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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스타PD 김종학, 왜 나락으로 떨어졌을까?

입력 2013-07-2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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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스타PD 김종학, 왜 나락으로 떨어졌을까?


90년대 스타PD 김종학, 왜 나락으로 떨어졌을까?




90년대 방송가 마이다스의 손으로 불린 스타 PD 김종학이 외로운 죽음을 맞았다.

23일 현재 경찰은 그의 죽음을 자살로 추정하고 있다. 최고로 잘 나가던 스타PD의 황망한 죽음에 그의 측근들은 하나같이 "최근 사업상 어려움을 겪으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경찰·검찰 조사에 심리적인 압박을 많이 받아왔다"고 입을 모았다.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등으로 안방극장을 쥐락펴락하던 김 PD는 98년 드라마 제작사 '김종학프로덕션'을 설립하며 제작자로 변신했다. 이후 '하얀거탑' '베토벤 바이러스' '해신' '풀하우스' 등을 제작하며 제작자로도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2009년 김종학프로덕션 대표이사 직에서 물러났고 꾸준히 재기를 노렸지만 경영난에 시달려 왔다. 최근 공들여 만든 드라마 '신의'의 실패와 그에 따른 경찰조사를 받으며 심적인 고통이 극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PD와 20년을 알고지낸 이응진 KBS 국장은 PD는 "제작사 대표가 된 후 종학이 형님이 '대표 자리에 오래 앉아있으면 큰 일 날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창작을 하던 양반이 돈걱정을 해야하는 제작자가 돼 많이 갈등하고 힘들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90년대 스타PD 김종학, 왜 나락으로 떨어졌을까?




▶야심작 '신의'로 발목 잡혀



김 PD의 위기조짐은 2007년작 '태왕사신기'부터다. 한류 스타 배용준을 캐스팅했고, 시청률은 최고 35.7%까지 나왔다. 하지만 550억원이 넘는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됐돼 적자를 봤다. 본인 스스로 "연출이 좋지 못했다"고 혹평할 정도로 드라마 자체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소송에도 시달렸다. 당시 '태왕사신기' 세트장을 건설했던 시공사는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김종학 감독님 살려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김 PD가 세트장 제작비 등을 지급하지 않아 지난 4년간 심한 자금 압박을 받았고, 사무실은 차압된 상태라는 것. 은행에 담보로 제공했던 주택 역시 경매로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고 하소연했다. 시공사는 김 PD를 상대로 대여금 1억원 청구소송을 제기해 2008년 9월 법원으로부터 지급 명령 확정 판결을 받았다. 2011년 6월 미수금 용역비 1억6530만원에 대해서도 지급명령 판결을 받았지만 김 PD는 "재산이 1원도 없다"며 맞섰다.

지난해 제작·연출한 SBS 드라마 '신의'의 예상밖 부진은 치명타였다. 5년 만에 연출로 일선에 복귀했고 한류 스타 이민호·김희선을 캐스팅하는 등 100억 이상의 제작비를 쏟아부었다. 하지만 평균 10% 정도의 시청률을 기록하는데 그치며 화제를 모으는데는 실패했다. 부진 이후 출연료 미지금 등으로 이어진 고소·고발도 김 PD의 어깨를 무겁게 했다. 한 연예기획사 김 모 대표와 조명 및 무술 스태프 등 6~7명은 5월 김 PD를 고소했다. '신의' 출연료 미지급과 관련해 배임·횡령·사기 혐의를 받았다. 김 대표는 김 PD의 친 조카로 '신의'에는 캐스팅 디렉터로 합류했다. 이들은 고소장에서 '김 PD가 당시 드라마 출연료, 편집료, 제작료 등 17억원을 미지급했다. 20억원 상당은 개인 용도로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김 PD는 중국에 머물며 차기작을 준비하다가, 경찰 조사를 받고 출국 금지됐다.

소송에 휘말리면서 재정적 압박은 점점 심해졌다. 결국 당대 최고의 스타 PD였던 김종학은 하루에 1만 5000원하는 고시텔에서 생을 마감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종학은 21일 오후 고시텔을 찾으면서 이틀만 머무르겠다며 3만원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90년대 스타PD 김종학, 왜 나락으로 떨어졌을까?



▶최근 사전구속영장 청구, 자살 이유?

최근 김 PD에게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것도, 마음을 무겁게 했다. 김 PD는 배임·횡령·사기 혐의를 받고, 경찰 조사를 받아왔다. 지난주에는 검찰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김 PD가 영장실질심사에 나타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PD의 한 측근은 "지난주에는 다른 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구속 영장을 신청했고, 최근 영장실질심사가 있었는데 김 PD가 법원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PD를 괴롭힌 고소·고발은 모두 공소권없음으로 종결될 예정이다.

자신의 분신과 같은 김종학 프로덕션 역시 현재 김 PD와 관계가 없다. 2009년엔 자금 압박을 받고 프로덕션을 매각했다. 당시 김PD는 "매각금액은 받지 않고 부채만 떠안았다"고 밝혔다. 실제 당시 채권추심기관이 재산을 조사한 결과 김 PD 명의의 재산은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 PD는 프로덕션을 나와 김종학&컴퍼니를 세우고 '신의' 제작에 참여했다.

엄동진 기자 kjseven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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