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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올림픽] 서울 지적장애인 농구대회, '뜨거운 심장이 뛰었다'

입력 2012-07-15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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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올림픽] 서울 지적장애인 농구대회, '뜨거운 심장이 뛰었다'


14일 서울 강서구 KBS 88제2체육관 관중석(1365석)은 사람들과 그들이 내뿜는 열기로 가득 찼다.

유명 가수 공연이나 인기 프로스포팀 경기가 아니었다. 이날 체육관에선 서울시장애인복지시설협회가 주최한 제10회 서울시 지적장애인 농구대회가 열렸다. 기량에 따라 A·B·C 세 그룹으로 나뉘어 총 30개 팀이 3대3 경기를 펼쳤다.


▶A그룹 : 최강팀에 도전한 배드보이즈

이 대회 전통의 최강팀은 A그룹에 출전한 피닉스다. 서초구 내곡동 소재 다니엘학교 고등부 재학생으로 이뤄진 이 팀은 전국장애인체전 지적장애인 농구 부문에서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14일 대회에서도 1차전에서 다니엘보이즈, 2차전에서 패닉을 꺾고 결승에 올랐다. 피닉스의 상대는 충북 충주의 지적장애인 생활시설 '마리스타의 집' 농구팀인 배드보이즈였다.

배드보이즈 감독 김종규씨는 결승전 직전 선수들에게 "골보다는 수비에 집중하자"고 주문했다. 배드보이즈의 에이스는 가드를 맡고 있는 7번 동준환이다. 시작부터 날렵한 드리블로 상대 수비를 파고 들었다. 그러나 게임 조율보다는 개인 플레이가 앞선다. 의욕적으로 던진 슛은 림을 빗나갔고 상대는 침착한 리바운드로 스코어를 4-0으로 벌렸다.

배드보이즈의 장점은 세 선수의 기량이 고르다는 것. 에이스인 가드 민모세는 넓은 시야로 경기를 조율했고, 골밑은 190cm 장신 안정훈이 지켰다. 포워드를 맡은 양용천의 기량도 안정돼 있다. 스코어 4-2에서부터 피닉스의 진가가 드러났다. 민모세의 과감한 돌파, 안정훈의 골밑슛, 양용천의 외곽슛이 잇따라 터지면 여덟 골을 연속으로 성공시켰다. 이 사이 배드보이즈의 득점은 2점에 묶였다. 전반 10분이 끝나는 순간 배드보이즈 동준환이 버저비터 슛을 날렸다. 공은 림으로 빨려들어갔고 전반전 최종 스코어는 20-4가 됐다.

전·후반 10분씩인 경기에서 16점 차이는 쉽게 극복하기 어렵다. 하지만 후반전에서 배드보이즈는 좀 더 힘을 냈다. 동준환의 슛 적중률이 높아졌고, 동료들도 열심히 상대를 막았다. 최종 스코어는 29-18로 피닉스의 승리. 후반만 따지면 14-9로 배드보이즈가 앞섰다. 내년 대회에선 더 나은 결과를 얻을지 모른다.


▶B그룹 : 불꽃슛 농구단의 우승 스토리

B그룹 결승 진출팀 불꽃슛 농구단은 올해 선전이 돋보였다. 서울 관악구 거주 지적장애인과 자원봉사자들이 만든 이 팀은 2009·2010년 대회에서 모두 1차전에서 탈락했고, 지난해엔 준우승에 머물렀다. 서울대 경영학과 재학생인 성정헌 코치는 "올해 첫 우승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상대팀 덩키스도 만만치 않았다. 전반 중반까지 불꽃슛은 7-12로 끌려갔다. 그러나 전반 종료 30여 초를 남겨두고 가드 허민이 골밑슛을 성공시켜 스코어를 12-14로 좁혔다. 곧바로 압박 수비로 들어가 덩키스의 마지막 공격 기회를 슈팅 없이 막는 데 성공했다. 전반 막판에 달아오른 분위기는 후반으로 이어졌다. 후반 시작과 함께 불꽃슛은 허민과 이정현의 득점이 잇따라 터지며 역전에 성공했다. 팀 최연장자인 이정현(23)은 골밑에서 몸싸움을 하다 눈을 다치는 와중에도 끝까지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했다. 응원석에서 "수비" 구호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불꽃슛은 후반전 상대 득점을 0점으로 묶고 18-14 스코어로 염원하던 첫 우승을 따냈다.

본부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최영호 서울시 장애인농구협회 전무이사는 "저 팀은 내년 A그룹에서 뛰어도 손색없다"며 "A그룹 팀은 농구를 잘하는 일반 고교생 팀과 붙을 수 있는 수준이다. 지적장애 선수가 이 수준까지 올라오기는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불꽃슛의 우승 비결은 기존 에이스 이정현 외에 가드 허민의 기량이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원 맨 팀에서 득점 방법이 많은 팀으로 변신했다. 성 코치는 "(이)정현이가 어느 순간부터 (허)민이를 인정하면서 슛 기회를 주기 시작했다. 우리 선수들이 저렇게 발전하는구나라는 생각에 감격스러웠다"고 말했다.

한편 C그룹 결승에선 서울인강학교 농구팀이 POP(서울지적장애인자립지원센터 농구팀)을 꺾었다. 이 팀은 지난해 창단했다. C그룹 선정 기준은 '패스와 슛의 이해도가 부족한 팀'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그 기준을 뛰어넘고 싶어한다. 한정석 인강 감독은 "내년 목표는 무조건 B그룹 진입"이라고 희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최민규 기자 didofid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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