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양계 농가, 최악의 위기… "도산 번호표 뽑아든 심정"

입력 2013-01-08 21:41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지방에 있는 한 양계농가에서 하루에 닭이 수백마리씩 굶어죽고 있습니다. 닭가공업체가 적자로 문을 닫으면서 판로가 막히자 먹이 주기를 포기한 겁니다. 양계 산업 붕괴의 첫 신호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지은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보름 전 폐업한 충남의 한 닭가공업체.

1년새 닭값이 30%나 곤두박질 치면서 누적돼온 적자를 견디지 못해 문을 닫았습니다.

이 업체에 닭을 공급해 온 양계농가 수십여곳은 벼랑끝에 몰린 상황.

판로가 막혀 닭 사육을 계속할 이유도 사라졌습니다.

이 농가의 닭 출하가격은 kg당 800원선.

생산원가의 반 밖에 되지 않는데다 사료값 부담도 만만치 않아 이렇게 하루 500마리 넘게 굶어 죽고 있습니다.

[어성원·곽송아/양계 농가 : 사료값이 없어서 닭이 굶고 있고 사료값만 1억4천만원이 넘었습니다. 친구, 친척 돈 끌어낼 곳은 다 했는데도 안돼요.]

다른 농가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

하림과 마니커 등 대형 가공업체들조차 수익이 급격하게 줄고 있어 언제 판로가 막힐지 모릅니다.

[이준동/한국양계협회장 : 도산 번호표를 뽑은 것이나 다름없어요. 5대 기업 안에 회사 중 조만간 도산할 회사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양계 산업이 이렇게 위태롭게 된 데는 계속된 불황 탓에 국내산 닭 소비가 급격히 준 가운데, 값싼 외국산 닭과 종자 닭 수입이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정부 당국은 이렇다 할 대책이 전무한 상황.

[농식품부 관계자 : 업체들이 90% 이상 장악하고 있어요. 비축과 감축을 하고 소비에}{따라 조절해야 하는데 서로 안되고 경쟁하다 보니까 정부에서 딱히 정책 개입은 안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장치도 없이 시장 자율에만 맡긴 건 무책임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은집/천안연암대학 축산학과 교수 : 종자 닭 쿼터제나 수매 지원 등을 해줘야 하는데도 정부에선 물가 관리는 하면서도 대책은 없는 상황입니다.]

정부의 안이한 대응 속에 국내산 양계산업이 전례없는 최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