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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산불 막으려 나무 베겠다?…'숲길 3000km' 계획 따라가보니

입력 2023-05-01 20:43 수정 2023-05-01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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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숲에 있는 나무들을 베어내고 그 자리에 도로가 생겼습니다. 산림청 계획대로면, 이런 길이 3천 킬로미터 넘게 산속에 만들어집니다. 이래야 산불을 막을 수 있다는 건데요.

과연 그럴지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숲에 들어가 봤습니다.

[기자]

4년 전 큰 산불이 덮쳤던 강릉 옥계면입니다.

불이 났던 숲 곳곳에 나무를 베고 길을 만들었습니다.

산불과 관련해 만든 길인데 뜻밖의 오토바이들이 흙먼지를 휘날리며 달립니다.

산림청은 숲에 폭이 넓은 도로가 있어야 산불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소방차가 쉽게 숲 안으로 들어가 불을 끌 수 있다는 겁니다.

해마다 세금 600억원을 들여 2027년까지 전국 숲에 도로 3000km를 만들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만큼 많은 나무를 벨 수밖에 없습니다.

효과가 있을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산불이 크게 났던 강릉의 또 다른 숲입니다.

산림청이 만든 도로를 따라 차로 30분쯤 올라가봤습니다.

산 정상에서 보니 도로 양쪽이 다 타버렸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도로가 바람길이 돼서 불이 빠르게 번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지난해 경남 밀양에서 난 큰 산불이 대표적인 사례라는 겁니다.

[홍석환/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 빌딩 사이에 공간이 생기면 바람이 그쪽으로만 불게 되잖아요. 숲 사이에 공간이 생기기 때문에 그 사이로 바람이 강하게 불 수밖에 없습니다.]

[황정석/산불방지정책연구소장 : 온돌에 구들을 놓는 원리와 똑같은 것인데…]

국제학술지에 실린 미국 오클라호마 대학 연구팀 논문에서도 강한 바람이 불면 도로가 불을 더 번지게 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산림청이 숲을 가꾸는 방식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참나무 같은 활엽수를 베고 경제성이 높다는 이유로 소나무를 심어왔다는 겁니다.

도로 옆에 위치한 소나무 숲입니다.

소나무가 둘러싼 사찰은 이렇게 전부 타버렸습니다.

그런데 소나무 사이로 밑동이 잘려나간 나무가 보입니다.

숲가꾸기 이름으로 벤 활엽수입니다.

이 소나무숲의 가장자리는 거의 불에 타지 않거나 일부만 탔는데, 가운데는 다 타버렸습니다.

활엽수가 있는 곳과 없는 곳의 차이입니다.

소나무 송진엔 테레핀이라고 하는 기름 성분이 있어 산불이 났을 때 불쏘시개 역할을 합니다.

반면 활엽수는 잎과 줄기에 물을 많이 머금고 있어 불에 잘 버팁니다.

[정진현/주민 : 수종을 바꿔서 이것저것 섞어서 심으면 산불이 덜 나지 않나. (소나무가) 불쏘시개 역할을 안 했겠죠.]

숲길을 만들 것이 아니라 심는 나무의 종류를 바꿔 산불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전국 숲에선 불에 잘 타는 소나무를 계속 심고 있습니다.

[산림청 조림사업 관계자 : 심었었어요. 2021년에. 심어놓고 1년 만에 탔지. {2021년에 소나무를 심었는데 다 타버렸고.} 그렇죠. {다시 또 소나무를…} 그렇죠.]

산림청은 소나무 같은 침엽수가 산불 위험을 높인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활엽수도 심겠다고 했습니다.

산림청은 숲이 산불에 탈 연료로 꽉 차있다고 말합니다.

나무를 잘라낸 뒤 길을 만들면 산불을 막을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숲을 잘 가꿔 산불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도 분명히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 했다면 숲의 모습은 지금과 달랐을지도 모릅니다.

(화면출처 : 유튜브)
(작가 : 유승민 / VJ : 김대현 / 영상디자인 : 김현주 / 인턴기자 : 김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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