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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에…송영길 "야당이길 포기하는 것"

입력 2023-06-21 18:25 수정 2023-06-21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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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민의힘 김기현, 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서로 상대방에 대한 비판과 비난으로 교섭단체 연설의 대부분을 채웠죠. 비전을 보여줘야 할 연설이 정쟁으로 얼룩졌단 이런 평가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는데요. 의원 정수 축소, 또 불체포 특권 포기 등의 제안도 당장은 여야 합의로 현실화되기는 어려운 분위기입니다. 관련 소식을 류정화 상황실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JTBC '정치부회의' (어제) : 뭔가 작정을 하고 오늘 연설을 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을 류실장이 했는데 정확했네요. {아무래도 야당을 강하게 비판할 거 같다고 했는데 제 예측이 그대로 맞아떨어졌습니다.} 정치부 기자 경력이 상당히 오래됐죠? 류실장이. {그렇게 오래되진 않았지만요. 네, 좀 맞췄네요.} 뭐 누구나 맞출 수 있는 그런 수준의 얘기였지만…]

류스트라다무스의 예측이 딱 맞아떨어졌죠.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의 연설, 하루 전날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연설을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사실 국장 말씀도 맞는 게, 지금 국회상황을 보면 양당 대표가 으르렁 거릴 수 밖에 없어보입니다.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법안을 밀어붙이면 국민의힘이 반발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데요. 여야의 대치 대표들의 거친 연설에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 압수수색, 구속기소, 정쟁에만 몰두하는 윤석열 정권을 두고 '압구정' 정권이라는 비판이 공감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김기현/국민의힘 대표 : 사법리스크, 돈봉투 비리, 남 탓 전문, 말로만 특권 포기, '사돈남말' 정당 대표로서 하실 말씀은 아니었습니다.]

당 대표들의 연설에 공통점도 있었죠. 상대 당 의원들은 고성을 지르고, 자당 의원들은 박수를 쳤다는 점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입법을 가로막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연설을 듣고 30~40% 연설문을 고쳐서 '사돈남말'이란 부분을 새로 썼다는 게 김기현 대표의 설명인데요. 서로 상대방의 고성 데시벨을 높여준 셈입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 19일) : 오늘은 양회동 씨가 삶을 등진 지 49일째 되는 날입니다. 하지만 정부 누구도 이 죽음에 대해서 반성하거나 책임지지 않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님 여러분, 비난만 하지 말고 제 말씀을 좀 들어보십시오.]

[김기현/국민의힘 대표 (어제) : 탈원전, 태양광 마피아, 세금 폭탄, 흥청망청 빚 얻어서 나라살림 망쳤던 민생포기, 경제포기했지 않습니까?]

[정청래/더불어민주당 의원 : 울산 땅, 땅대표. 울산 땅, 땅대표.]

[강민국/국민의힘 의원 : 야 정청래! {왜!}]

[정청래/더불어민주당 의원 : {정청래!} 어디다 대고 삿대질이야.]

그런데 이 장면, 민의의 전당 국회에 방청온 초등학생들이 보고 있었는데요. 어떤 느낌을 받고 돌아갔을지 걱정이 됩니다. 앞서 여야 대표는 일대 일 만남도 추진했었죠. 이런 식이라면 두 사람의 만남 분위기 불 보듯 뻔해보이는데요. 밥 한번 먹자, 소주 한잔 하자, 말만 오가고 진척은 없는 상황인데, 여기 진심이 담겨있는지도 살짝 의문이 듭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 14일) : 굳이 원하시니 비공개로 소주 마시면서라도 만나서 얘기하고 싶습니다. 대신에 의제는 술 얘기, 밥 얘기가 아니라 추경 얘기라야 합니다.]

[김기현/국민의힘 대표 (지난 14일) : 환영합니다. 단순하게 국면 전환 혹은 시선 회피를 위한 형태의 립서비스가 되지 않도록, 실질적인 내용을 갖춘 대화가 될 수 있도록 잘 챙겨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양당 대표의 정책 방향도 정 반대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일단 외교 방향 살펴보면요. 이재명 대표는 우리 정부가 오히려 일본 정부를 대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고요. 김기현 대표는 이 대표가 중국에 '사대주의' 외교를 했다고 몰아세웠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 19일) : '희석된 핵 오염수를 마실 수 있다' 이런 한덕수 총리님의 말씀처럼 오염수 안전성 홍보에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보다 오히려 더 나서고 있습니다.]

[김기현/국민의힘 대표 (어제) : 야당 대표라는 분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중국 대사 앞에 가서 조아리고 훈계 듣고 옵니까. 이게 외굡니까, 이게? 굴종적인 사대주의죠!]

김기현 대표는 나아가 국내 거주 중국인들에 대한 투표권도 제한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들이 등록할 수 있는 건강보험 피부양자 범위를 축소해 '건강보험 먹튀'를 막겠다고 했는데오늘은 이런 내용을 내년 총선 공약에 반영하겠다고 했습니다.

두 대표의 노동 정책 관련 입장 차도 극명했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주 4.5일제 도입을 넘어 주 4일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김기현 대표는 노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주 52시간 상한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 19일) : SK, CJ ENM, 카카오게임즈 같은 데에 이어서 삼성전자의 부분적인 주4일제 시행으로 우리 기업들의 근무 단축 실험도 점차 확산돼가고 있습니다. 아무리 험해도, 어려운 길이라도 가야 할 곳이라면 길을 만들어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기현/국민의힘 대표 (어제) : 근로자의 필요와 선택에 따라서 쉬고 싶을 때는 확 쉬고, 일할 때는 집중해서 일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그래서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노동자와 기업 모두에게 윈윈이라는 겁니다.]

양당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 자세히 살펴보니 더 충돌할 수 밖에 없어보이죠. 지금부턴, 두 사람의 제안들 좀 따져보려고 합니다. 김기현 대표는 정치쇄신 3대 과제를 제시했는데요. 국회의원들의 정수 축소, 무노동 무임금, 불체포 특권 포기 서명까지 하자는 겁니다. 여기서 첫번째, 국회의원 300명 중에서 10%, 30명을 줄이자는 주장은 김 대표가 수시로 해왔던 주장입니다.

[김기현/국민의힘 대표 (어제) : 의원 300명인데요. 10% 줄여도 국회 잘 돌아갑니다. 아무 문제 없습니다. 엉뚱한 정쟁 유발하는 것, 포퓰리즘에 골몰할 그 시간에 진짜 할 일 하면 됩니다.]

맨날 싸우는 모습만 보이는 국회의원, 숫자 줄이자는 주장은 흔히 나오는 얘긴데요. 당 차원에선 "(의원정수 축소가)국민의 뜻"이고, 당론으로 채택될 가능성도 있단 얘기가 나왔습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디를 줄일지는 복잡한 논의가 필요하죠. 비례대표 부터 손댈 수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김병민/국민의힘 최고위원 (MBS '김종배의 시선집중') : 의원 정수를 10% 정도 줄이는 것에 대해서 여야가 합의를 진행하게 된다면 그다음은 비례대표 축소, 그리고 일부 지역구에 대한 조정, 이런 일들이 그다음 순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이철규/국민의힘 사무총장 (SBS '김태현의 정치쇼') :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의 뜻입니다. 국민들의 바램이 바로 '국회의원 정수가 너무 많다, 줄여라…']

하지만 국회 차원에서 관련 논의를 하는 정개특위에선 정 반대결과가 나왔습니다. 시민 참여단 469명이 숙의과정을 거친 뒤 의견을 들은 결과, 비례대표를 오히려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아진 겁니다. 국민의힘은 조사 설계 과정에 민주당 추천 인사가 많아서 편향된 것 아니냔 의혹을 제기했는데요. 조사에 참여한 서울대 박원호 교수는 "한쪽으로 몰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는데요. 다만 학자들의 대부분은 오히려 의원정수 확대에 찬성한다고 했습니다.

[박원호/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어제) : 정치학자들이, 예를 들자면 정치학자들 10명을 붙잡고 '야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게 맞아, 줄이는 게 맞아?' 그러면 제가 생각하기에는 10 중에 9명 내지는 10명 정도는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게 맞다고 답변을 할 겁니다. 더 나아가서 이제 생방송에 나와가지고 '내가 의원 정수를 줄여야 되겠다'라고 그렇게 답을 할 정치학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제안한 의원정수 축소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지는데요. 정개특위 공론조사도 국민의힘의 방향과 달랐던 만큼, 여야 협의는 요원해보입니다.

[송갑석/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SBS '김태현의 정치쇼') : 얄팍한 국민 여론에 기대서 의원 정수를 삭감하겠다, 축소하겠다. 불과 2주 만에 500명의 공론을 모아주신 국민들이 상당히 전향적인 의견을 또 제출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굉장히 무책임한 제안들이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재명 대표는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선언했죠.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 19일) : 저에 대한 정치수사에 대해서 불체포권리를 포기하겠습니다.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서 영장실질심사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습니다.]

국회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집행하려면 회기 중엔 체포동의안 표결이 필요하다는 건 헌법에 명시된 사안이죠. 한동훈 법무장관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 따져물었습니다.

[한동훈/법무부 장관 (어제) : 이재명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 행사하지 않겠다'고 말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중요한 건 말이 아니라 실천인데요. 현행법상 불체포특권 포기를 실천하기 위한 방법은 제가 생각하기에는 방탄 국회를 열지 않거나, 아니면 당론으로 가결시키는 것밖에는 없거든요. 어떤 것을 하시겠다는 건지 저는 궁금합니다.]

민주당에선 이 대표의 '불체포 특권 포기', 오랜만에 국민들이 듣고싶었던 얘기가 나왔다고 옹호했습니다.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고도 했는데요. 구체적으론, 앞으로 두달 간은 국회를 열지 않을테니, 수사를 마무리 짓고 영장을 청구하라고 했습니다.

[김영진/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당내나 국민들께서 '아, 이재명답다' 이런 평가가 좀 많았어요. 저는 이재명 대표의 고뇌에 찬 결단 관련해서는 이후에 이제 검찰이 답할 차례가 됐다. 7월, 8월 두 달 동안 60일이 열려 있었기 때문에 영장실질심사를 통해서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

국민의힘에선 "영장시한까지 민주당이 정해주느냐, 사법권 침해"란 비판이 나왔습니다. 김기현 대표는 이 대표의 '불체포 특권 포기' 선언 '비명계'의 반발을 사전에 억제하려는 포석이라고 평가 절하했는데요. 본인이 주장한 불체포 특권 포기 서명에 동참하라고 압박했습니다.

[김기현/국민의힘 대표 : 혁신위원회의 명단을 최종 발표하기 전에 먼저 불체포특권 포기로 자신의 선명성을 드러내면서 비명계의 여러 가지 반발들을 사전 억제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던 것이다, 정략적인 의지가 담겨있던 것이다라는 평가를 한 분들이 계신데 제가 사실관계를 다 확인할 순 없지만 민주당은 당연히 불체포특권 포기하겠다는 의원들 전원의 서약을 받아내는 데 아무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서명에 동참할 거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즉답을 피했는데요. '불체포 특권 포기'를 누가 주도하느냐, 여야의 주도권 싸움이 불거진 듯한 모양샌데 혹시 이 대표 본인만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한 거였을까요. 무소속 송영길 전 대표는, 불체포 특권 포기는 '야당이길 포기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송영길/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이런 검찰독재정권에 불체포특권이 없으면 입법부가 어떻게 이런 검찰독재정권과 싸울 수가 있겠습니까? 이 검사와 맞서 불체포특권 포기하자는 사람은 투항주의자로 봅니다. 야당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김기현 이재명 대표 각기 다른 날 연설했는데도 거의 접점을 찾을 수 없었는데요. 정치권에선, 서로 '제안을 위한 제안'을 했단 진단이 나왔습니다. 총선이 다가올 수록 두 사람이 직접 만나긴 어려워질텐데, 국회 상황실에서 여야의 대치 말고 협치 소식, 가끔은 전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국회의원 10% 축소, 여야 동상이몽…이재명 "불체포특권 포기"했지만 송영길 "야당이길 포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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