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충북 청주에는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주인공들이 바둑을 두던 장소로 유명세를 얻은 공원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이 실제로는, 매일같이 술판과 노름판이 벌어지는 데다 욕설과 싸움도 예삿일이라 골치라고 합니다.
밀착카메라 이희령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충북 청주 중앙공원입니다.
도 지정 문화재들과 900년 넘는 세월을 버틴 은행나무가 있는 유서 깊은 공간입니다.
공원 입구로 와보니까 "딱딱"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뒤에 사람들도 모여 있는데요.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가까이 가보겠습니다.
한 명씩 나와 윷가락을 던집니다.
[도 나오면 끝났네.]
말판은 공원 바닥에 그려뒀고 말은 병뚜껑을 납작하게 해서 만들었습니다.
돈도 오갑니다.
[윷놀이 도박 참가자 : 3천원만 날아갔네, 괜히. 아줌마 돈 먹었네. {다음 판 이기면 되지.}]
몇 분 만에 끝났는데 바로 다시 판돈을 겁니다.
이번엔 한 사람당 5만원씩입니다.
[윷놀이 도박 참가자 : (판돈이) 5만원짜리인데 한 사람이 없어. 3개(3만원) 들어가, 내가 2개(2만원) 들어갈게.]
참가자가 4명이여야 하는데, 1명이 부족하다면서 판돈 일부를 대준다고 하는 겁니다.
결국 4명이서 20만원이 걸린 판이 벌어집니다.
취재진이 직접 물어보자 아니라고 합니다.
[윷놀이 도박 참가자 : 지는 편이 천 원씩 내는 거지. 그래서 막걸리 한 잔 먹으러 가는겨. {5만원 이렇게는 안 하신다는 거예요?} 그건 안 하지. 노인네들이 뭔 돈이 있어. {저희가 본 게 있어서, 5만원짜리.} 그건 모르겠어요. 아무 관계 없어요.]
다른 윷놀이판도 마찬가지입니다.
[윷놀이 도박 참가자 : 같이 왔으면 돈을 내야지.]
누군가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해도 큰 의미가 없습니다.
[지구대 경찰 : 누가 얼마를 구체적으로 걸고 그걸 특정해야지 (처벌) 할 수가 있어. 사복 입은 형사들이 와서 잠복을 하지 않는 이상은 단속하기가 쉽지가 않아요.]
공원 한 쪽엔 이렇게 건전하게 보드게임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 두었습니다. 하지만 윷놀이를 하는 사람은 이 공간을 거의 찾지 않습니다.
욕설에 싸움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윷놀이 도박 참가자 : X 같은 소리여. {XX놈아.} XX놈아. {너 뭐라 그랬어?}]
흡연과 음주 모두 금지돼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서지연/충북 청주시 방서동 : 매일 올 때마다 보죠. 약주 하시면서 가끔 막 욕설도 하시는 분들도 있고 그러니까 아이 데리고는 조금 그래요.]
나무 옆에 노상방뇨를 하고 술판도 벌입니다.
[문가연/충북 청주시 율량동 : 아무래도 불편하죠. 너무 시끌벅적하신 분위기여서 쉬기에는 좀 안 좋아서.]
돈을 건 윷놀이 판은 지금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재밌어서 한다지만, 지킬 건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작가 유승민 / VJ 박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