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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소 '마블링 등급제' 오히려 국민 건강 역행

입력 2016-06-15 21:43 수정 2016-06-2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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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농가 입장에서도 자신이 키우는 소를 병들게 하고 싶진 않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정부가 정한 기준 때문에 방법이 없다는 건데요, 마블링은 여러모로 고기를 먹는 사람에게도 좋을 수 없는데 정부는 여전히 농가에 마블링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이희정 기자입니다.

[기자]

[김현주 교수/서정대학교 수의학과 : 당연히 사람한테 좋지 않죠. 좋은 건 딱 하나. 맛밖에 없죠. 맛을 위해 질병에 대한 스트레스를 감안하면서까지.]

지난 8일 열린 한우 등급제 개편 토론회장.

최근 '마블링' 논란이 계속되자 정부는 크게 세 가지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등급을 평가할 때 마블링의 '질'을 따지고, 조직감 등 평가 기준을 반영하며 1, 2, 3등이라는 등급 명칭을 바꾸겠다는 내용입니다.

[김관태 본부장/축산물품질평가원 : 마블링 함량뿐 아니라 조직감도 같이 우세해야 높은 품질의 식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결론을 얻은 바 있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큰 틀에서 바뀐 게 없고, 기준도 모호하다고 지적합니다.

[김언현 명예교수/건국대학교 : 마블링의 퍼센티지(함유량)를 규제하는 건 이해하지만. 형태를 가지고 한다는 것은 잘못 나간 것이 아닌가.]

[황선옥 이사/소비자시민모임 : 구체적으로 육색은 몇%를 보고, 지방색·조직감·성숙도는 얼마일지. 그 안에서 가중치가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근내 지방 가중치를 따로 해야 할 것 같고.]

농가들은 현행 등급제가 바뀌면 결국 부담은 농가 몫이라며 소비자 인식 개선이 먼저라고 주장했습니다.

[황엽 전무/전국 한우 협회 : 마블링이 다소 (건강에) 나쁘더라도 한우는 맛이 우선 아니겠습니까. 25년간 쌓아온 생산 틀을 쉽게 바꿀 수는 없다는 거죠.]

실제 '마블링'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바뀌고 있습니다.

최근 조사에서 10명 중 5명이 "마블링이 건강에 좋지 않다" 또 64%가 "지금의 등급제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답하는 등 저지방육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명주/서울 목동 : 너무 기름기 많은 것은 느끼하고. 개인적인 입맛에 안 좋아서.]

정부는 마블링에 몸에 좋은 올리인산 지방함유가 높다고 홍보하지만 이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습니다.

특히 특수사료를 쓰거나 특정 영양소를 제한해서 소의 눈이 멀고 내장이 손상된 경우, 그걸 먹는 사람에 좋을 수 없다는 겁니다.

[오상우 교수/동국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 몸에 대사 반응도 안 좋을 수 있는 소에다가 여러 가지 영양소가 부족한 상태까지 있을 수 있는 소고기라면, 우리가 섭취했을 때 생각지도 않은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마블링의 원조인 미국도 등급에 미치는 고지방 기준이 우리보다 낮습니다.

최고등급인 '프라임'의 마블링 함유량은 우리의 1~2등급 수준입니다.

주로 방목을 하는 호주의 경우 와규 같은 고지방육은 대부분 해외로 수출되고, 뉴질랜드도 지방 함유율이 4% 수준인 소고기를 생산하는 등 저지방육에 대한 선호도가 커지고 있습니다.

국내에도 사육 방식을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농가들이 늘고 있습니다.

보리 새싹과 풀을 먹고 난 소들이 축사 밖을 자유롭게 뛰어다닙니다.

[명인구/한우 농가 : 농우 사료, 대체 사료가 콩하고, 보리 새싹이에요. 콩도 그냥 콩이 아니고 메주콩.]

3년 전 저지방육 중심으로 생산 방식을 바꾼 명인구 씨. 등급은 낮게 받아도 자부심은 남다릅니다.

[명인구/한우 농가 : 어린 고기라 2~3등급 받죠. 등급이 안 나오니까 유통 업자한테 주면 헐값이죠. 소 건강에도 좋지만 사람 먹거리잖아요. 건강한 소가 소답게 지내는 것.]

'고급육 생산'과 '한우 경쟁력'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걸고 등급제가 시행된 지 24년.

윤리적인 사육 환경과 국민 건강을 위해 전면적인 등급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 알려왔습니다 ]

< [탐사플러스] 소 '마블링 등급제' 오히려 국민 건강 역행 > 기사와 관련해 전국한우협회에서는 "한우 마블링(근내지방도)에는 불포화지방산의 일종으로 건강에 유익한 것으로 알려진 올레인산이 평균 47.3% 함유돼 있어 수입산(39.8%)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다"며 "한우 비육을 위해 비타민A를 결핍시키거나 발정억제제인 호르몬제를 사용하는 것은 극히 잘못된 것으로 이를 시행하는 농가는 거의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한우협회는 "현재의 2, 3등급 한우 품질로는 수입육과 경쟁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없기때문에 한우의 가장 큰 장점인 좋은 마블링을 지속적으로 개량해 수입산과 차별화된 경쟁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종축개량협회는 기사에 언급된 전국한우능력평가대회와 관련해 "한우능력평가대회는 개량된 자가생산 농가를 대상으로 마블링만 가지고 한우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고 깨끗한 환경에서 사육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농장평가(HACCP, 무항생제, 친환경인증 등)를 실시하고 있으며", "마블링 평가도 단순히 지방함량만을 판정하는 것이 아니라 고급육 생산의 평가기준(조직감, 성숙도, 육색, 지방색)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고 알려왔습니다. 또 "한우가 유통되기 위해선 도축검사 시 수의사의 안전 위생 검사를 거치기 때문에 이상이 있는 한우가 소비자 식탁까지 오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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