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재일동포의 삶, 이른바 자이니치 코리안 기획입니다. 일본 도쿄에는 신오쿠보라는 곳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한인 거리인데요. 불과 10여 년 전에 상당히 자주 대규모 혐한 시위가 열렸던 이곳이 이제는 일본인도 즐겨 찾는, 한국과 더 가까워지는 곳이 됐습니다. K팝 등 한류의 덕도 있지만, 스스로 환경을 바꿔온 자이니치 코리안의 노력도 있었습니다.
이예원 기자입니다.
[기자]
욱일기를 든 시위 부대가 거리를 가득 메웠습니다.
온갖 혐오 표현이 담긴 피켓을 들고, 확성기를 통해 폭언을 쏟아냅니다.
[조선인, 바퀴벌레들! 조선 반도로 돌아가!]
1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평일 대낮인데도 많은 사람이 몰린 이곳은 일본 도쿄의 신오쿠보입니다.
대표적인 한인 거리인데요.
그래서 보시는 것처럼 제 주변에도 한국어 간판이 많이 걸려있습니다.
식당과 카페는 물론 부동산 중개소까지 한국어 상호가 보입니다.
길거리 음식도 경주 10원빵과 똑 닮은 10엔빵부터 떡볶이, 핫도그까지 다양합니다.
[유이사 시온/18세 : {맛있어요?} 진짜 맛있어요!]
저마다 좋아하는 K팝 연예인을 외칩니다.
[나가사와 히카리, 이토우 리코/20세 : NCT 되게 좋아해요. 스트레이키즈 좋아요.]
[후리하라 유카, 와타나베 유즈카/18세 : 세븐틴, 에스파. SM 엔터테인먼트 좋아해서 알게 됐어요.]
열 아홉 학생은 한국 취업을 꿈꾸고,
[스기모토 미츠키/19세 :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하고 싶어서.]
60대 세 친구는 한국 여행 계획을 세웠습니다.
[토미야마 사치코, 칸자와 아츠코, 오하타 미유키/65세 : 드라마 촬영지들 갈 거예요. 한국 좋아해요. 이것도 샀고. 맛있어요. 육개장!]
신오쿠보가 삶의 터전이 된 이향순씨 부부에게 지난 20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이향순/한복대여점 운영·1992년 일본 유학 : 그때는 (90년대엔) 다닐 수가 없었어요. 한국적인 분위기가 너무 하나도 없었고. 저녁에는 위험해서 지나가지 못해서. (이제) 사극을 보고 너무 한번 입어보고 싶다고. 기쁘기도 하고 여기 있으면서 좀 목에 힘이 들어간다고 그럴까요.]
[문광수/한복 대여점 운영·자이니치 3세 : 저희가 고등학생들에게 한복 알리는 수업도 하는데, 학생들이 이제 '저희 할아버지가 한국인이에요'라고 자신감 있게 말하는 분위기가 됐어요.]
(공동취재 : 김현예|도쿄 특파원 / 영상취재 : 신성훈 / 영상그래픽 : 이송의·장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