어떻게 시작했고 또 그런 과정에 관해서 가장 잘 설명해줄 수 있는 그런 한 단어의 별명인 것 같아서.]

6년 전, 드라마 속 한 장면처럼 처음 나선 평창 올림픽에서 은메달까지 따냈습니다.

우리나라 설상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 이상호가 걸어온 길은 믿기지 않는 동화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모든 게 술술 풀릴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황홀한 순간은 잠시였습니다.

4년 전 어깨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고, 재활을 거쳐 2년 전 베이징 올림픽에 나섰지만, 0.01초 차로 뒤져 8강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잊혀가는 듯했지만, 다시 월드컵 시상대 맨 위에 서기까지, 2년이 넘는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이상호/스노보드 대표팀 : 이번 우승으로 제가 제대로 가고 있음을 증명한 것 같아요.]

이상호는 사흘 뒤 슬로베니아에서 열리는 다음 월드컵에서 또 한 번의 멋진 질주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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