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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부터 신구 권력 신경전…정치권에 맴도는 '괴이함'

입력 2023-01-04 18:41 수정 2023-01-04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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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윤석열 정부의 소통 부재를 비판하는 영상 어제(3일) 공개됐는데요. 이 자리에 이재명 대표도 참석해 맞장구치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신년 초부터 윤석열 정부를 상대로 신구권력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데,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대하는 민주당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관련 소식을 국회 상황실에서 짚어봅니다.

[기자]

[문재인/전 대통령 (지난 2일) : 서로 소통하지 않는 정치를 하는 게 얼마나 그게 위험하고 국민들을 힘들게 만드는지를 지난 1년간 실감을 이렇게 했을 텐데 계속 이제 그렇게 하는 게 너무 안타깝게 생각이 되죠.]

문재인 전 대통령이 비판한 '소통하지 않는 정치', 윤석열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한 발언이었죠. 언론 없이 참모진들만 배석한 가운데 집권 2년차 신년사를 발표하고, 야당에 이메일만으로 신년인사회 초청장을 보낸 점 등을 비판한 걸로 보입니다.

오늘 국회상황실, <윤석열 때린 문재인…신구권력 '신경전>으로 시작합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 2일) : 예측이 안 되는 상식 밖의 일을 해대니까 어쨌든 저희가 대응하기가 참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국민이나 국가의 미래나 이런 것에 전혀 관심이 없어요.]

윤석열 정부의 불통을 지적하는 문 전 대통령 말에 대한 이재명 대표의 답변입니다. 이번엔 지역 민심 상황을 묻는 문 전 대통령에게 이 대표, 다들 답답해한다고 전했는데요. 문 전 대통령이 이렇게 다시 힘을 실어줬습니다.

[문재인/전 대통령 (지난 2일) : 그럴수록 국민들은 역시 민주당에게 거는 기대가 더 이제 커지지 않을까. 잘 부응하려면 이재명 대표님 중심으로 혼연일체, 하나가 돼서 올해는 더 이제 각별한 노력을 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구 권력이 집권 2년차 신 권력을 비판하니, 집권 여당 가만 있을 수 없죠. 당권주자 권성동 의원, 전직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 고작 평양온반 먹으며 현 정부를 비난했다며, 여러 범죄 의혹의 당사자들의 만남이고, 만남의 본질은 '죄와 벌'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여기에 국민의힘은 양산 만남 당시, 문 전 대통령이 '지난 정부에서 무인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말한 부분도 문제 삼으며,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훈련을 못하게 한 9.19 합의의 당사자 문 전 대통령에 반성하라고 했습니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상황, 통합, 협치가 필요하단 지적이 나옵니다.

[문희상/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어제) : 정치의 기본은 대화하고 대화를 해야 모든 게 풀어지는 것인데 그런데 그 자체를 안 했거든요. {그 점. 대통령은 지금 조사를, 검찰 수사를 받고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의 대표를 만나는 것에 대한 부담, 이런 거를 좀 토로했다는 이런 얘기도…} 그거는 전혀 관계없죠. 그건 법의 영역이고 그건 그대로 진행하면 되니까요. 그걸 마다하는 야당 대표도 아니고요.]

야당과의 소통 부재,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입을 보탰습니다. 애매한 이메일 초청방식이 문제였고, 대통령과 대화할 시간도 없어 '손편지'를 써서 건넸단 겁니다.

[이정미/정의당 대표 (KBS '주진우 라이브' / 어제) : 이메일 내용을 보니까 청와대에서 공식적으로 야당 대표들을 정식으로 초청하는 건지, 아닌지 굉장히 좀 애매한 내용이었어요. 대통령의 공식적인 인사가 있고 5부 요인들 한마디씩 하고 끝난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 전날 밤에 밤새우고 손편지를 썼죠.]

심지어 이재명 대표는 신년인사회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전혀 몰랐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 2일) :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요? 신년인사회에, 여러 사람들하고 인사회 하는데 저를 오라고 했다고요?]

'괴이' 정상적이지 않고 별나다는 뜻의 이 단어가 며칠 새 정치권에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민주당에서 앞에서 말씀드린 윤석열 정부의 소통 부재를 지적하는 표현으로 등장했습니다.

[서은숙/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 윤석열 대통령은 군사 정부 이후로 처음으로 신년 기자회견을 하지 않고 신년사만 발표했습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과인의 말을 백성들에게 전하거라' 이런 사고방식이 아니라면 괴이합니다.]

사실 괴이라는 흔치 않은 단어의 등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돈 봉투 소리가 들린다며 조롱하자 한동훈 법무장관이 괴이하다고 맞받아친 뒤부텁니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다가 한 장관에게 사과 대신 '심심한 유감'을 표했던 김의겸 의원, 한 장관을 보면 '연극'을 하는 것 같다면서 괴이하다고 쏘아붙였습니다.

[김의겸/더불어민주당 의원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어제) : 저는 오히려 지금 이런 한동훈 장관의 모습, 이게 대한민국 역사에서 한 번도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장관의 모습이고 그래서 저는 한동훈 장관이야말로 정말 가장 괴이한 장관이다, 저는 이렇게 평가를 합니다.]

여권에선 김의겸 의원의 이런 발언과 행보, 관심을 받기 위한 거라고 분석했죠. 이때도 '괴이' 또 등장합니다.

[김재원/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SBS '김태현의 정치쇼') : 언론에 한 줄이라도 나와서 주목을 받으려면 제가 보기에는 김건희 여사를 공격하거나 한동훈 장관을 공격해야만이 그분들이 뉴스가 되니까 지금 오로지 그것에 목숨을 건 분 아닌가 생각해요. 그러니까 괴이한 일을 벌이는 거죠.]

이쯤되면 정치판이 '괴이'한 것 같은데요. 민주당과 법무검찰의 갈등, 다시 부활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정부가 검찰청 검사 정원 220명을 늘리겠다고 법안을 내놓았는데, 민주당은 검사 신상을 공개하도록 강제하는 입법 준비에 나섰다고 합니다. 당내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입법 논의가 시작된 걸로 전해집니다.

[장경태/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지난달 30일) : 각 검사가 담당하는 사건 수와 미제 사건 수, 기소·불기소 비율, 기소한 사건의 무죄율 등을 모두 공개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가 필요합니다. 대통령의 친인척, 검찰 출신이라고 묻어주고 빠져나가지 않게 검찰부터 공정하게 일을 하는 시스템을 만드시길 바랍니다.]

민주당의 이런 분위기는 '이재명 대표 수사는 야당 파괴'라고 규정하고 총력 대응하는 상황과 맞닿아있습니다. 이 대표는 이르면 이번 주말 검찰 출석과 신년 기자회견 일정을 함께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는데요. 확인을 해보니, 10~12일 검찰이 통보한 소환 일정에 맞춰 출석하겠다는 방침 정도만 정해졌다고 하네요. 검찰 조사를 앞둔 이 대표의 심정, 여권에선 이렇게 짐작하고 있습니다.

[김재원/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SBS '김태현의 정치쇼') : 이재명 대표가 요즘 굉장히 불안하신 것 같아요. 얼굴도 많이 살도 빠지시고 불안함이 역력한데 최근에 지방에 다니면서 정치탄압을 받는 모습으로 굉장히 자신을 치환해가면서 약간의 용기를 얻으니까 이제 농담할 여유가 생긴 것(처럼) 보여요.]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관련 국정조사 기간 연장,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하고 있는데, 국민의힘은 이런 요구가 '이재명 방탄용'이라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조수진/국민의힘 의원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문제는 이것이 어떤 이재명 방탄을 위해서 고귀한 생명을 잃은 이 끔찍한 참사를 정쟁화하려고 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의도가 아닌가. 그런 점이 대단히 아쉽고요. 그리고 한말씀만 더 드리면 그런다고 해서 대장동 부패 게이트 등 이재명의 의혹이 덮어지지 않는다, 정정당당하게 하자. 그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방탄 국회 지적에 이재명 대표, 검찰의 소환에 응할 건데 무슨 방탄을 하냐고 했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 {임시회 소집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대표님 본인의 방탄국회 프레임에 갇혀서 그런 건데 이 부분에 대해서 대표님께서 어떻게 해소하실 방법을 생각하신 것이 있는지?} 제가 소환 조사를 받겠다고 하는데 뭘 방탄하죠? {사법리스크와 당 문제를 분리했으면 좋겠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네, 다음 질문으로 가죠.]

[박홍근/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자신들은 1월 국회가 방탄국회로 규정되길 원하는 거예요.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그냥 가감 없이 드러낸 것입니다.]

검찰을 향한 비판도 잊지 않았습니다. 언론 플레이를 통한 야당 탄압이란 겁니다.

[박찬대/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 이재명 측이란 언론플레이 뒤에 숨어 없는 사건을 만들어내는 검찰, 지겹지도 않습니까? 언론 뒤에 숨어서 교묘한 말장난이나 하라고 국민이 검찰에게 그런 권한을 부여한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민주당 안팎에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당 대응을 분리해 총선을 치러야하는 것 아니냔 지적도 나오는 상황. 민주당 상임고문인 야권 원로 문희상 전 국회의장 사자성어 교토삼굴 화이부동을 언급했습니다.

교토삼굴은 교묘한 지혜로 위기를 피하거나 재난이 발생하기 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뜻인데, 토끼도 굴을 3개는 판다면서 민주당이 플랜 B 플랜 C를 준비해야 한다는 취지고요. 다음으로 화이부동, 화합하되 무리지어 다니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문희상/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어제) : 교토삼굴 뒤에 한 내가 얘기가 바로 그거예요. 화이부동이다. 생각이 다를 수 있어요, 당내에서. 그건 민주주의의 기본이에요. 달라야 돼요, 또. 같으면 일사불란한 체제고 그건 독재입니다. 민주정당의 기본은 다양성이 인정되면서 서로가 대화 속에서 문제를 찾아가는 거거든요.]

하지만 안민석 의원은 이같은 제안에 야당 탄압 상황에서 또 다른 플랜을 세우기 보다는 당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며, 문 전 대통령도 그래서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반대 의사를 나타냈습니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를 두고 민주당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입니다.

해를 넘기기 직전 극적으로 타결된 여야 예산안 합의, 이제는 윤석열 정부의 불통,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논란을 둘러싸고 신구권력이 정면으로 충돌한 모습입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신구권력 신경전…정치권에 맴도는 '괴이함', 협치는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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