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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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 다른 곳에 >
한 사람이 같은 시간 다른 곳에서 열린 금융기관 두 곳의 채용 시험을 동시에 쳤습니다.
분신술을 쓴 게 아니라면 이게 어떻게 가능했던 건지 궁금한데요.
알고 보니 이 사람, 쌍둥이였습니다.
[캐스터]
엥? 쌍둥이가 각자 같은 사람인 척하고 동시에 시험을 본 거예요?
[기자]
그렇죠. 지난해 9월 24일이었는데요.
이날이 이른바 '금융권 A매치 데이' 였습니다.
A매치는 보통 국가대표팀끼리 맞붙은 스포츠 경기를 말하죠.
한국은행과 금감원, 산업은행 등 금융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이 필기시험을 매년 같은 날에 엽니다.
그래서 수험생들이 'A매치 데이'라고 불러왔고, 딱 하나 정해서 시험봐야하거든요.
그런데 한국은행에 지원한 한 남성 응시생은 자신과 똑 닮은 쌍둥이 형에게 금감원 시험을 봐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앵커]
와, 두 군데 다 시험을 보고 싶으니까 외모가 거의 비슷한 쌍둥이형을 동원한거군요.
[기자]
예상대로 감독관의 눈을 속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사실 처음보는 일란성 쌍둥이를 외모로 구별해내기 쉽지 않죠.
그래도 형제가 모두 시험 공부를 열심히 했는지 한국은행, 금감원 각자 본 필기시험에 붙었습니다.
심지어 면접도 통과했어요. 형제 둘 다요.
이 남성은 결국 한국은행을 택해서 최종 합격했고, 금감원 2차 면접장엔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국은행을 다니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요.
[앵커]
다들 두 세 군데 시험 보고 싶은데, 한 군데 정해서 보는 거잖아요. 쌍둥이 형을 동원한거 범죄 혐의 적용이 될 것 같은데요?
[기자]
가장 쉽게는 업무방해죄가 적용될 가능성 있습니다.
이런 일하면 절대 안 되죠.
최근 한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의혹이 제기됐고요.
한국은행과 금감원 모두 이 남성을 형사고발했습니다.
일단 한국은행에선 지원자 필적 확인과 고용 계약서 등을 대조했을 땐 이 남성이 직접 응시하고 합격한 게 맞다고 확인했다고 하네요.
한은은 자체 조사와 수사 결과에 따라서 이 남성을 징계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단순히 지원자 한 명의 일탈일지, 글쎄요. 재발방지책이 필요해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