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폐지와 공병을 주워 모은 6천 만 원을 고스란히 기부한 60대 할머니가 있습니다. 아직도 매일 폐품 주우러 나가는데 이 할머니, 자기 몸 추스르기도 힘든 말기 암 환자입니다.
이승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아직 동이 트지 않았고 거리는 어둑합니다.
집을 나선 할머니, 매일 오전 6시면 채비 마치고 일하러 갑니다.
15년째 하는 일인데 아직 이 때가 가장 즐겁습니다.
[박화자/경기 화성시 마도면 쌍송3리 이장 : 병원에 갔다가 오면 못하잖아요. 기분은 좋아요. 제일 그게 좋아요.]
이 할머니, 대장암 말기입니다.
항암치료 받으며 암과 싸우지만 일은 포기할 수 없습니다.
오늘도 일을 시작합니다.
분리수거장 돌며 캔과 공병을 주워 담습니다.
힘이 납니다.
[박화자/경기 화성시 마도면 쌍송3리 이장 : 이건 많잖아요, 여기는. 돈이야, 돈. {막 힘이 나세요?} 그럼요. 많을 때는 엄청 기분 좋아요.]
종이 상자는 포개 담고, 주민들과 인사도 나눕니다.
[안녕하세요.]
즐거워서 하는 일이라 그렇습니다.
짐칸은 폐지로 가득 찼고 이제 고물상에 가서 팔 시간입니다.
[박화자/경기 화성시 마도면 쌍송3리 이장 : {200㎏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1만2천원 벌었습니다, 오늘도.]
이렇게 번 돈, 귀하고 귀합니다.
남을 위해 씁니다.
[박화자/경기 화성시 마도면 쌍송3리 이장 : 저도 공부가 하고 싶은데 집안이 가난했어요. 없는 사람 도와주겠다는 그 마음은 항상 가지고 있었어요.]
2009년부터 이렇게 폐품 주워서 기부한 돈은 6천만 원이 넘습니다.
이걸 지켜보던 이웃도 선한 영향을 받았습니다.
[김창열/고물상 주인 : 제 밑에 동생들도 같이 시작하게 됐죠. 그냥 제 마음이 편하고 좋더라고요.]
[박화자/경기 화성시 마도면 쌍송3리 이장 : 암은 원망스럽지 않았어요. 내가 살 수 있으면 다른 이를 위해서 더 열심히 살겠다고…]
박 씨는 내일도 똑같이 일을 나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