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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출동] 주부에 여대생까지…'마약 청정국' 흔들

입력 2014-01-16 09:14 수정 2014-01-1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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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가 마약 청정국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마약 밀수 경유지로 악용되기도 하고, 마약 관련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조직폭력배나 유흥가 주변에서 은밀히 유통됐었던 것이 이제는 일반 직장인과, 주부, 학생들에게까지 퍼지고 있는데요, 인터넷을 통해서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 실태 알아봅니다.

오늘(16일)의 긴급출동입니다.


[기자]

부산의 진경찰서.

이곳 마약수사팀은 수백억의 마약을 유통시키는 폭부터 신종마약을 들여오는 외국인들까지 매년 150여 건을 적발하고 있습니다.

지난 8일에도 마약범 일당을 검거한 마약수사팀.

[노정기/부산진경찰서 형사과 : 이번 사건은 다른 사건과 달리 미성년자에게 필로폰을 투약해서 강간을 한 사건입니다.]

17살 여학생에게 필로폰을 '기분이 좋아지는 약'으로 속여 강제로 먹였던 일당은 난 가을부터 3개월 동안 미성년자와 유흥업소 여성만을 노리고 강제로 마약을 투약해왔습니다.

[노정기/부산진경찰서 형사과 : 한 번 필로폰을 한 사람은 처음에는 강제로 당했지만 다음에는 본인이 찾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때부터는 돈을 받고 팔죠.]

미성년자까지 노린 마약범들.

예전엔 주로 유흥업소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했지만 이제는 평범한 일반 직장이나 대학생, 가정주부를 노리고 있습니다.

[박병철/부산진경찰서 형사과 : 임신한 여자가 필로폰도 투약하고 대마초도 같이 피웠어요.]

임산부마저 마약에 한 번 빠져들면 헤어나기 어렵습니다.

[노정기/부산진경찰서 형사과 : 한 번 (마약을) 투약을 하고 나면 그 중독성 때문에 집에서 잠을 자다가도 '한잔 (투약) 할래? 한 번 투약 같이할래?' 하면 애를 (집에) 눕혀놓고 그냥 나와서 (마약을) 투약하는 그런 경지까지 갑니다.]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마약중독.

현직 의사가 다른 병원 약제실에 침입해 마약성 약품을 훔치기도 하고 약을 '살빠지는 약'으로 잘못 알고 있는 주부와 여대생들이 필로폰을 구매하려다 입건되기도 했습니다.

또 지난 8월, 부산에서 검거된 마약 판매상이 수십명의 택시운전사에게 마약을 팔고 많은 주부들에게 마약을 음료수에 몰래 타서 마시게 했다고 밝혀 충격을 주었습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2년에 검거된 마약류 사범이 10여 년 전보다 회사원은 두 배 이상 증가했고 대학생은 50%가량, 그리고 주부는 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된 마약중독, 한 어머니는 마약중독에 빠진 딸을 구하기 위해 자식을 직접 신고했습니다.

그런데 평범한 여대생이었다는 딸이 어떻게 마약을 접하게 됐을까?

[검찰 관계자 : (친구가) 약을 해보니까 기분이 좋더라. 너도 한 번 할래? 그렇게 해서 (시작했습니다) 정확히 날짜 확인을 해 보니 세 번 (투약을) 했더라고요.]

친구의 권유로 발을 들이게 된 마약.

약을 사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호기심이 더 컸습니다.

[검찰 관계자 : 택배 퀵서비스로 받은 거예요. 전화통화해서 녹음이나 추적 안 되게 하려고 초등학교 비석 앞의 돌멩이 밑에 숨겨두고 돈은 제3자를 통해 받고요. 그런 식으로 거래하는 겁니다.]

그런데 필로폰을 투약한 직후부터 우울증에 빠진 김 모 양.

마약류로 분류된 약품이 실제 얼마나 치명적인지 전문의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조성남/강남을지병원장 : (뇌의) 노란 부분이 손상된 부위를 표시하는 것입니다. 각성제 같은 경우에는 급성 중독이 되면 정신병을 유발하게 되고요. 각성제 때문에 피해망상이나, 관계망상 환청 같은 것들이 들려서 살인까지 일어나는 경우도 아주 많습니다.]

20년 동안 다양한 마약을 해봤다는 양 모 씨.

[양 모 씨/마약류 중독자 : 19살 때 필로폰으로 시작하고, 20대 중반에 들어서 대마초를 늦게 배웠어요. 제가 정신병원에만 열 몇 번 들어갔는데, 들어가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묶여있는 것밖에 없었어요. 자살도 시도했었는데 자살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참 힘들었어요.]

마음만 먹으면 너무나 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양 모 씨/마약류 중독자 : 주위에 (마약을) 하는 사람들과 다 연관되어 있으니까요. 제가 (마약을) 하고 싶은 때는 부탁도 하고 돈이 있으면 있는 대로 다 사들이죠.]

불법인 마약류 약품을 얼마나 쉽게 구할 수 있는지 취재진이 직접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봤습니다.

마약을 팔겠다는 수많은 구매글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인터넷을 통해 마약류를 판매·구입하다 경찰에 적발된 경우가 전 해에 비해 무려 4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쉽게 노출된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보도되는 마약 관련 사건들.

최근에는 불법 투약뿐만 아니라 50배 이상 이윤을 남길 수 있다는 점을 노려 일반인들까지 마약 밀반입에 나서고 있습니다.

현재 많은 양의 마약류 약품이 불법적으로 유통되고 호기심에 마약을 시작하는 일반인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마약의 심각성, 위험성에 대해선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합니다.

[전경수/한국마약범죄학회장 : 필로폰을 투약할 경우 딱 한 번에 중독될 수 있고,
한 번 주사를 맞고 나면 그 뒤부터는 스스로 끊지 못하는 중독에 빠지게 됩니다. 조울증과 우울증, 조증까지 거의 정신병으로 이어질 수 있죠. 그렇게 마약을 하다가 어느 날 자살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양한 경로로 밀수입 되고 있는 마약류 약품들, 여기에 알려지지 않는 신종마약까지 늘어나면서 일반 시민들까지 마약중독의 위험성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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