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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수색 기밀 입수하고…비서 개인 카드 동원해 '해외 도피'한 쌍방울 김성태

입력 2023-01-04 18:53 수정 2023-01-11 15:46

김성태 회장 친동생 김모 부회장도 조만간 기소 방침…수사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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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회장 친동생 김모 부회장도 조만간 기소 방침…수사 박차

"지난해, 지방선거 때문에 중단됐던 쌍방울 수사가 다시 본격 시작될 거란 의견이 계속 나왔기 때문입니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지난해 5월 31일 새벽 급하게 해외 도피한 이유를 묻는 검찰 질문에 대한 답변입니다. 어제 오전 11시 수원지법 204호 법정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쌍방울 감사팀 소속 지 모 씨가 한 말입니다.

'쌍방울 뇌물 의혹'을 받는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와 쌍방울 전 부회장 방모씨 2차 공판장이었습니다. 쌍방울이 '이재명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 관련 수사가 들어올 것을 미리 염두에 두고 대비했다는 겁니다.

〈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

■ 비서실 직원 카드로 해외 출국한 '김성태 일당'

사건 출발점은 2022년 5월 24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 씨는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6부 검찰 수사관에게 계좌압수수색영장을 통째로 전달받습니다. 금융계좌 추적 대상자들의 이름, 법인, 계좌번호 등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후 지 씨는 "김 전 회장에게 수사 정보를 설명했다"고 합니다.

이후 지 씨는 "5월 26일 목요일 쌍방울에서 변호인단 회의가 열렸다"고 했습니다. 변호인단과 쌍방울 계열사 광림 전 부사장 등도 참석했습니다.

이 회의가 열린 지 이틀 뒤 김 전 회장 매제이자 쌍방울 재무 담당자 김 모 씨가 해외로 나갑니다. 김 전 회장은 이틀 뒤 항공권을 예매해 31일 새벽 싱가포르로 출국합니다.

'쌍방울그룹 배임·횡령 의혹' 사건 키맨들이 모두 해외로 도피했습니다. 압수수색 영장이 유출된 지 7일 만입니다.

쌍방울 그룹. 〈사진-JTBC 자료화면〉쌍방울 그룹. 〈사진-JTBC 자료화면〉

출국 과정은 급박했습니다. 지 씨는 "(쌍방울 임직원과 김 전 회장과 가족, 지인들 항공권을) 비서실에서 개인 카드로 선결제한 것으로 안다"며 "비서실 직원이 개인 카드로 결제하는데 양이 많아서 곤란하다고 상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임직원이 카드로 결제하면 비용을 현금으로 보전받는 방식으로 항공권을 예매했냐"는 검찰의 질문에 지씨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급하게 해외로 나가면서 회삿돈을 사용하기도 어려워서 직원 카드를 당겨 사용한 겁니다.

그런데도 사건 핵심 피의자들 도피 생활은 호화로웠습니다. "쌍방울 비서실 직원들이 22년 6월 15일, 7월 5일, 8월 하순 경 김 전 회장의 단골 유흥업소 여성의 항공권을 세 차례 예약해준 사실을 아느냐"는 검찰의 물음. 지 씨는 "조사받으면서 알게 됐다"고 답했습니다. 동남아 등지에서 현지 음식을 먹지 못하는 김 전 회장을 위해 쌍방울에서 음식 등을 계속해서 보내왔습니다.

■ 실시간 압수수색 대응 회의 …증거인멸 정황

이날 재판에선 쌍방울이 검찰 압수수색을 철저히 대비해왔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지난해 6월, 수원지검 압수수색 영장이 또 한 번 유출됩니다.

'쌍방울 수사자료 유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쌍방울 관련 계좌 압수수색 영장 초본이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JTBC 뉴스룸] '쌍방울 수사자료 유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쌍방울 관련 계좌 압수수색 영장 초본이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JTBC 뉴스룸]

6월 21일 쌍방울은 지 씨를 통해 압수수색 영장 청구 사실을 알게 됩니다. 회사 내부에선 '대응 회의'가 열렸다고도 했습니다. 지 씨는 당시 "김 모 쌍방울 부회장도 (회의) 자리에 참석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부회장은 김성태 전 회장의 친동생입니다.

그러면서 증거인멸이 시작됐습니다. 오후 3시 42분쯤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한 쌍방울 감사팀 소속 직원 A씨는 "6월 21일 법무팀장으로부터 노트북을 파쇄하라는 지시를 받아 파쇄했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한 달 뒤 '수사 기밀 유출 사실이 복합기에 나왔다'는 말을 듣고 "스캔 내역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로도 진술했습니다.

쌍방울 측은 별다른 해명을 하지 않았습니다. "재판 과정 중에 입장을 밝히는 게 부적절하다"며 "결과를 지켜봐달라"고 했습니다.

■ 향후 쌍방울 수사…어떻게 진행되나
검찰 수사 의지는 확고합니다. 김 전 회장 친동생도 곧 조사를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압수수색에 대비해 관련 자료를 삭제한 혐의를 받는 쌍방울 임원들 수사도 막바지입니다.

쌍방울은 크게 3갈래로 수사받고 있습니다. '배임·횡령 의혹', '불법 대북송금 의혹', '증거인멸 및 범죄 도피' 혐의입니다. 최근 수원지검은 대북 송금 의혹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KH그룹 관계사 등도 압수수색 했습니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2022년 12월 1일자 JTBC 뉴스룸 캡쳐]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2022년 12월 1일자 JTBC 뉴스룸 캡쳐]

김 전 회장을 비롯한 핵심 관계자들은 저항 중입니다. 귀국할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 https://news.jtbc.co.kr/article/article.aspx?news_id=nb12105477)

김 전 회장 매제이자 쌍방울 재무 담당자 김씨는 지난달 태국 경찰에 체포됐지만 법원에 송환 거부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태국 현지 법원 판단에 따라 김 씨의 국내 송환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릴지는 미지수입니다.

하필 수사 기밀과 압수수색 영장이 유출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해 5월 23일 신임 수원지검장이 취임했습니다. 지검장은 취임식에서 "검찰은 유전무죄, 무전유죄, 유권무죄, 무권유죄가 현실화하지 않도록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돈 있는 자들은 수사 기밀을 미리 전달받고, 도피 생활도 호화판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검찰 수사가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JTBC에서 계속해서 생생히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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