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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고 기억하겠다"…1년 전 그 골목에 가득한 추모의 마음

입력 2023-10-27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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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27일) 뉴스룸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분향소가 있는 서울광장에서 진행합니다. 믿기 힘든 참사가 벌어졌고 1년이 지났습니다. 1주기를 맞아 분향소 위에는 보시는 것처럼 희생자 159명을 기리는 보라색 별 159개가 반짝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억만 할 게 아니라 바꿔야 할 게 아직 많습니다. 참사를 막겠다며 이런 저런 대책이 나왔지만 크게 바뀐 게 없습니다. 특히 참사의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자신의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습니다. 오늘 JTBC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이곳에서 1년 전의 문제, 그리고 그게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지금 우리의 모습을 하나하나 따져보려 합니다. 먼저 참사의 현장, 이태원의 그 골목 앞으로 가보겠습니다. 김안수 기자가 현장에 나가 있습니다.

김안수 기자, 참사가 났던 그곳, 1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 모습인가요?

[기자]

제가 오후부터 나와서 지켜봤는데요.

핼러윈 장식을 한 업소도, 특이한 옷을 입은 사람도 쉽게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참사가 있었던 곳이었던 만큼 차분한 모습인데요,

제 옆으로 보이는 저 골목에는 '기억과 안전의 길'이란 이름을 붙였습니다.

안쪽엔 표지판도 세워뒀는데요.

"이곳에서 참사가 벌어졌다. 그날로부터 159명 목숨을 잃었다. 여기에서 사라진 사람들의 빈자리를 본다"고 적혀 있습니다.

[앵커]

희생자 유가족의 슬픔도 여전하죠. 특히 생존자들도 힘든 시간을 보냈을 텐데요,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나요?

[기자]

친구들과 함께 들렀다 가까스로 구조된 대학생과 직접 이곳을 돌아봤는데요, 리포트로 보겠습니다.

다시 찾아간 골목은 그대로입니다.

불법 증축물은 없어졌고 길이 조금 넓어졌을 뿐입니다.

[A씨/이태원 참사 생존자 : 다들 제 또래더라고요. 너무 안 해본 것도 많고, 앞으로 할 일이 많은데.]

후배들과 함께 갈 때만해도 이런 일을 겪을 줄 몰랐습니다. 

[A씨/이태원 참사 생존자 : 준비하고 있던 시험이 1차가 끝나기도 하고. 후배가 같이 가자고 제안을 해줘가지고 그냥.]

사람이 많구나 하며 떠밀리다 우연히 그 골목으로 들어갔습니다.

[A씨/이태원 참사 생존자 : {그때 (인파가) 어느 정도였어요?} 제대로 된 보폭으로 걸을 수 없는 상황이었고.]

발이 공중에 붕 뜰 정도로 사람이 몰렸습니다. 순식간이었습니다.

[A씨/이태원 참사 생존자 : 이쯤까지 들어갔는데, 여기에서는 거의 숨이 안 쉬어졌거든요. '여기에서 이렇게 죽나?']

그리게 무리 속에서 40분을 버티다 겨우 구조됐습니다.

[A씨/이태원 참사 생존자 : 팔이랑 다리랑 감각이 아예 없었어요. 친구랑 우리 여기에서 나가도 팔다리 같은 데가 영구적으로 장애가 생기면 어떡하지 막 이런 걱정까지 할 정도로…]

지금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평온합니다.

골목 옆에 있는 참사를 알리는 푯말과 추모 메시지만 그 일을 알리고 있습니다.

참사 이후에도 근처에 왔었습니다.

[A씨/이태원 참사 생존자 : (식당이) 텅 비어있고, 저랑 같이 간 친구만 밥을 먹고 있더라고요. 참사 이후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긴 했구나…]

곱지 않은 시선도 일부 여전합니다.

[A씨/이태원 참사 생존자 : 놀러 온다고 해서 정말 비난을 받을 것까지 없다라고 생각하고. 핼러윈이라서 발생한 게 아니라 그냥 사람이 몰리면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었던 거잖아요.]

1년 전 그 때를 돌아보며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앵커]

김 기자가 만난 생존자도 추모공간에 글을 남겼나요?

[기자]

네, 추모공간에 글을 써놨는데요.

"일년이나 지난 것이 믿기지 않는다.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 그 곳에서는 안전하고 행복하길 바란다." 이렇게 적었습니다.

다른 추모글도 많이 있는데요. "누나, 나 왔다가. 1년 동안 여기 오기가 너무 무서웠는데 극복해보고 싶었어. 너무 보고싶어. 미안해."라고 희생자의 친동생으로 보이는 분이 쓴 글도 보였습니다.

외국어로 쓰인 글도 있고, 그림도 있습니다.

표현하는 말과 방식은 다르지만 여기 모인 분들의 바람은 '이런 슬픔이 반복되지 않는 것' 하나였습니다.

그 마음들이 이 골목길에 모이고 있습니다.

[영상그래픽 장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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