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런 폭염은 취약계층에게 더 가혹합니다. 급식소에서 밥 한끼 먹기 위해 몇 시간을 땡볕에 서 있는 노인들은 올 여름 어떻게 나야 할지 벌써부터 막막합니다.
이예원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의 한 공원 담벼락 옆으로 어르신 200여 명이 빽빽히 서 있습니다.
무료 점심을 먹기 위해 대기하는 겁니다.
혼자 사는 노인은 혹시 음식이 동날까 아예 새벽부터 와서 번호표를 받았습니다.
[나는 아침에 5시 반에 와요, 첫차 타고. 집에서 밥해줄 사람이 시원찮으니까.]
[{댁은 어디신데요?} 신대방. 매일 오다시피 해요. 여기서 주는 대로 먹는 거고.]
아직 오전인데도 기온은 이미 36도를 넘었습니다.
[날씨가 갑자기 더워지는 것 같은데, 할 수 없지. 더워도 먹어야지. 더워도 먹어야 살잖아.]
아직 12시도 안 된 시간이지만 이미 이렇게 긴 줄이 생겼습니다.
뙤약볕을 피할 곳도 없는 상태입니다.
길게는 5시간을 기다린 뒤에야 겨우 급식소 안에서 땀을 식힐 수 있습니다.
[유연희/자원봉사자 : 하루에 한 270명에서 300명 정도 오시는 것 같아요. 더우니까 여기 항상 식당에는 에어컨을 가동하고요.]
보건당국은 노인 등 취약계층은 폭염 땐 야외 활동을 자제하라고 당부합니다.
하지만 밥 한 끼 간절한 노인들에겐 공허한 권고일뿐입니다.
[저는 저기 의정부 살아요. 줄 설 수밖에 없거든요. 이런 날씨엔 각자가 조심해야 해요. 갑자기 쓰러지는 경우가 있거든요.]
구청 측은 "과거 선풍기를 설치한 적이 있지만, 매년 진행하는 사업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폭염이지만 피할 수 있는 권리는 평등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