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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유승민 때리고 김기현에 침묵…홍준표, 윤심 맞추기?

입력 2023-01-1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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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홍준표 대구시장이 최근 중앙 정치 현안과 관련해서 여러 의견을 내놓고 있죠. 특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관심이 많은데요. 나경원 전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등 비윤계 주자들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오늘(11일)은 유승민 전 의원과 설전을 뜨겁게 벌였는데, 관련 내용을 '줌 인'에서 짚어봅니다.

[기자]

[홍준표/당시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지난해 3월 31일) : 제가 중앙정치에서 비켜나 주는 것이 선의의 경쟁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그런 모습이라고 판단을 했습니다. 옛날 영남의 선비들은 괘방령을 넘어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올라갔고 추풍령을 넘어 낙향을 했다고 합니다. 저도 이번에는 추풍령을 넘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 지난해 출마를 선언하면서 한 말입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패배한 이후 하방을 선언했었죠. 그리고 택한 다음 행보가 대구시장이었는데요. 당선될 때만 하더라도 중앙정치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습니다.

[홍준표/당시 대구시장 당선인 (MBC '100분토론' / 지난해 6월 21일) : 중앙정치에 관여 안 하겠다. 대구가 몰락을 했으니까 대구 재건하는 데, 사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 중앙정치에 관여 안 하겠다. 그렇게 한 바람에 내가 한마디도 지금 안 하고 있어요.]

하지만, 처음부터 지키지 못할 약속이었나 봅니다. 최근엔 그 누구보다 열심히 중앙정치 현안을 들여다 보고 있는데요.

홍 시장, 특히 국민의힘 당권 경쟁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당권 주자들을 겨냥한 메시지를 자주 내놓고 있는데요. 한 마디로 정리하면 '나·유에게는 엄격하고 김에게는 관대하고'입니다. 나경원 전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등 비윤 주자들을 연일 때리고 있죠. 홍 시장이 지난 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볼까요? 미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 항공편을 타기 직전에 게시한 글인데요. "내용 없이 이미지만으로 정치하는 시대는 끝났다. 친이에 붙었다가 잔박에 붙었다가, 이제는 친윤에 붙으려고 하는 것을 보니 참 딱하다", 실명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누가 봐도 나 전 의원을 향한 메시지였습니다. 뒤에 이어진 '보수의 품격'이란 말이 힌트인데요. 지난 2017년 11월 나 전 의원이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 시장에게 했었던 말이죠.

[나경원 (음성대역/2017년 11월 28일) : 지금 보수의 혁신, 변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홍준표 대표의 막말이다. 보수의 품격을 떨어트리고 국민을 등돌리게 하는 막말을 더이상은 인내하기 어렵다.]

홍 시장은 나 전 의원에게 품격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받았던 말을 그대로 돌려줬는데요. 나 전 의원, 지난 5일 '출산 시 대출 원금 일부 탕감' 정책을 언급했다가 본의 아니게 대통령실과 마찰을 빚었죠.

[나경원/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지난 5일) : 아이 출산에 따라서 지금 보면, 그동안 제도는 이자를 조금 더 낮춰드리는 게 있는데, 이거보다는 조금 더 과감한 정책, 일종의 원금 부분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탕감할 수 있는 부분은 없나, 이런 것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안상훈/대통령실 사회수석 (지난 6일) : 본인의 개인 의견일 뿐 정부의 정책과는 무관하고 오히려 윤석열 정부의 관련 정책 기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홍 시장은 나 전 의원이 궁지에 몰리자 기다렸다는 듯 훈수에 나섰습니다. 나 전 의원 발언을 '좌파 포퓰리즘적 출산 장려 정책'으로 규정했는데요. "그런 정책 발표는 집행 책임 없는 국회의원 때나 가능한 것이지 정부 관료로서는 지극히 부적당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지 말라는 충고도 남겼는데요. "두 자리를 놓고 기회를 엿보면서 설치면 대통령실도 손절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한 겁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과거 홍 시장도 나 전 의원과 비슷한 취지의 출산 장려 정책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던 바 있는데요. 지난 2021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 토론회에서 한 말입니다.

[홍준표/당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2021년 10월 22일) : 우리나라의 출산 장려 정책은 실패를 했고 이게 이제 간접 지원을 확대하다 보니까 실패한 측면이 있어가지고 직접 지원제도로 한번 바꿔보려고 하고, 지금 헝가리 같은 경우에는 2019년도 2월에 실시한 정책을 보면 결혼 시에 4000만원 대출을 하고, 아이 낳으면 이자 면제하고, 그다음에 둘 낳으면 원금 3분의 1 탕감을 하고, 셋 낳으면 전액 탕감을 해준다고 합니다.]

홍 시장도 이때는 좌파 포퓰리즘 정책에 빠져 있던 걸까요? 당시 원희룡 후보에게 "허경영 같다"는 핀잔을 듣기도 했습니다.

[원희룡/당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2021년 10월 22일) : 이렇게 헝가리나 스웨덴처럼 직접지원책을 쓰자, 저는 기본적으로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직접지원책에 대해서 가장 화끈한 사람이라고 그러면 허경영을 따라갈 수 없겠죠. {그렇죠!} 네, 그래서 그 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재원이라든지…]

[홍준표/당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2021년 10월 22일) : 그런데 후보님, 허경영이는 공약이 좀 허황됐지 않습니까?]

[원희룡/당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2021년 10월 22일) : 그런데 이게 우리가 인기를 끌려고 경쟁하다 보면 자꾸 허경영 쪽으로 가는 후보들이 있더라고요.]

홍 시장은 오늘 유승민 전 의원도 직격했는데요. 선제 도발에 따른 원점 타격이라고 해야 할까요? 유 전 의원, 오늘 대구경북 중견 언론인 모임이 초정한 토론회에 참석했죠. 이 자리에서 홍 시장을 향해 먼저 포문을 열었는데요.

[유승민/전 의원 (유튜브 '오마이TV') : 그분이 대구시장에 대해서 진짜 고민하는지, 안 하는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대구가 어떻게 1인당 GRDP 30년째 꼴찌에서 벗어날지 그것만 고민해야지, 왜 페북에 남 비난하는데 그렇게 에너지를 쏟아붓습니까. 저는 대구시장이 그렇게 할 일 없는 자리인지 몰랐습니다.]

지방정치에 집중해야 할 홍 시장이 중앙정치에 공력을 낭비하고 있다는 취지인데요. 홍 시장은 약자에게만 강한 스타일이라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유승민/전 의원 (유튜브 '오마이TV') : 그분 '강약약강' 아닙니까? 강한 사람한테는 약하고, 약한 사람한테는 강합니다. 저는 그동안 홍 시장 저한테 여러 가지 진짜 말도 안 되는 비난을 해도 제가 그동안 참고 있었는데 뭐, 언제든지 싸움을 걸어오면 제가 싸워줄 자신은 있습니다.]

홍 시장은 이 발언에 발끈했는데요. 먼저 중앙정치에 관여하는 건 자신이 당 상임고문이기 때문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유 전 의원 같이 그간 대구 구태들이 몰락시킨 대구를 재건하고 있다"고 반발했는데요. 유 전 의원이야말로 대구 GRDP를 꼴찌로 만든 장본인이라고 직격하기도 했습니다.

[홍준표/대구시장 (페이스북 음성대역) : 대구 GRDP 꼴찌를 만든 장본인이 적반하장으로 대구를 팔고 다니니 가관 입니다. 연탄가스처럼 틈새만 있으면 비집고 올라와서 당원과 국민들을 이간질 하는 그 못된 버릇은 새해가 되었으니 모두 버리고 아직 시간이 있을때 이젠 개과천선 하십시오.]

비윤 주자들에게 유독 날을 세우는 홍 시장, 윤심과는 코드 맞추기에 들어간 걸까요? 윤심을 등에 업었다는 김기현 의원에게는 너그러운데요. 김 의원에 대해선 싫은 소리 한 마디 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장연대를 형성한 두 의원과의 개인적인 친분 때문인 것 같기도 한데요. 여기서 잠깐 과거를 살펴볼까 합니다. 박 마커의 '슬기로운 과거탐구생활'인데요. 홍 시장은 한나라당 대표를 맡았던 지난 2011년, 김기현 의원을 대변인으로 임명했었죠. 자유한국당 대표 시절에는 장제원 의원에게 수석대변인을 맡겼는데요.

[장제원/당시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 (2017년 11월 13일) : 안녕하십니까. 오늘 제1야당의 대변인으로 임명받은 장제원입니다. 이 어려운 시기에 대변인으로 임명돼서 참 어깨가 무겁습니다. 우리 언론인 여러분들께서 애정 어린 이런 충고와 또 성원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장연대 두 사람 모두 홍준표의 입 역할을 했던 셈입니다. 물론 아픈 역사도 있습니다. 최측근인줄 알았던 장 의원, 지난 대선 때는 윤석열 후보로 환승했었는데요.

[윤석열/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 (지난해 3월 4일) : 이 단일화 과정에서는 이 사상의 아들, 장제원 의원이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홍 시장과 장 의원의 관계는 여전히 나쁘진 않다고 합니다. 장 의원이 '영원한 브라더'라던 권성동 의원과도 거리를 두고 김장연대란 정치적 승부수를 띄운 상황이죠. 홍 시장이 옛정을 고려해 장 의원을 우회 지원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는데요.

홍 시장이 암묵적으로 김장연대를 지원하는 건 단순히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고려한 전략적 판단이란 해석도 있습니다. 당내 주류인 친윤계와 가까이 지내면서 당내 입지를 다지려는 속셈이라는 건데요. 홍 시장, 지난 대선 경선 이후만 하더라도 윤 대통령과 껄끄러운 관계로 알려졌었죠. 하지만 지금은 윤 대통령과 관계가 개선됐다고 하는데요. 지난해 10월말 두 사람이 따로 서울에서 만나 저녁 식사를 함께 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차기 대선 경쟁 구도를 고려했을 때도 홍 시장 입장에선 나 전 의원이나 유 전 의원이 당 대표가 돼서 좋을 건 없습니다. 특히 유 전 의원은 강력한 대선 맞수죠. 지난 대선 경선 토론회때 홍 의원이 유 전 의원에게 다소 밀렸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었는데요.

[유승민/당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2021년 10월 29일) : 어떻게 조국 사태 하나 났다고 그렇게 극단적인 교육정책을 하시냐 이겁니다.]

[홍준표/당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2021년 10월 29일) : 그러면… 대통령 되고 난 뒤에 다시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유승민/당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2021년 10월 29일) : 아니, 대통령 되려고 지금 국민 앞에 공약을 하는 건데 '아, 이거 좀 이상하면 대통령 되고 나서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이러시면 되겠습니까?]

[홍준표/당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2021년 10월 29일) : 그런 말을 할 수밖에 없죠. {아니죠. 아니죠. 공약을 낼 때 잘 내셔야죠!} 아니, 그러니까 공약을 낼 때 잘 내는 게 아니고! {고민을 하셔가지고…} 열심히 생각을 해보고 그리 정리를 했는데~ 유 후보님이 안 된다고 하니까… {하….}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겠다… 그런 취지로 말하는 거죠~]

나 전 의원도 이번에 당권을 잡을 경우 대권 후보로 정치적 체급이 뛸 가능성이 있죠. 결국 홍 시장의 최근 행보는 잠재적인 대선 경쟁자를 견제하기 위한 포석 깔기란 분석입니다.

오늘은 홍준표 대구시장에게 '줌 인'해봤는데요. '청년의꿈'이란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홍 시장, 조만간 '청운의꿈'으로 이름을 바꿀지도 모르겠습니다.

'줌 인' 한 마디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 '몸은 대구, 마음은 중앙' 홍준표, 비윤 주자 때리며 윤심 코드 맞추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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