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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문항 배제'…대통령실 "3달 전 지시" vs 민주당 "사과하라"

입력 2023-06-2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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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수능에서 초고난도 문제, 이른바 '킬러문항'을 배제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을 둘러싼 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석달 전부터 지시했던 '출제기조 정상화'라면서 돌발 상황이 아니라고 강조했는데요. 민주당에서는 "대통령이 사과하고, 적어도 올해는 원래 방향과 기조를 유지하라"고 주장했습니다. 관련 소식을 류정화 실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이지영/사회탐구 스타강사 (JTBC '상암동 클라스' / 지난해 11월 14일) :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는 6월과 9월에 각각 모의수능을 봐요. 올해 수능이 어떻게 나올지의 족집게 과외를 사실은 6월과 9월 문제가 그대로 해주고 있는 거나 다름없어요. 따라서 이 시기에는 국영수탐 각각 6월 모의고사의 문제들을 다시 한번 재정리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오늘로 수능이 149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일타강사 이지영씨의 표현에 따르면 전국의 고3 수험생들, 족집게 과외 두번 중 한번은 버리는 카드가 됐습니다. 지금 대통령실 발로 불거진 수능 혼란을 보면 일단 지난 6월 모의고사처럼은 안 나올 건 분명해보이는데요. 문제는, 이번 수능이 어떻게 나올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교육부 대입담당 국장에 이어 수능을 총괄하는 이규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전격 사퇴했죠. 사실상 경질됐단 평가가 나왔는데요. 변별력을 높이기 위한 초고난도 문항, 즉 킬러 문항을 여럿 출제했단 이유로 교육부와 국무총리실의 감사대상이 되면섭니다.

[이주호/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어제) : 소위 킬러 문항은 시험의 변별도를 높이는 쉬운 방법이나 이는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근본 원인이었습니다. 공교육 과정 내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은 출제를 배제하고 적정 난이도가 확보되도록 출제 기법을 고도화하여 출제진이 성실한 노력을 겸수하도록…]

지금의 혼란 '갑툭튀' 즉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게 아니고 출제기조를 정상화 하는 차원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입니다. 돌발 상황이 아니라 이미 3개월 전 '킬러문항'을 배제하란 지시가 있었는데, 6월 모의고사에서 지시가 이행되지 않았단 건데요.

[이주호/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어제) : 대통령께서는 사실 일찍이 이 지적을 하셨는데 이 부분이 교육부가 관성적으로 대응을 하면서 근본적인 해법을 내놓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지난 3월에 발표된 2024학년도 수능 시행 기본 계획을 보면 "올해 수능은 학교 교육을 충실히 받고 EBS 교재와 강의로 보완하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돼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해, 2023학년도 수능 계획에도 이 문장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지시가 있었고 반영이 됐는진 자료만 봐선 확인이 어려운데요. 이규민 전 원장은 사퇴 후 인터뷰에서 "킬러문항에 대한 주문이 있었고, 노력했지만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규민/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에듀프레스'와 인터뷰 음성대역) :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하라는 윤 대통령의 말은 그동안 평가원이 유지해왔던 원칙이어서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다만 킬러 문항에 대한 주문은 있었고 우리도 노력했다. 하지만 그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정회원 여러분, 간밤에 어떤 꿈 꾸셨나요? 남자들은 가끔 다시 군입대 하는 꿈을 꾼다고 하는데 저는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수능 100일 전으로 돌아가는 꿈을 꿉니다. 100일 전이면 아예 수능 날 시험 스케줄에 맞춰서 공부를 시작해야 하는데도 허둥지둥 수능을 준비하는 꿈인데요. 지금은 수능 149일 전이긴 하지만요. 교실에선 학생들도 선생님들도 꼭 제 꿈속처럼 불안감이 커지고 있을 듯 합니다. 대통령실은 석달 전부터 지시했다고 하지만 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해보입니다.

[서부원/광주 살레시오고 교사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아이들이, 수험생들이 수능을 준비하기 위해서 적응하기 위해서 계속 모의고사를 월별로 보잖아요. 그렇게 어쨌든 자기 몸을 패턴에 맞췄는데 갑자기 뜬금없이 이런 게 딱 들어오니까 오히려 불안감이 더욱 커지는 거죠. 선무당이 사람 잡는 느낌, 그러니까 갑자기 그냥 툭툭 던지니까 얘네들이 어떤 얘기를 해도 지금까지 그 페이스를 조절해 왔던 것이 깨지는 거죠.]

하지만 정부여당에선 이런 혼란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 합니다. 학생과 학부모는 혼란스럽지 않은데, 언론이 몰아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태규/국민의힘 의원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가장 혼란스러운 사람이 누구겠습니까? 이건 대형 입시학원 사교육 업자들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이것을 전체의 학부모나 학생들의 혼란 문제로 지금 그렇게 주장을 하고 있고 이것을 일부 언론들이 받아쓰고 있다고요. 이것을 왜 수능 혼란으로 몰고 가려고 하는지…]

사실 대통령실의 지시, 원칙적으론 맞는 말이죠. 학교교육 만으로 수능을 볼 수 있도록 교과서에서 출제하자, 그래서 사교육비를 줄이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 대학생, 심지어 대학교수도 풀기 어려운 문제를 수능에 출제해, 사교육에 의존할 수 밖에 없도록 하는 지금의 교육 환경, 분명히 문제가 있습니다. 수능을 5개월 앞둔 시점에서 꼭 그랬어야만 했냐, 지적이 나오지만 그럼 지금이 아니면 언제로 또 변화를 미룰 거냐는 반론도 있죠. 윤석열 정부가 늘 내세우는 '공정'의 가치에 맞는 교육과 입시 재편이란 설명인데요.

[조경태/국민의힘 의원 (SBS '김태현의 정치쇼') : 시험이 몇 개월 안 남았다지만 시험문제 출제할 때 어쨌든 배운 데서, 교과서에서, 공교육에서, 교재에서 출제를 하도록 하는 것이 그게 원칙이죠. 그래서 저는 우리 국민들이 더 이상 사교육비에서 지나치게 어떤 부담을 느끼도록 하는 것은 저는 끝을 내주는 것이 맞다, 이렇게 보고 있거든요.]

[이용/국민의힘 의원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국어 이제 비문학의 서양미술사, 그다음에 CCTV 전문 기술 분야의 지문으로 나올 거다. 콕 집어주는 쪽지 강의비 1회당 수십만 원 또는 수백만 원에 팔리는 현실에서 이런 건 우리가 공정을 위해서 문제를 좀 고쳐야 되지 않나라는 어떤 의미 차원에서 말씀을 하신 것 같아요.]

그런데, 결국 수능을 5개월 앞두고 불안해진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기댈 곳, 또다시 사교육 업계가 될 거란 예측도 나옵니다. 정보가 없을 수록 불안감이 더 크다는 겁니다.

[서부원/광주 살레시오고 교사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수능에 대한 정보, 정보력이 아무래도 지방에 불리하지 않겠느냐. 그러니까 이런 걸 위해서 서울의 사교육 시장이 어떻든 활황하지 않겠느냐. 어떤 유형이 들어올 거고 주로 어떤 식으로 난이도가 조정될 거고 전문적인 사교육 기관을 가든가 이렇게 되겠죠. 이런 게 너무 불 보듯 뻔해서 그게 참 난감한 상황입니다, 지금은…]

대통령실 발 수능 혼란, 정치의 문제로 옮아왔죠. 민주당은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지난 해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논란에 이은 최악의 교육참사라고 했는데요. 올해 수능은 지금까지 지켜온 방향과 기조를 유지하고 내년부터 바꾸라고 했습니다.

[박광온/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준비하지 않은 전환은 혼란을 가져옵니다. 꼭 추진하고 싶다면 수험생과 학부모님들의 충분한 의견을 수렴해서 내년에 추진할 수 있도록 검토하기 바랍니다. 수능의 킬러 문항을 없앤다고 사교육계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정말로 단순하게 사안을 보는 것입니다.]

정부 여당은, 급격한 수능기조 전환, 결국 전 정부 탓이라고 했는데요. 문재인 정부 때 증가한 사교육비를 바로 잡기 위한 거란 겁니다.

[이태규/국민의힘 의원 (어제) : 문재인 정권은 학생부 종합전형의 불공정성을 간과한 채 수시 확대와 정시 확대를 오가는 혼선으로 입시 안정성을 흔들고, 수능과 EBS 연계 비율을 갑자기 떨어뜨리고, 학업성취도 전수 평가제를 폐지하였고, 그 결과 학부모와 학생들은 학원으로 달려갔습니다. 문정권 5년 동안 급증했던 사교육비 증가율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되실 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이규민 전 평가원장과 이윤홍 교육부 인재정책 기획관이 자리에서 물러난 것도, 전 정부 지우기라는 해석이 나왔는데요. 이 전 원장은 지난 해 2월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됐고 교육부 대입 담당국장은 유은혜 전 교육부총리 비서실장을 지냈다는 겁니다. 민주당에선 두 사람의 사임과정, 국회 교육위에서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했습니다.

[김영호/더불어민주당 의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어제) : 지난 문재인 정부 때 유은혜 장관의 비서실장이라는 얘기가 있더라고요. 만약에 윤석열 정부가 지난 정부 인사였기 때문에 이런 조치를 했다라고 생각하면 진짜 큰 문제죠.]

전 정부를 탓한 정부여당 인사들 혼란을 키운 대통령실은 엄호하고 나섰죠. 대통령실과 메시지 혼선이 있었던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대통령께 많이 배웠다"고 추켜세웠습니다.

[이주호/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어제) : 제가 놀란 거는 저도 뭐 전문가입니다만 특히 이제 그 입시에 대해서는 어쨌든 본인께서 수사를 여러 번 또 하시면서 상당히 깊이 있게 고민하시고 연구도 하시고 해서 저도 진짜 제가 많이 배우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굉장히 깊이 아시고 연구도 하시고…]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대통령께서 입시를 뭘 아느냐고 폄하하는 건 헛다리 짚는 거"라고 했죠. 검사시절, 조국 전 장관 수사를 담당했던 대입제도 전문가라고 했습니다.

[박대출/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어제) : 대통령께서는 검찰 초년생인 시보 때부터 수십 년 동안 검사 생활을 하시면서 입시 부정 사건을 수도 없이 다뤄보셨고, 특히 조국 일가의 대입 부정 사건을 수사 지휘하는 등 대입제도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해박한 전문가이십니다. 대학입시가 갖는 사회학적인 의미를 포함해서 입시제도의 전반을 정확히 꿰뚫고 계신다는 것을…]

지금 이 발언은 야당의 집중적인 비판을 받았는데요. 검사로서 수사하는 것과 실제 그 일에 종사하는 전문가는 다르죠. 윤 대통령은 대입 부정 수사를 주로 했으니 굳이 말하면 '대입부정 전문가'인데, 그럼 검사는 만능 전문가냐고 했습니다.

[정청래/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환경 문제에 무슨 비리가 있어서 수사하면 그 검사가 최고의 환경 운동가가 되는 겁니까? 음주운전 단속한 경찰이면 그 경찰이 술 제조 최고의 명인입니까?]

[조응천/더불어민주당 의원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기업 비리 수사하면 기업 전문가죠. 학폭 수사하면 교육 전문가고, 코인 수사하면 가상화폐 전문가고, 모든 전문가는 다 검사입니다. 그런데 병리적 현상에 천착해가지고 파고드는 거 하고 전반적으로 경영하는 거하고 그게 어떻게 같은 겁니까?]

여러 논란이 많지만, 지금으로선, 수능 관련 혼란을 최대한 빨리 수습하고, 혼란에 빠진 고3 수험생들에게 길을 제시하는 게 당면 과제로 보입니다. 대통령은, 물수능도 불수능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게 대통령실의 공식 설명이죠. 킬러문항이 사라진 자리 변별력은 어떻게 만들 건지 당장 5달 뒤 수능을 치르려면 출제방향을 구체화할 교육과정평가원 수장부터 세워야 합니다. 야당에선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조응천/더불어민주당 의원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만약에 '출제하러 들어와라'라고 제의가… {저는 못 갈 거 같습니다.} 겁나서 들어가겠습니까? '누가 이 문제 출제했어? 이거 잘못하다가 고소, 고발당할 것 같은데?' 어떻게 들어가겠습니까? {못 들어갑니다.} 손해배상 들어올 것 같은데요. 수능이 이게 제대로 가겠습니까?]

고3 수험생들, 지금 교과서니 참고서니 수능 준비도 바쁜데, 대통령과 장관 얘기까지 귀 기울여야 할 상황이 됐죠. '킬러문항'은 "약자인 우리 아이들 갖고 장난치는 것"이라고 윤석열 대통령이 말했다고 하는데, 약자인 우리 수험생들이 얼른 시험 준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안정된 상황을 우리 어른들이 만들어줬으면 합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대통령실 '킬러문항 배제' 석달 전 예고했다지만, 현장 혼란은 여전… 민주당 "검사가 만능 전문가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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