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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걸그룹' 모란봉악단서 '파격' 사라진 이유는

입력 2012-12-30 10:39 수정 2012-12-30 14:23

"보수층 반발에 속도조절", "고도의 정치선전술" 등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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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층 반발에 속도조절", "고도의 정치선전술" 등 해석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올해 북한 문화계에서 가장 유명세를 떨친 주인공은 단연 모란봉악단이었다.

이 악단이 지난 7월6월 평양에서 보여준 데뷔공연은 파격의 연속이었다.

가슴선이 드러나는 형형색색의 무대복과 10㎝는 훌쩍 넘을듯한 '킬 힐(kill heel)'로 무장한 10여 명의 젊은 여성이 화려한 레이저 조명 아래서 노래하고 연주하는 모습은 여느 자본주의 국가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걸 그룹을 연상시켰다.

'재즈의 전설'로 불리는 미국의 가수이자 배우인 프랭크 시내트라의 세계적인 히트곡 'My way' 등 대중적인 경음악을 다수 공연하는 등 내용도 파격적이었다.

체제 찬양 일색의 기존 공연방식에서 상당히 벗어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였다.

특히 이 공연에서는 '백설공주', '미키 마우스' 등 미국 만화영화 캐릭터가 등장했고 미국의 전형적인 상업영화 '록키'가 주제곡 'Gonna Fly Now'와 함께 무대 배경을 장식했다.

북한이 반세기 넘게 비난해온 미국 상업영화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포함한 수뇌부가 나란히 앉아 관람하는 장면은 대외적으로 `개혁·개방'이라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그러나 모란봉악단의 그처럼 파격적이고 개방적인 공연은 첫무대가 끝이었다.

두 번째 무대부터 단원들은 화려한 무대복 대신 군복을 입고 등장했고 다양한 서구음악이 섞여 있던 레퍼토리는 체제 찬양 일색의 음악으로 채워졌다. '록키', '미키마우스' 등도 다시는 볼 수 없었다.

전자 바이올린 등을 활용한 빠른 비트의 음악과 화려한 조명은 여전히 모란봉악단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 활동했던 악단들과의 차이를 두드러지게 했지만, 첫 공연에서 보여줬던 자유분방한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모란봉악단의 공연 분위기가 갑자기 바뀐 것은 지나치게 개방적인 형식의 공연에 불편함을 느낀 북한 최고지도부나 보수층이 '수위조절'을 요구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일본의 마이니치(每日) 신문은 이와 관련해 최근 자체적으로 입수했다는 `김정은의 내부 발언록'을 인용, 김정은 제1위원장이 모란봉악단의 첫 공연을 보면서 칭찬과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그가 모란봉악단 공연에 대해 "예술창작에서 끊임없이 혁신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도록 격려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청년들이 공연을 보고 엉덩이를 흔드는 등의 자본주의적 풍조가 퍼질 가능성을 우려하며 "절대 용납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제1위원장이 예술창작의 "세계적 수준"을 거론하며 모란봉악단에 대해 새로운 형태의 공연을 선보일 것을 지시하긴 했지만 정작 공연이 예상보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모습을 보이자 공연형식을 변경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모란봉악단의 파격적인 공연이 '쇼'에 불과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북한 교원대에서 음악을 전공했다는 한 북한이탈주민은 30일 "김정은으로서는 정권 초기에 주민들에게 김일성·김정일 시대와 다른 뭔가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것이 바로 모란봉악단 공연이었고 결국 파격적인 내용으로 대내외적 주목을 받는 데 성공했다"며 "장거리 미사일과 같은 정치적 쇼"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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