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청각장애인들이 일상에서 특히 어려움을 느낄 때가 몸이 아파 병원을 찾을 때라고 합니다. 의사소통이 안 돼 진료를 제대로 못 받거나 엉뚱한 수술을 받는 경우까지 있는데, 그럼에도 수어통역 인력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권민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청각장애인 최수연 씨는 두살배기 아들이 고열로 경기를 일으켰던 그 날 밤을 잊지 못합니다.
[최수연/청각장애인 : 밤에 갑자기 고열로 인해서 갔는데 (소통이 안됐어요) 통역사를 부르긴 어려운데…]
며칠 전엔 어깨가 아파 병원을 찾았습니다.
간단한 증상이라 손짓이나 필담으로 소통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최수연/청각장애인 : 병원에서 진료를 보거나 주사를 놓거나 할 때 여기가 아닌데 통증과 별개의 치료가 된다던지.]
다른 언어 수어를 쓰는 경우엔 더 복잡합니다.
중국에서 온 청각장애인 황신숙씨는 병원에 갈 때마다 중국 수어와 한국 수어를 모두 아는 지인이 함께 가야만 합니다.
수어통역센터에 예약해 수어 통역사가 오긴 하지만 다른 나라 수어를 모두 이해할 순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황씨와 황씨의 지인은 중국 수어로 소통하고 황씨의 지인이 한국 수어로 전달하면 이걸 의료진에게 말해줘야만 합니다.
[황신숙/청각장애인 : (어떠세요 좀? 약 드시고?) 아 지금 여전히 낫진 않았고요. 지금 가끔씩 혈변을 보기도 하고.]
번거롭고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김형진/서울특별시 농아인협회 수석과장 : (청각장애인 환자가) 본인은 보청기를 착용하기 위해서 '검사 받고 진행합시다'라고 필담으로 주고 받았어요. (이후에 통역을) 하다 보니까 이게 보청기가 아닌 인공와우 수술을 하는 검사가 진행됐던 거예요.]
서울의 상급병원 14곳 가운데 수어통역사가 상주하는 병원은 한 곳뿐입니다.
다른 병원들은 필요할 때마다 자치구별 수어통역센터에서 지원을 나가는데 턱없이 부족합니다.
[노유나/서울구로구수어통역센터 통역사 : 저희 센터만 보자면 저처럼 청인 통역사들은 총 3명밖에 없거든요. 다 통역을 나가게 되면 갑자기 통역을 필요로 했을 때 통역을 지원하기 어려워진다거나.]
정작 급할 땐 요청도 어렵습니다.
[강공주/청각장애인 : 산부인과에 급히, 출산 임박했을 때 통역을 부르지 못해서 많이 힘든상황이 있었고요.]
상급병원에라도 우선적으로 수어통역사를 상주시키는 등 보완책이 필요합니다.
[영상자막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