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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도 이주여성도 '나홀로 조사'…2년 전 "수사단계 국선 도입" 지지부진

입력 2023-07-31 20:44 수정 2023-07-3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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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죄를 지은 게 맞든, 아닌데 억울하든 형편 때문에 변호사도 못 쓰면 안되겠죠. 이런 사람들 위한 국선전담변호인제, 이게 딱 20년이 됐습니다. 그런데 못 믿겠다는 목소리, 여전합니다. 특히 내가 지금 억울하게 수사를 받고 있다 해도 국선변호사가 바로 도와주지 않습니다. 재판에 넘겨지거나 최소한 구속될지 모를 상황이 돼야만 국선변호사 만날 수 있습니다. 돈 있으면 비싼 변호사 써 무죄 받고, 돈 없으면 국선변호사 믿다 유죄 받는다는 말 반복되는데,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국선전담변호인제, 집중 분석했습니다.

먼저, 절박한 순간에도 국선변호사 만날 수 조차 없었던 사람들을 여도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여도현 기자]

모자를 쓴 남성이 들어옵니다.

새벽 시간, 무인 매장입니다.

두리번 거리더니 음식을 꺼내갑니다.

엿새 뒤 또 와서 물건을 가져갑니다.

이렇게 60대 한모씨가 훔친 건 떡볶이와 찜닭, 제육볶음입니다.

경찰 조사에서는 "배가 고팠다"며 눈물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 일로 구속까지 됐습니다.

한씨는 재판에 넘겨진 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재판에 나오지 않아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겁니다.

무인매장에서 1km도 떨어지지 않은 등산로입니다.

한씨는 이곳에서 경찰에게 체포됐습니다.

한씨는 집이 어딘지도, 가족 연락처도 제대로 기억을 못 할 정도였습니다.

이런데도 경찰 조사를 받을 때 아무런 법률적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구속되거나 재판에 넘겨졌을 때만 국선 변호인이 지원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구속된 뒤에야 국선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보호해 줄 가족도 찾았습니다.

[손영현/국선 변호사 : 약간 횡설수설하시는 게 있으셨고 뭐가 문제 되는지에 대한 인지가 부족해 보였어요.]

법원은 딱한 사정을 고려해 집행유예로 풀어줬습니다.

얼굴에 멍자국이 선명합니다.

손가락도 부러졌습니다.

이주민 여성 A씨가 남편에게 맞은 상처입니다.

하지만 남편과 쌍방폭행으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한국말도 못합니다.

그래도 수사를 받을 때 법률 도움을 못 받았습니다.

이주민센터의 법률 지원을 받고서야 법원에 폭행당한 증거들을 냈습니다.

[김범준/변호사 : 왜 내가 때렸다고 해서 기소가 되고 재판을 받는지 나는 그것 자체를 이해 못하겠다…]

법원은 가정폭력 피해자로 인정하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앵커]

정부도 이런 문제 모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2년 전, 수사 단계에서도 국선 변호인 지원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진전이 없습니다. 변호사 단체들의 반대가 그 배경에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어서 조해언 기자입니다.

[조해언 기자]

2009년 전남 순천에서 주민 2명이 청산가리가 든 막걸리를 마시고 숨졌습니다.

숨진 여성의 남편 백모씨와 딸이 범인으로 지목됐습니다.

경찰이 다른 사건에도 연루된 두 사람을 추궁해 받아낸 자백이 유일한 증거였습니다.

이후 두 사람이 부인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검찰 수사관 - 백씨 (2009년 영상 조사) : {뭔 거짓말을 밥먹듯이 해요?} 그것이 아닙니다. 제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백씨는 글을 모릅니다.

[검찰 수사관 - 백씨 (2009년 영상 조사) : {주민번호가 어떻게 되세요?} 못 외웠는데…]

딸도 지적 장애가 있지만 조사 때 변호사 도움을 못 받았습니다.

[박준영/변호사 : 배우지 못했고 가난하고 힘이 없다는 이유로 완전히 밟아버렸습니다. 조서를 잘 읽을 수도 없는 사람들인데…]

부녀는 14년째 복역 중입니다.

다음달 재심 여부가 결정됩니다.

1999년 삼례나라수퍼 강도살인범으로 몰렸던 사람들도 강압수사 때문에 거짓 자백을 했지만 변호사가 없었습니다.

[1999년 '삼레나라슈퍼' 사건 현장검증 : 찢어 테이프. 찢어 빨리빨리. 이렇게 있어 이렇게.]

2년 전 정부는 수사단계에서도 국선전담변호인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상갑/법무부 인권국장 (지난 2021년 7월) : 사회적, 경제적으로 약자인 국민들은 자신의 입장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여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변호사단체들이 반대한 이유가 컸습니다.

 법무부는 취재진에게 "2021년 공청회에서 반대 의견이 있었고 현재 진행되는 건 없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공영수 / 영상디자인 : 곽세미·김충현 / 영상그래픽 : 장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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