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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배상, 재단이 대신"…피해자 "사죄·책임 어디에"

입력 2023-01-12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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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법원 판결 뒤에도 몇 년째 해결이 안 되고 있죠.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어떻게 할지 정부가 오늘(12일) 일본에 제시할 사실상의 최종안을 공개했습니다. 국회 공개 토론회를 통해서인데요. 피해자 측은 토론회 전부터 반발하고 있고, 또 일본이 호응할지 역시 미지수인 상황입니다. 국회에서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3차 청문회도 현재 열리고 있는데요. 생존자들과 유가족들의 진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한울 체커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오늘 준비한 소식은요. < '답정너' 토론회? > 입니다. 일본의 거짓말에 속아 오사카 제철소로 떠났고, 이후 매일 12시간의 중노동을 해야 했던 17살 소년. 100살을 바라보는 나이가 돼서야 대법원으로부터 배상 받을 권리를 인정 받았습니다. 바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의 이야기입니다. 13년의 법정 다툼 동안 다른 피해자들은 세상을 떠났고, 홀로 남아 이 소식을 들은 할아버지는 울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춘식/일본 강제동원 피해자 (2018년 10월 30일) : 내가 여기 재판했는데 오늘 나 혼자 나와서 내가 마음이 슬프고 눈물이 많이 나고, 울고 싶어서 마음이 아프고… 같이 나와서 이렇게 판결받았으면 엄청 기뻤을 텐데 혼자 나와서 눈물이 나고 울음이 나오네.]

일본은 판결 직후부터 반발했습니다. 우리 사법부가 강제징용을 '반인도적 불법 행위'로 보고 일본 기업들에 배상하라고 했던 1인당 1억원 역시 감감무소식이었습니다. 그리고 판결 1년 뒤 일본은 오히려 우리나라에 '수출 규제'라는 보복성 조치에 들어갑니다. 국민들은 분노해 거리로 나왔고, 이춘식 할아버지는 또 눈물을 보였습니다.

[JTBC '뉴스룸' (2019년 8월 2일) : 일본의 수출 규제조치에 대한 항의 표시로 만국기에서 일장기를 모두 뺐습니다. 시민들도 분노했습니다.]

[채정자/시민 (JTBC '뉴스룸' / 2019년 8월 2일) : 아우 화가 나지, 막 심장이 뛰고. 막 화가 치밀어서 마음이 막 떨리고 이렇네요.]

[이춘식/일본 강제동원 피해자 (JTBC '뉴스룸' / 2019년 8월 2일) : 마음이 아파서 눈물 나오지. 나 때문에 우리 대한민국이 손해가 아닌지 모르겠네. 나 하나 때문에 그러는가.]

그 뒤로도 시간은 계속 흘렀고, 정권은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물론이고, 대법원이 확정 판결을 내린 강제징용 피해자 15명의 배상 문제는 여전히 해결이 안 됐죠. 그리고 이 배상 문제는 한일 외교 현안이 잘 풀리지 않을 때면, 일본이 문제로 삼는 지점이 돼버렸습니다. 성사될 듯 성사되지 않던 지난 9월 한일 약식회담, 당시 일본 언론이 가장 관심을 보인 것도 바로 강제징용 배상입니다.

[JTBC '정치부회의' (지난해 9월 22일) : 우리 발표에는 언급되지 않았던 '강제징용' 문제가 등장했습니다. 앞서 회담 성사 여부를 결정지을 주요 쟁점이라고 분석해드린 바 있죠.]

[일본 ANN 보도 (지난해 9월 22일) : 한·일 정상이 착석하여 대면하는 것은 대략 2년 10개월 만입니다. 한국 측에서는 납치(강제동원)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을 표명했고, 또 징용 문제 등 현안 해결을 위해 협의를 가속화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우리 정부는 민관협의회 차원의 배상 방안 논의, 사실상 마무리한 상태였습니다. 피해자들의 원하는 일본 가해 기업의 자산으로 직접 배상을 받는 방안, 불가능할 것 같으니 다른 방안들을 고심해왔던 것인데요.

오늘 사실상 최종안이 공개됐습니다. 국회에서 열린 공개 토론회를 통해서입니다. 일부 피해자와 대리인단이 보이콧한 상태였습니다. 토론회 자료, 외교부가 보안상의 이유를 들어 공개하지 않은 것을 문제삼은 것입니다. 민주당도 같은 이유에서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았는데요. 이 때문에 원래 한일의원연맹 차원에서 주관하려던 오늘 행사, 연맹 회장인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이름만 올린 채 열렸습니다. 정 위원장은 비대위원들을 대동하고 토론회장에 나타났습니다.

[박석운/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 : 토론자로 참석할 분들에 대해서 발제문도 보내지 않는, 들러리 세우겠다는 그런 야바위판. 세상에 듣도 보도 못한 야바위판이다. 이런 식으로 미봉하고, 이런 식으로 야바위판으로 덮어버릴 수 없다 생각합니다. 우리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역사가 심판할 것입니다.]

이렇게 반쪽 짜리 토론회가 된 가운데 정부가 공개한 구상, 살펴볼까요. 행안부 밑에는 2014년 만든 공익법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재단이 있습니다. 이 재단에 포스코 같이 한일청구권협정 덕에 만들어진 우리 기업이 기존에 약속한 자금을 기부하면요. 우리 재단이 그 돈으로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는 방식입니다. 그렇다면 일본 가해 기업들은 어떻게 되느냐, 궁금하실 텐데요. 정부는 우리가 먼저 변제를 시작하면 일본이 호응하는 방식으로 기부에 동참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때 '구상권 청구' 같은 강제적인 수단도 고려했지만, 일본이 찬성할 리가 없죠.

[서민정/외교부 아시아태평양 국장 : 2018년 대법원 판결 이후 4년 이상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일단 법적인 관점에서 현실적인 방안을 찾자는 취지였습니다. 검토를 거듭할수록, 핵심은 '어떤 법리를 택하냐'보다 '피해자들이 제3자를 통해서도 우선 판결금을 받으실 수 있다, 받으셔도 된다'는 점에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현실적인 방안이다" 정부 측은 거듭 강조하는데요. 이렇게 되면 '불법 행위' 인정한 대법원 판결에 따른 이행이 아닌 일본의 '자발적 참여'라는 구색을 갖춰주는 셈이 됩니다. 거기에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배상보다도 더 중요한 문제가 있죠. 바로 일본과 일본 가해 기업의 인정과 사과일 텐데요. 정부는 이 역시도 불가능해 보인다고 오늘 사실상 못박았습니다.

[심규선/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이사장 : 최선의 방안은 일본 정부가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일본 기업이 배상하는 방안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힘들다는 것은 일본을 상대로 오랜 시간 싸워온 피해자분들께서 더 잘 알고 계셨습니다. 다음은 일본의 기업이 참여하고 사과하는 방안입니다. 이 또한, 현재까지는 어려워 보입니다.]

정부 측은 앞으로 피해자들의 의견을 듣고 설득해나가는 과정도 밟겠다고 했는데요. 피해자들은 당연히 반발할 수밖에 없죠. 반발을 예상해, 정부가 오늘 발제문을 미리 공개 안 한 것 아닌가 이런 의심도 거둘 수 없는 입장입니다. 그리고 재단은 이미 이러한 방식의 배상이 가능하도록, 정관까지 바꿔뒀습니다. 오늘 토론회, 최종 의견 수렴하는 자리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답정너'라는 의심을 피해가기 어렵습니다.

[김정희/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소송 대리인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사실 답정너 상황이지 않나 싶습니다. 이미 결론은 정해져 있는 것 같고요. 그 결론을 통과시키기 위한 통과의례 자리, 형식적인 자리로서의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해자들은) 일본 측의 사죄나 일본 측의 출연이 없이 이렇게 진행된다면 내가 왜 그 돈을 받아야 되느냐, 나는 불우이웃돕기 대상자는 아니다라는 취지입니다.]

그리고 정부의 안, 피해자 측도 지적하는 부분이지만 철저히 일본의 '선의'에 기대는 방식입니다. 일본은 과연 이 안을 받아들이고, '기부'라는 행동으로 옮길까요? 정부도 여당도 일본에게 이 부분은 확실하게 묻겠다고는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아사히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이미 한일청구권협정 이행으로 할 일은 다 했다는 생각입니다.

[정진석/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문재인 정부 내내 한·일간의 대화가 단절됐습니다만, 윤석열 정부 들어서 다시 양국 관계를 정상화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과거사 문제를 얼렁뚱땅 수습할 생각은 전혀 하고 있지 않습니다.]

정진석 위원장은 그러면서도,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 수준으로 한일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는데요. 결국 한일 관계 개선에 더 방점을 찍는 듯하죠. 윤석열 대통령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한·미·일 안보 협력이 중요한 시기라는 점도 들고 있는데요. 그렇다고 해도 어제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나온, 일본의 방위비 증액 두둔 발언은 논란의 여지를 남깁니다.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 (어제) : 일본도 이제 머리 위로 IRBM이 날아다니니까 자기들도 이제 방위비 증액하고, 소위 반격 개념이라는 것을 이제 국방 계획에 집어넣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그걸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평화헌법을 채택하는 나라가 어떻게 그런 걸 할 수 있냐 하지만 머리 위로 미사일이 날아다니고 핵이 올 수 있는데, 그거를 막기 쉽지 않습니다.]

두 번째 픽은 < 눈물의 청문회 > 입니다. 시작하기 전부터 진행하는 내내 우여곡절이 참 많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입니다.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낮 2시부터 3차 청문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야당에서 출석 주장했던 이상민 행안부 장관, 여당에서 주장했던 신현영 민주당 의원. 여야는 한발씩 물러나 둘 다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공청회 형식입니다. 그래서 오늘 자리한 사람, 참사 유가족과 생존자, 지역 상인들입니다.

[우상호/이태원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 : 유가족과 생존자분들을 모시고 의견을 들을 수 있게 의사일정을 합의해 주신 여야 간사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고 어려운 용기를 내어 이 자리에 오신 유가족, 생존자분들과 지역 상인 여러분께도 진심을 다해 경의를 표합니다. 우리 사회에 다시는 이러한 참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기원하며 오늘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생존자 김초롱 씨가 제일 먼저 진술에 나섰습니다. 준비해온 발언을 차분하게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는데요. 그러다가 울컥 하기 시작한 지점, 바로 정치권의 2차 가해 발언을 조목조목 짚어나가면서입니다.

[김초롱/이태원 참사 생존자 : 저는 강한 사람입니다. 심리상담도 자발적으로 잘 받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악성 댓글이나 온라인에서 사람들이 하는 말이 저를 힘들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저에게 2차 가해는 장관, 총리, 국회의원들의 말이었습니다. 참사 후, 행안부 장관의 첫 브리핑을 보며 처음으로 무너져 내렸습니다. 예전에 비해 특별히 우려할 정도의 인파는 아니었고 경찰 병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저는 이 말을 '놀러 갔다가 죽은 사람들이다'라고 받아들였습니다.]

김씨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조금도 없고, 아직까지 뭐가 잘못됐는지 깨닫지 못하는 자신의 무지함과 비열함에 스스로 열등감을 가져야 한다" 이렇게 꼬집기도 했습니다. 김씨는 정치권을 향해, 이렇게 일침을 가하기도 했는데요.

[김초롱/이태원 참사 생존자 : 우리가 사는 이 나라는 그렇게 후지지 않았습니다. 재난 컨트롤타워가 없는 것도 아니며 시스템이 붕괴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좋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참사 현장에서 본 모두는 삼류가 아닌 일류였습니다. 삼류는 그 위에서 시스템을 잘 돌아가게 지휘를 하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참사의 원인은 유흥과 밤 문화, 외국 귀신 파티 문화가 아닙니다. 참사의 유일한 원인은 군중 밀집 관리의 실패입니다.]

발언을 이어 받은 다음 생존자는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초동 대응의 실패'를 생생하게 증언했습니다. 올해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이었던 생존자는, 예비신부와 함께 이태원에 잠시 들렀다가 15분 만에 참사를 당했습니다. 인파에 떠밀려 손을 놓친 예비신부를 현장에서 잃었다고 본인을 소개했습니다.

[이태원 참사 생존자 : 구조인원도 부족하여 사람들을 눕히는 공간도 협소하여 구조활동은 매우 더디었습니다. 초기 대원은 어떤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며 왜 소수 인원만 출동하였는지 의문입니다. 또한 처음부터 많은 인력이 투입되었다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압박은 50분 이상 지속되다 구조되었습니다. 여자친구에게 CPR을 수행하던 소방대원은 다른 부상자를 보러 가야 한다고 저에게 직접 CPR을 수행하라 지시하고 떠났습니다.]

이 생존자는 그러면서 그 어느 때보다 슬픔을 공유하고 서로를 위로하는 게 중요한 시기, 정부는 유가족들이 서로 만날 수 있도록 주선도 안 해주고 있다고도 비판했는데요. 이와 함께 생존자들과 유가족들이 바라는 것, 무엇보다도 정확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입니다.

[서이현/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 : 나라와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힘들겠지만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유가족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은 정확한 진상규명과 모든 책임자 처벌이며, 동생을 먼저 떠나보낸 우리 가족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될 것입니다.]

자리를 지키며 진술을 듣는 다른 유가족들, 그리고 의원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는데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오늘 공청회가 사실상 마지막입니다. 이제 국정조사 결과 보고서를 작성해 채택하고, 17일 활동을 마치는데요. '빈손' 국정조사에 '빈손' 경찰 수사까지 유가족들의 마음만 무너져내리고 있습니다.

오늘의 뉴스픽은 여기까지입니다. 1, 2픽 모두 워낙 중요한 사안이다 보니 이렇게 달려왔는데요. 3, 4, 5픽도 계속 함께 해주시죠. 뉴스픽5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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