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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에 공적자금 붓고 '법안 주고받기'설도

입력 2012-02-14 06:55

전문가들 "금융권 피해보상기금 조성해야"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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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금융권 피해보상기금 조성해야" 제안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법안을 관철하려는 정치권의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저축은행 피해자를 돕는 데 예금자 돈으로도 모자라 국민 세금을 끌어다 쓰겠다는 국회 정무위원회를 두고 전문가들은 "말문이 막힌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이 같은 논란이 재연되지 않도록 피해자 보상에 쓸 수 있는 금융권 기금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협상과 타협'의 테두리를 넘은 정치권과 정부의 `법안 주고받기'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공적자금 대신 예보기금 `꼼수' 부리다 부메랑

14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정무위는 애초부터 저축은행 피해자 구제에 공적자금을 넣을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적자금 투입에 따르는 정치적 부담과 당장 예산을 편성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예보기금 투입이라는 `우회로'를 택했다는 게 정무위 내부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 인사들의 전언이다.

허태열 정무위원장의 "예보기금이 피해자 보상으로 사용된 부분은 사후적으로 정부 재정으로 보충할 계획"이라는 발언도 이 같은 내부 기류가 투영된 것이다.

특별법을 주도한 허 위원장(부산 북ㆍ강서을)과 이진복 의원(부산 동래) 등 정무위 의원 상당수의 지역구는 저축은행 사태의 피해자가 유독 많은 곳이다. 특별법 혜택을 보는 유권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이처럼 누가 봐도 `표심(票心)'을 의식한 포퓰리즘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는 입법을 밀어붙이는 데는 저축은행 사태를 해결하는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이 애초부터 꼬였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권 차원에서 저축은행 부실 해결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데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탓에 지난해 각 금융권역별 예보기금에서 특별계정을 떼어냈고, 기왕 특별계정이 생겼으니 정부 재정 대신 잠시 특별계정에서 돈을 가져와 피해자에게 보상하자는 발상이 나왔다는 것이다.

한국조세연구원 박형수 선임연구위원은 "저축은행 사태에 공적자금을 집어넣지 않으려고 `꼼수'를 부리다 부메랑이 된 것"이라며 "예보기금으로 피해자의 원성을 무마하고 다시 공적자금을 넣자는 건 지키려던 명분도 잃고 원칙까지 어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법안 주고받기' 관행도 한몫…"입법 시스템 바꿔야"

상황이 이 지경까지 흘러온 데는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권에 일종의 `담합 문화'가 정착됐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저축은행 특별법안과 신용카드 수수료율 관련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개정안이 위헌 시비에도 불구하고 정무위를 통과한 것은 론스타 청문회법안과의 주고받기식 담합을 통해 가능했다는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여당이 주도한 저축은행 특별법안에 야당이 동의하는 대신, 야당이 추진하는 론스타 청문회법안에 여당이 `결사반대'하지 않는 식으로 빅딜이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다.

여전법 개정안의 경우 지난 9일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강력히 반발하자 김 위원장의 의견에 동조할 움직임을 보이던 야당 의원들이 몇 분간 정회 이후 입장을 돌변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한 야권 관계자는 "일부 의원이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검토한 사안인 만큼 일단 강행하자'는 의견을 편 것뿐이다. 다른 것과 바꿔치기했다는 건 억측이다"고 부인했다.

여야가 각자 입맛에 맞는 법안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작 시급한 현안은 처리되지 않았다.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필요한 특별계정의 시한을 5년 연장하는 예금보호공사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특별계정으로 조달할 수 있는 15조원은 이미 지난해 구조조정으로 바닥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단순히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포퓰리즘이라는 시각에서 접근하기보다는 입법 시스템 전반을 손질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국회의 입법권 남용을 견제할 수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금보호제도 보완장치 필요…소급적용은 안돼"

전문가들은 이 기회에 예보법의 허점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정순섭 교수는 "우리나라도 `투자자 보호기금'이나 `금융소비자 보상기금' 같은 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원리금 일부만 보장하는 현행 예금보호제도를 보완하려면 영국이나 일본처럼 예보기금과 별도로 기금을 조성, 투자자가 금융회사 파산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처럼 전액 예금보호제도를 운용하던 독일이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모임)에 가입하면서 부분 예금보호제도로 전환하는 대신 따로 소비자 보호기금을 조성했다"고 소개했다.

이 같은 제도는 `수혜자 부담 원칙'에 따라 추가 비용을 부담한 투자자만 혜택을 볼 수 있다. 또, 이런 경우라도 저축은행 피해구제 특별법처럼 특정 집단에 대한 `소급적용'은 안 된다는 게 정부와 전문가들의 일관된 견해다.

한양대 경제학과 이 영 교수는 "예금보호제도는 모든 예금자의 약속이다. 이를 어기고 사후입법(事後入法)으로 보상해준다면 금융시스템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재연 연구위원도 "최근 미국에서 금융회사 파산이 급증하자 예금보호한도를 1인당 10만달러에서 25만달러로 늘려 소급한 사례는 있지만, 이는 특정 계층을 위한 게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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