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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출동] 살인·폭행·협박…일그러진 사랑 '스토킹'

입력 2014-01-21 09:36 수정 2014-01-2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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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에 고등학교때부터 선생님을 짝사랑했던 20대 남성이 이 선생님을 살해한 사건이 있었죠. 스토킹이 살인으로까지 이어진 경우였습니다. 스토킹을 당한 피해자들, 그 정신적 고통이 상당한데요,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됐지만 8만 원의 범칙금 부과 정도여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입니다.

오늘(20일) 긴급출동에서 스토킹 범죄의 실태 들여다봤습니다.


[기자]

지난달 18일 저녁 7시쯤 강남구 신사동의 한 건물에서 34살 여성이 흉기에 찔려 숨졌습니다.

[강남경찰서 관계자 : 2층, 3층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어요. 피가 흥건했었어요.]

[이웃주민 : (남자가) 사귀자고 그랬는데 싫다고 하니까 우발적으로 죽였다고 하더라고요.]

용의자는 고등학생시절부터 그녀를 짝사랑했던 22살의 유모씨.

[강남경찰서 관계자 : 어머니가 (경찰에) 신고 해서 잡혔거든요. 신고자가 어머니에요. 어머니. 사람을 죽였다고 (가해자가) 목사한테 얘기해서 목사가 엄마한테 알려줬어요. 그래서 엄마가 신고한 거에요.]

4년 전, 지방의 국제학교에 다녔던 유 씨는 진로진학 교사였던 조 씨에게 호감을 갖고 수백 통의 구애 메일과 문자를 보냈습니다.

조 씨가 거절하자 죽이겠다며 쇠막대기를 들고 집까지 찾아가 폭행을 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정신과에서 '망상장애 외증' 진단을 받고 3개월 동안 입원치료를 받은 유 씨.

하지만 조 씨가 결혼한다는 소식에 병적인 집착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5개월 동안 무려 400여 건의 이메일과 협박 문자를 보냈고 공포스런 영화 포스터와 글을 개인 홈페이지에 남겼습니다.

결국, 살인까지 저지른 유 씨. 그가 앓고 있는 '망상장애 외증'이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폭력성이 강한 심각한 정신질환이라고 얘기합니다.

[우영섭/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피의자는) 색정형 망상(장애)로 보입니다. 색정형 망상이란 특정한 사람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믿는 망상인데요, 그 대상자가 자신의 사랑에 적절하게 반응하지 않으면 굉장한 분노를 표시하거나 행동적 문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수소문 끝에 조씨의 지인과 어렵게 연락이 닿았습니다.

지인이 전달한 문자로 취재진은 유족들의 심경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우영섭 /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스토킹은 굉장히 반복·지속해서 나타나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일상생활에서 항상 신변의 위협을 느끼게 됩니다. 심한 경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까지 달하는 아주 심각한 불면증 같은 증상을 겪을 수 있고요. 항상 주변의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서 경계해야 하므로 늘 예민하고 늘 불안하고 만성적인 경우 우울증까지 겪을 수 있습니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스토킹을 당하는 피해자는 정신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게 됩니다.

오랜 시간동안 스토킹을 당한 피해자는 어떤 심정일까?

취재진은 10년 전부터 스토킹을 당하고 있는 여성을 만나 그 심경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양 모 씨/스토킹 피해자 : 집에 갔더니 (스토커가 현관문을) 새빨간 페인트로 칠해놨더라고요. 제정신으로 못 살죠. 혼자 갈 수 있는 데가 없으니까요. 항상 사람을 의심하게 돼요. 아무도 안 믿어요. 일단 의심부터 하게 돼요.]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어떤 보호도 받지 못했다는 양 모 씨.

[양 모 씨/스토킹 피해자 : (경찰이) 정확하게 보호를 해 줘야 하는데 흐지부지하게 되면 나중에 나만 정신이상자가 되는 거예요. 처음에 신고했을 때 경찰이 (가해자를) 잡았으면, 처벌했으면 계속해서 다음 단계로 커지지 않았겠지요.]

스토킹 피해자들이 받을 수 있는 법적조치는 없는 것인지 관할경찰서에 문의했습니다.

[담당 경찰서 관계자 : (스토킹 관련돼서 스토킹 처벌법이 있잖아요? 그게 어떤 건지 궁금해서요.) 이렇게 전화해서 물어보면 제가 뭐 바로 즉답을 해줄 수 있을 만큼 전문적인 지식을 항상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필요한 경우에 저희도 법전을 찾고 다시 규정을 다 찾아야 하는 상황이니까….]

스토킹은 처벌 기준도 모호하고 피해를 산출하기 어려워 처벌이 쉽지 않다는 것이 경찰의 입장입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지난 3월부터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됐지만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경범죄로 분류돼 단지 8만 원의 범칙금만 부과된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정완/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스토킹 행위를 경범죄로 처벌한다는 것 자체가 실효성을 염두에 둔 것 같진 않습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징역형까지도 처벌할 수 있는 중범죄로 스토킹을 다루고 있습니다.]

사랑이란 이름의 폭력, 스토킹. 단순히 짝사랑이나 과도한 구애정도로만 인식되고 처벌도 경범죄로만 해당된다면 스토커 범죄는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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