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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포항 참사 119 최초 신고 녹취록엔 "나간 지 1시간 됐는데 연락 안 돼"

입력 2022-09-08 18:01 수정 2022-09-08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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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북 포항시 인덕동 아파트단지 지하주차장에서 경찰, 소방 등이 1차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북 포항시 인덕동 아파트단지 지하주차장에서 경찰, 소방 등이 1차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6일 새벽 태풍 '힌남노'로 경북 포항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물이 갑자기 들어차면서 주민 7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JTBC가 당시 최초 신고를 포함한 신고 전화 녹취록을 입수했습니다. 녹취록에는 급박했던 당시 상황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최초 신고는 오전 7시 41분에 이뤄졌습니다. 이미 주차장에는 물이 들어찬 상황이었습니다.

신고자: 차를 뺀다고 나갔는데 저희 차가 지하 제일 안쪽에 있었거든요.
119: 네, 네.
신고자: 그래서 OO이 지하 안에서 못 나오고 있는 거 같아요. 물은 지금 다 찬 거 같은데...
119: OO이 지하 주차장에 갇혀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신고자: 네. 그런 거 같아요. 지금 전화도 나간 이후부터 전화 한 통도 연결이 안 되고 문자고 뭐고 하나도 확인도 안 하고.

신고를 받던 119 대원은 신고자에게 "혹시 지하 주차장 확인이 가능한 상황인지" 물었습니다.

119: 혹시 선생님께서 그 지하로 혹시 내려가 보실 수 있나요?
신고자: 아니오. 지하 저 내려가는 입구가 막혔어요. 물로.

신고자는 "가족이 나간 지 한 시간이 넘었다"며 구조를 서둘러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신고자: 지금 나간 지 1시간이 넘었거든요.
119: 예, 예.
신고자: 아. 좀 어떻게 좀 해주세요. 제발.
119: 예. 알겠습니다.

최초 신고 뒤로 다른 주민들의 신고 전화도 빗발치기 시작했습니다. 오전 8시 5분 또 다른 신고자도 "가족이 차를 빼러 내려 가서 올라오지 않는다"고 구조를 요청했습니다.

신고자: 우리 OO가 차 빼러 가서 올라오지를 않아요.
119: 네?
신고자: 지하에 차 빼러 갔는데 올라오지를 않아요.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신고자도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차를 뺀다던 가족이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오전 9시 11분 신고였습니다.

신고자: 예, OO이 지하주차장에 차를 빼러 갔는데 연락도 안 되고 들어가자마자 물이 바로 찼거든요.
119: OO이요?
신고자: 예.
119: 차를 빼러 갔는데 연락이 안된다는 거지요?
신고자: 예, 예, 예.

이웃 주민들의 신고도 이어졌습니다. 한 주민은 "이웃이 차를 빼러 내려갔는데 아무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오전 8시 45분 신고였습니다.

신고자: 지하 주차장에 차 빼러 나간 사람이 두 시간이 됐는데 소식이 없는데...
119: 지금 그러면 주차장 안에서 연락이 안 되는 거예요? 주차장에 물이 찼어요? 지금?
신고자: 지금 주차장 완전 다 차버렸어요.
119: 관리사무실에서는요? 뭐라고 하던가요?
신고자: 관리사무실에서는 경비가 내려와서... 관리사무소에서 경비실에 이야기 한다니까 아무 연락도 안 된다는데요.

이후 119 대원들이 도착해 구조에 나섰지만 주민 7명은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었습니다. 119 구조대원 출신인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원인 규명을 위한 수사 결과를 살펴봐야겠지만, 집중호우 등의 자연재난 양상이 기후 위기로 급변하면서 더 이상 일상 속에서 안심할 수 있는 안전지대가 없다는 게 큰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재난 관리 체계를 재정비하고 무엇보다 기존 건축물의 재난 대비 시설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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