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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만든 의사 피터 리 "기퍼즈 의원이 날 바꿨다"

입력 2013-05-19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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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저희 뒤로 보이는 이 여성. 2년 전 괴한이 쏜 총을 머리에 맞은 가브리엘 기퍼즈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인데요, 깊숙이 박힌 총알을 빼낸 뒤 그녀가 5개월 만에 다시 걷고 말하는 기적을 만든 사람, 바로 재미 동포 피터 리 박사입니다.

한국을 찾은 피터 리 박사를 손광균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피터 리, 기적을 쓰다

기퍼즈 전 하원의원은 애리조나주 투산시의 한 쇼핑센터에서 유권자들과 만남을 갖던 중 괴한의 총격을 받았습니다.

피터 리 박사는 그날을 어제처럼 생생히 기억합니다.

[피터 리 : (Q. 사고 당시 상황은?) (전날 밤샘근무를 마치고) 운동을 하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스무 명 가까이 총상을 입었다, 곧 병원으로 후송될 거다'하더군요.]

괴한이 쏜 총탄은 그녀의 눈썹 위를 관통해 왼쪽 뇌에 박혔습니다.

가망이 없다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기퍼즈는 사고 4일 만에 눈을 떴습니다.

24년간 군의관으로 이라크전과 아프간전 등 전쟁터에서 숱한 총상 환자를 살려낸 피터 리 박사가 응급수술을 집도한 덕분입니다.

5개월 뒤 기퍼즈는 걸어서 병실을 나섰습니다.

[(Q. 기퍼즈가 깨어난 후 처음 한 말은?) 아직은 회복 중이라 적절한 단어를 잘 떠올리지 못했어요. 내 아들이 일하던 피자 가게를 알아봤지만 다른 단어를 댔습니다. 하지만 (말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한 마음은 느껴졌죠.]

기퍼즈 덕분에 피터 리는 일약 스타 의사로 떠올랐습니다.

2011년 백악관 만찬에 초청받았고, 이듬해 애리조나 대학 졸업식엔 연사로 강단에 섰습니다.

[(Q. 유명해져서 부담스럽지는 않은지?) 기퍼즈가 내 삶을 바꿨잖아요. 이번을 기회로 삼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사람들을 돕고 싶어요.]

사람을 죽였다 살리는 새 수술법.

기퍼즈의 기적을 만든 뒤 피터 리는 외상전문의로서 새로운 영역에 도전했습니다.

사람을 죽였다 살리는 이른바 '가사수술법'입니다.

[(Q. 왜 가사 수술법이 필요한가?) 만일 당신이 사고를 당해 과다출혈로 죽음을 앞뒀을 때, 혹은 전장에서 총에 맞아 피가 많이 날 때, 잠시 죽음을 멈추고 수술을 받도록 하고 되살릴 수 있다면…]

심각한 외상을 입은 환자의 체온을 빠르게 섭씨 10도로 떨어뜨려 심장과 뇌의 활동을 정지시킵니다.

혈액을 모두 빼내고 혈관을 세척하면 향후 세시간 동안, 심장박동과 호흡이 멈춘 인체는 '가사상태'에 빠집니다.

이 상태에서 필요한 수술을 끝낸 뒤 환자의 체온과 혈액을 서서히 원래대로 되돌린다는 겁니다.

이 방법을 쓰면 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환자도 뇌 손상을 막으면서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피터 리가 제안한 이 가사수술법은 미 식품의약청 FDA의 승인을 받고 곧 인체를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나는 '사람 살리는 의사'

피터 리 박사의 원래 꿈은 의사가 아니었습니다.

[(Q. 처음부터 의사가 되고 싶었나?) 나는 의사 되기 싫었어요. 어머니, 아버지는 언제나 의사되라고 하고. 친구들도 의사하라고 하니까 나는 하기 싫어서 엔지니어링 하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지금 그는 '사람 살리는 의사'라는데 자부심을 느낍니다.

[(Q. 의사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의사로 부자가 될 수 있을 거라면 착각입니다. 엄청난 양의 희생을 요구하고, 물질적인 만족보다 사람을 살리면서 얻는 만족에 익숙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성취했을때 큰 보람이 느껴지는 직업입니다.]

5살 때 한국을 떠나 마흔이 다 돼서야 고국을 처음 찾았던 피터 리, 그의 남은 꿈은 남북관계가 진전돼 북한에 의료봉사를 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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