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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무시·늦장보고·뒷북대응…드러나는 경찰 지도부 '민낯'

입력 2022-11-0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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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신고무시·늦장보고·뒷북대응.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 지휘부의 안일했던 행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현장의 대응이 미흡했다며 경찰 일선에 책임을 돌렸던 윤희근 경찰청장의 발언이 무색해졌는데요. 사전 대응은커녕, 당일 대처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경찰의 민낯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관련 내용, 정치 인사이드에서 짚어봤습니다.

[기자]

'이태원 참사'로 드러난 엉망친창 재난관리 시스템. 특히 경찰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죠? 신고무시, 늦장보고, 뒷북대응, 한마디로 경찰 조직의 '총체적 참사'가 아닐까 싶은데요. 그 중심엔 경찰 지도부가 있었습니다.

숨을 못 쉬겠다, 압사당할 것 같다는 112 신고가 빗발쳤던 사고 당일.

[사고 당시 112 첫 신고자 (지난 1일) : 또 밑에서 얼마나 많은 인구가 올라오고 있는지를 모르고 서로 그냥 부딪치는데 구호를 외치면서 못 올라오게 했었거든요, 그 당시에도 벌써. 그 시간에도 벌써 숨쉬기가 힘들 정도였고 공포감이 저는 너무 심했어요.]

경찰은 사전대응은커녕, 신고 접수 뒤 사후조치조차 없었죠? 윤희근 경찰청장은 일선 파출소에 책임을 떠넘겼는데요.

[윤희근/경찰청장 (지난 1일) : 112신고를 처리하는 현장의 대응은 미흡했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이태원 파출소 경찰들, 당시 현장에서 최선을 다했죠?

[김백겸/이태원 파출소 경사 (유튜브 '니꼬라지TV' / 지난달 29일) : 다 이동하세요! 모여있지 말고…자 이쪽으로! 이쪽으로! 사람이 죽고 있어요!]

[이태원 파출소 경찰 (JTBC '뉴스룸' / 어제) : 굉장한 실망감과 분노까지라고, 분노라고도 표현을 하겠습니다. 물론 돌아가신 고인분들 앞에서 이런 말 써서 죄송합니다마는. 저희가 이태원의 치안을 맡고 있는 경찰관으로서 치안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112 신고 처리가 미흡해서 그런 사태가, 참사가 났다는 것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애초에 20명의 경력으로 13만 인파를 통제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태원 파출소 측은 사전에 서울경찰청에 기동대 파견을 건의했었다고 밝혔는데요.

[이태원 파출소 경찰 (JTBC '뉴스룸' / 어제) : 많은 인파가 몰릴 걸로 예상됐다면 충분히 사전에 그런 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고요. 기동대를 동원한다든가 어떤 경력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의 계획을 충분히 만들 수 있었다고 봅니다.]

서울경찰청은 "터무니 없는 말이다", 일단 부인을 했습니다.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는 수사를 통해 밝혀질 부분입니다. 다만 분명한 건, 당일에라도 기동대 투입은 가능했다는 겁니다. 광화문 집회 현장에서 용산으로 이동한 기동대 한 팀, 오후 8시부터 녹사평역과 삼각지역 인근에서 야간 대기 중이었다고 하죠?

[민관기/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어제) : 한 1km 정도 된다고 하는데 기동대의 운용 경력이라든가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아마 지휘부에서 판단을 했어야 되는 부분이 아닌가…]

대통령 사저 인근인 서초에도 2개의 기동대가 교대 근무를 했습니다. 집회나 시위도 없었는데 말입니다.

[김교흥/더불어민주당 이태원 참사 진상조사단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판단을 해서 이 위급상황에 대해서 대처를 했다면 무슨 뭐, 경찰병력이 시위 때문에 분산돼서 그랬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112 신고를 받은 경찰이 발빠르게 움직였다면, 기동대가 참사를 막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서울경찰청 112 상황실, 일선 현장에 신고 내용만 전달했을 뿐, 윗선으로 상황보고는 하지 않았죠? 서울경찰청장을 대신해 당직을 총괄해야 할 상황관리관 류미진 총경은 아예 자리를 지키지도 않았습니다.

[권은희/국민의힘 의원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 112 상황 관리관은 체계상으로 보면 서울청장의 직할입니다. 관련된 서울청의 주요 상황이 있으면 서울청장에게 직접 바로 보고하도록 되어 있는 자리입니다.]

이번 참사의 책임, 과연 112 신고를 처리하는 현장 대응만의 문제였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번 참사의 징후,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에게 사전 보고가 됐었죠. 대통령실 인근의 집회를 통제한 뒤, 삼각지 인근에서 식사를 하던 도중에 상황 보고를 받았다고 하는데요. "이태원 현장 상황이 위험하다"는 보고가 올라왔다는 겁니다. 보고 시각은 밤 9시 30분쯤. 용산서 119 치안상황실장이 인파 통제를 위해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를 서울교통공사에 요청했다고 주장한 바로 그 즈음(밤 9시 38분)입니다. 이때라도 현장으로 빠르게 이동해, 조치에 나섰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도 있겠죠? 그런데, 이 전 서장이 현장에 나타난 시각, 이태원 참사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참사(10시 15분)가 난 지 5분 뒤인 10시 20분이었습니다. 그전에 사전 지시라도 내렸느냐? 아무런 조치도 없었습니다. 사후약방문이라고 할까요? 뒤늦게 차량 통제와 안전사고를 예방하라, 뒷북만 울렸을 뿐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10시 20분에 도착했다는 보고서 내용, 이마저도 거짓이었습니다. 경찰청은 이 전 서장이 참사 발생 50분 뒤인 11시 5분에서야 현장에 도착했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삼각지에서 이태원까지 거리 1.8km입니다. 9시 30분에 상황 전파를 받고, 11시 5분에 현장에 나타날 때까지 1시간 35분 동안 어디서 뭘 하고 있었던 걸까요? 그렇다고 윗선 보고라도 빠르게 했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밤 11시 36분이 돼서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보고가 이뤄집니다. 사고가 발생한 지 1시간 21분이나 지나서입니다. 이 와중에 김 청장은 3번이나 보고 전화를 받지 못했다고 하죠? 뒤늦게 연락을 받고선, 자신의 상관인 윤희근 경찰청장에겐 아예 보고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윤 청장은 자정이 지난 0시 14분쯤 경찰청 상황실을 통해 참사 소식을 접했다고 하는데요. 윤 청장 역시 밤 11시쯤 잠이 들어 사고 발생 문자와 전화를 놓쳤습니다. 이태원 파출소 경찰들이 학수고대했던 기동대 투입, 0시 19분이 되어서야 윤 청장의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참사가 난 지 두 시간이 지나서입니다.

경찰의 보고 체계, 지휘계통을 통해 이뤄지는 지휘보고와 각 단위의 상황실을 중심으로 한 참모보고로 나뉜다고 하는데요. 참모보고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교흥/더불어민주당 이태원 참사 진상조사단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1단계로 용산서 상황실은 서울청 상황실과 용산서장, 이렇게 보고하게 돼 있고요. 2단계로 서울청 상황실은 본청 상황실하고 서울청장. 3단계로 본청 상황실은 본청장, 경찰청장한테 이렇게 보고하게 돼 있어요. 그런데 저는 왜 이 축이 무너졌는지…]

[권은희/국민의힘 의원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 지휘보고와 참모 체계가 전부 다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그렇다고 한다는 것은 이 보고 라인에 있는 사람들 자체가 이 상황을 '신속하게 보고해야 되는 중요한 사안이다, 대비를 해야 되는 상황이다'라고 하는 인식들 자체가 없이 안이하게 보고 있었기 때문에, 이 보고체계 역시 완전히 무너진 그런 상황으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무너저버린 보고체계. 애초에 경찰의 빠른 대응을 기대한 것 자체가 무리였을까요?

늦장보고에 따른 뒷북대응, 결과는 인명구조 실패로 이어졌습니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참사가 발생한 뒤 1시간 45분이 지난 자정쯤 구급차 통행로 확보를 지시했다고 하죠? 이미 골든타임은 한참 넘긴 뒤였습니다.

참사 당시 구급차로 환자를 이송하는 데 걸린 평균 시간! 무려 2시간 30분이었습니다. 특히 구급차가 신고를 접수한 뒤, 이태원 참사 현장에 도착하는 데만 평균 1시간 38분이 걸렸습니다. 이번 사고를 참사로 불러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의 정치 인사이드, 이렇게 정리합니다.

[조성덕/경기 수원시 인계동 : 의문이 듭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배우기론 국가의 기본적인 역할은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는 것으로 배워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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