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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기 금지' 법안 발의됐지만…국회 본격 논의는 아직

입력 2023-07-1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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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기를 먹지 않는다” 85.5%, “앞으로 개고기를 먹을 의향이 없다” 80.7%.

민관 합동 위원회인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가 지난해 초 전국 성인 남녀 151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입니다.

응답자의 55.8%는 '개 식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고, 28.4%만이 '현행 유지'를 원한다고 답했죠.

이미 10명 중 8~9명은 개고기를 먹지 않고 있고, 절반 이상은 개고기를 먹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답한 겁니다.

지난해 대전 유성구의 한 불법 개 농장에서 도축 위기에 놓인 대형견들이 짖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대전 유성구의 한 불법 개 농장에서 도축 위기에 놓인 대형견들이 짖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개 식용 금지와 관련한 각종 조례안·법안들이 발의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서울시의회에서는 '개·고양이 식용금지에 관한 조례안'이 발의됐습니다. 원산지나 유통처가 불명확한 개고기의 비위생적 실태를 서울시가 집중 단속하고, 개고기를 취급하는 업체에 5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 조례안은 심사 보류됐습니다.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국회가 상위법을 논의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가 논의를 보류한 겁니다.

그렇다면 상위법을 논의하고 있는 국회에서는 관련 논의가 얼마나 진행되고 있을까요.

"개고기 섭취도 금지" 법안 발의돼


21대 국회에는 개 식용 금지와 관련한 법안이 3건 발의되어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발의된 건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말 발의한 '개 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안'입니다.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사육·증식 또는 도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개를 사용한 음식물 또는 가공품을 취득·운반·보관·판매 또는 섭취하는 행위도 금지하는 법안입니다.

식용 개 농장을 폐쇄하고 폐업을 하는 경우 폐업지원금을 지급하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다만 지원 대상은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배출시설 허가를 받은 농장주로 제한됩니다.

한 의원은 지난 2020년 말에도 식용을 목적으로 개나 고양이를 도살하거나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도 올해 4월 비슷한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습니다.

개 식용 종식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국회 사진전 '편견(견)을 넘다'에 전시된 작품. 개 식용 사육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메시지가 적혀 있다. 〈사진=중앙DB〉

개 식용 종식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국회 사진전 '편견(견)을 넘다'에 전시된 작품. 개 식용 사육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메시지가 적혀 있다. 〈사진=중앙DB〉


논의 진행 안 되는 국회…“쟁점 많고 복잡”


법안 발의는 계속되고 있지만 관련 논의는 진척이 없습니다.

한정애 의원이 법안을 발의한 지 1년이 지난 2021년 말, 상임위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법안심사 소위에서 한 차례 언급됐을 뿐입니다.

당시 소위 회의록을 보면 “개·고양이의 식용 금지의 명문화는 생산자, 영업자, 동물보호단체, 관계부처 등의 다양한 의견이 존재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이해당사자 간 충분한 사전적 논의를 통해 추진될 필요가 있다”는 언급이 전부였습니다.

특히 당시는 정부가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를 출범하던 시기였습니다.

국회에서 적극적인 논의를 하기보다는 정부 논의사항을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강했던 거죠. 현재 이 위원회는 운영 기간만 무기한 연장한 채 아무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태영호 의원의 법안이나 한정애 의원이 최근 발의한 법안은 아직 논의가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21대 국회에서는 개고기 식용 금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이 없는 셈입니다.

국회 농해수위 관계자는 “쟁점이 너무 많고 복잡해 논의를 시작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다”면서 “일단 개 식용을 금지할 건지말 건지부터가 큰 쟁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개 식용을 금지하더라도 법에 명문화를 할 건지 말 건지는 또 다른 문제”라며 “개고기를 먹지는 않지만, 이를 먹지 말라고 법에 규정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관련 산업 종사자에 대한 지원과 보상책을 마련하는 것도 어려운 문제입니다. 누구에게 얼마를 지원할 건지, 지원 방식은 무엇인지 등도 하나하나 논의돼야 합니다.

초복(11일)을 사흘 앞두고 전국 31개 동물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2023 개 식용 종식 촉구 국민대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초복(11일)을 사흘 앞두고 전국 31개 동물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2023 개 식용 종식 촉구 국민대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국회서 논의될까


이 때문에 이번 국회에서도 개 식용 금지와 관련된 법안은 통과되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앞선 농해수위 관계자는 “일단 정부 차원에서 제대로 된 국민여론조사와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며 “지금은 여러 기관에서 개별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와, 파편적으로 적발해낸 불법 개 농장 사례만이 존재할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정확한 조사가 선행되고 관련 공감대가 형성돼야 국회에서도 법안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며 “사실상 이번 국회에서 논의를 마치긴 어렵지 않겠냐”고 덧붙였습니다.

반대로 최근 여론과 정치권 분위기를 봤을 때 법안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개 식용 종식에 힘을 싣자 여당에서도 관련 논의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정애 의원실 관계자는 “개 식용은 지금도 불법이지만 관례라는 명목으로 처벌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정부에서도 관련 논의를 더 해보겠다고 하는 등 전보다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발의한 법안이 21대 국회 내에 통과되기를 기대해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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