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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월북 속단·정보 은폐"…민주당 "파렴치한 정치감사"

입력 2022-10-14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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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감사원이 서해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중간 감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당시 '월북몰이'를 했다고 결론을 내린거죠. 민주당은 청부 감사였다고 반발하고 있는데 관련 내용을 국회상황실에서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윤성현/당시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 (2020년 10월 22일) : 실종자는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 도피의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박상춘/인천해양경찰서장 (6월 16일) : (월북 가능성 등에 대해) 종합적인 수사를 진행했으나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북한군에 피살된 우리 공무원 고 이대준씨, 해경은 '자진월북'이라던 조사 결과를 2년만에 뒤집었죠. 정권이 바뀌면서 조사 결과도 달라졌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감사해왔던 감사원이 결과를 내놨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월북 몰이'를 했다고 보고 서훈 당시 국가 안보실장과 박지원 국정원장, 서욱 국방부 장관 등 당시 외교안보라인을 정조준했습니다. 총 20명에 대해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는데 직무유기·직권남용·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입니다.

[양금희/국민의힘 수석대변인 (어제) : 국가의 첫 번째 의무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입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정부는 고 이대준 씨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까지,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원이 내놓은 자료는 총 18쪽입니다. 이례적으로 자세합니다. 이씨가 발견된 시간과 위치가 표기된 지도와, 국가안보실과 국방부·통일부, 국정원·해경의 대응이 시간대별로 정리된 표까지 포함됐습니다. 먼저 자료를 하나하나 뜯어보면요. 감사원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자진 월북'으로 결론을 정하고 국방부와 해경 등에게 관련 발표를 할 것으로 지시했다고 봤습니다. 결론에 맞지 않는 사실은 의도적으로 제외하고, 원보이스로, 즉 일관되게 대응하도록 방침을 제시했다는 건데요. 특히 월북으로 추정한 주요 근거가 됐던 구명조끼의 경우 한자가 적혀있어서 국내 유통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국방부가 파악했지만, 해경청장이 '나는 안 본 걸로 할게'라는 발언을 했다는 해경 관계자의 진술도 담겼습니다.

[윤성현/당시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 (2020년 9월 29일) : 해양경찰 수사팀은 실종자가 북측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고, 북측의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이 있었던 점, 표류 예측 분석 결과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실종자는 월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당시 해경은 이씨의 월북 동기, 상습 도박이라고 말했죠. 구체적인 액수까지 언급하며 '억대의 도박 빚이 있다' '정신적 공황상태였다'고도 말했습니다. 실종 직전 15개월에 대한 계좌를 추적한 결과라고 밝혔었죠.

[윤성현/당시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 (2020년 10월 22일) : 실종 전 출동 중에 어업지도선 동료와 지인 등 30여 명으로부터 꽃게를 사주겠다며 꽃게 대금을 입금 받고, 받은 당일 도박계좌로 송금하여 도박을 하는 등 도박은 마지막 당직 근무 직전까지 계속된 사실도 확인하였습니다.]

감사원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월북동기를 밝혔다"고 했습니다. 부정적인 사생활 정보를 공개한 점도 문제 삼았습니다.

이씨가 발견된 이후, 이씨를 살릴 수 있었느냐 하는 것도 쟁점이죠. 감사원은 관계부처의 초동조치가 이행되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국정원과 해경이 이씨의 표류를 인지한 건 실종신고 3시간쯤 뒤인 2020년 9월 22일 오후 3시 49분, 한시간 반쯤 뒤에 국가안보실도 보고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안보실은 북한에 인도를 요청할 수 있는 주무부처인 대화파트너, 통일부를 제외하고 상황을 전파했다고 하는데요. '최초 상황평가회의'도 열지 않았고, 서훈 안보실장은 오후 7시반에 퇴근했다고 합니다. 이후 3시간 뒤 이씨는 피살 됐죠. '통일부 주관'이라고 결론 내린 국방부 역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했는데요. 민주당은 이씨가 북한으로 넘어간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말했던 바 있습니다.

[설훈/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4일) : 이미 NLL 선을 넘어갔습니다. 넘어간 상태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아무것도 없습니다. 6시간 아니라 어떤 상태에서도 대한민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건 상식에 맞는 얘기 아니겠습니까? 그걸 왜 못했느냐고 이야기한다면은 뭘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감사원은 '자진 월북'으로 몰아가기 위해서, 관련 첩보 보고서를 무단으로 삭제했다고도 밝혔는데요. 군 보고서 60건, 국정원 보고서 46건입니다. 특히 군 보고서가 담긴 프로그램 밈스(MIMS, 군사정보체계) 운용 담당 실무자가 퇴근했는데도 다시 불러 삭제를 했다고 합니다. 감사원은 보고서 삭제 시점이 9월 23일 새벽 1시 관계장관회의 이후라고 봤습니다. 

[김기현/국민의힘 의원 (지난 4일) : 대책 회의가 아니라 은폐 회의였다는 의심이 드는 겁니다. 왜냐, 그 이전까지는 계속해서 추락으로 추정된다고 보고하고 있다가 그 23일 날 01시 회의 이후에는 갑자기 '보안 유지'라고 하는 엄명이 떨어졌죠? 그런 다음에 이어서 그날 월북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맞죠? {예.}]

문재인 정부 당시 외교안보 라인을 겨냥한 건 바로 이 대목인데요. 감사원이 군 첩보 보고서를 지우라고 지시했다고 명시한 서욱 전 장관은 어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죠. 박지원 당시 국정원장도 이 부분 때문에 고발된 상탭니다. 박 전 원장은 삭제를 지시한 적도 없고, 삭제했다고 해도 남는다고 했습니다.

[박지원/전 국가정보원장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검찰에서 재미있는 얘기를 했더라고요. 책을 사 와서 찢으면 서점에 있다고 해서 그게 죄가 안 되냐. 찢은 적이 없어요. 국정원은 책을 찢은 적이 없다고요. 제가 지시한 적이 없어요. 그래서 설사 삭제를 하더라도 생산 부서인 국방부에 남는다. 또, 보고서를 삭제 지시를 했다고 해서 내가 삭제를 지시해도 국정원에는 그대로 남는다.]

서욱 전 장관에 이어 오늘(14일) 김홍희 전 해경청장도 검찰에 소환됐는데요. 해경을 대상으로 한 어제 국정감사장, 민주당은 수사 결과를 뒤집은 점을 상기시키며, 공무원 이씨가 바다로 가게 된 경위를 다시 물었습니다.

[주철현/더불어민주당 의원 (어제) : 솔직히 아무런 선입견 없이 이 해수부 공무원이 실족한 겁니까, 아니면 자신의 판단으로 배에서 스스로 내린 겁니까? 어떻게 보십니까? 상식적인 판단에 의해서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정봉훈/해양경찰청장 (어제) : 상식적인 판단이라도 그게 상황에 따라 틀리기 때문에…]

[주철현/더불어민주당 의원 (어제) : 해경청의 최고 책임자께서 그런 판단도 못하면 어떻게 해경청장을 하고 계세요? 실족해서 바다로 빠진 건지, 아니게 되면은 스스로 바다에서 거기 내린 건지. 이건 판단이 가잖아요.]

국민의힘 역시 해경을 비판했습니다. 입장을 번복한 게 아니라 수사결과가 보충된 거 아니냐고 따져물었습니다.

[안병길/국민의힘 의원 (어제) : 제가 청장님 답변 듣고 있으니까 정말 답답합니다. 왜 그렇게 소신 없이 왔다 갔다 답변을 하고 있어요. 월북 판단을 번복했다는데… 번복입니까, 아닙니까.]

[정봉훈/해양경찰청장 (어제) : 수사는 초기부터 이제 시작이 되면 중간에 이제 진행되면서 많이 변화가 있습니다. 최종 수사 발표 내용이 달라진 점에 대해서 혼선을 줘서 저희들이…]

민주당은 '청부 감사'이자 '파렴치한 정치감사'라고 비판했습니다. 보고서엔 이씨가 바다에 빠진 이유, 북한으로 가게 된 이유에 대한 내용은 없었죠. "월북이 아니라는 근거를 하나라도 제시하라"고 했는데요.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위법사항을 추가 고발하고, 감사원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입법하겠다고 했습니다. "감사원이 윤석열 대통령실의 하수인으로 전락해 헌법을 유린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고 했습니다.

[한정애/더불어민주당 의원 : 감사원은 처음부터 누군가의 지시를 받았기 때문에 정해진 날짜에 원하는 결과를 납품해야 하는 하청업체와 같은 행태를 보였습니다. 검찰 출신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행정부 체계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마치 80년대의 안기부처럼 정권의 입맛에 맞춰 야당을 탄압하고 국민을 억압하고 있습니다.]

감사원이 결과를 발표하려면 내부 감사위 의결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요 이번엔 그 절차가 빠졌습니다. 감사원 '실세'인 유병호 사무총장이 독자적으로 결정했다는 겁니다. 대통령실 이관섭 수석에게 문자로 직보하는 유 사무총장, 이번 감사 개시도 직접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죠.

[유병호/감사원 사무총장 (지난 11일) : 8시에 참모회의 소집했고요. {저녁 8시에 했어요?} 아뇨 아뇨, 아침 8시예요. 4시에 깨서 연합뉴스를 봤고 6시까지 좀 참았습니다, 왜냐하면 잠 깨울까 봐서요. 의원님, 그때 한번 내용 보시면요. '이제 보니 월북이 아닌가 보다' 이런 황당한 브리핑을 합니다.]

[김남국/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11일) : 사무총장님의 말씀이 더 황당합니다. 주요 감사를 결정을 할 때에 적어도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가지고 주요 감사 사항을 회의체를 통해서 충분히 숙고한 다음에 결정을 해야 되는데, 감사원 사무총장이 TV 보고 '야, 저거 황당하다'라고 하면서 간부들 회의 소집해가지고 이렇게 결정한다. 감사원장님, 이게 맞습니까?]

당초 감사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면 조사를 요청했죠. 그런데 이번 감사결과 발표에 문 대통령에 대한 내용은 빠졌는데요. 오히려 대면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은 "정확한 사실확인이 우선이다. 북측에도 확인하고 국민들께 사실 그대로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적시했습니다. 문 대통령을 제외한 당시 외교안보라인을 겨냥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건데, 이 역시 용산의 뜻일 거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박지원/전 국가정보원장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권력 핵심 내부의 의견을 들어보면, 저하고 좀 소통을 했어요. 보면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하는 것은 거둬들인 것 같아요. 그러니깐 어제 감사원의 보도자료에도 문재인 (전) 대통령 문제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이게 전선을 확대하다 보니깐 있지도 않는 사실이 문제가 되니까. 지금 주유소 습격 사건, '한 놈만 팬다…']

윤석열 대통령은 감사원의 감사결과 발표,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용산 집무실 출근길 : 저는 그 바빠가지고 서해 공무원 감사원 발표를 중간발표를 한다 그랬나 이런 보도는 제가 봤는데 기사나 이런 것들을 좀 꼼꼼하게 챙겨보지는 못했습니다. 근데 결과가 언론에 이렇게 자막으로 나오는 거는 제가 봤습니다마는 한 번 챙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채널의 자막을 봤는지 좀 궁금하긴 한데요. 저희 다정회도 자막 맛집이라는 점, 깨알 홍보를 해보고요. 어쨌든 윤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서해공무원 피격사건을 제대로 규명하겠다고 공언해온 바 있습니다.

[윤석열/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 (1월 31일) : 북한 눈치 보고, 이렇게 굴종을 하고 잘못을 했길래 이걸 도대체 알려주지는 못하느냐. 반드시 규명해가지고 가족들이 떳떳이 살 수 있도록 내가 할 테니까…]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당시 인사들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 것, 이미 이 사건은 검찰이 수사 중인데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냐 는 얘기도 나왔는데요. 이번 감사 결과 발표로 여야 간 갈등이 더 심해질 거란 점은 확실한 듯 합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감사원 "월북 속단·정보 은폐"…민주당 "파렴치한 정치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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