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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 경감' 방향은 맞지만…"시기 부적절, 혼란만 부추겨"

입력 2023-06-19 20:04 수정 2023-06-19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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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수능이 어떻게 출제될지 혼란스럽고, 또 수능 문제를 내는 교육과정평가원장은 물러났습니다. 교육부를 담당하고 있는 성화선 기자와 이번 사안을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성 기자,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평가원장이 물러났어요. 이건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죠?

[기자]

네, 수능이 딱 150일 남았는데, 수능을 출제하고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가 리셋된 셈입니다.

지금껏 수능 문제 오류 때문에 사퇴하는 일은 종종 있었지만, 모의평가의 난이도 때문에 평가원장이 그만두는 일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혼선이 불가피해 보이는 대목입니다.

[앵커]

그러니까요. 지금 이번 수능이 어떨지, 학생들과 학부모들도 혼란스럽다고 하는데, 컨트롤타워까지 물러나면 이 혼란을 수습할 당사자가 자리에 없는 것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앵커]

오늘 정부는 사교육 주범이 '킬러 문항'이라고 했습니다. 킬러 문항이 상당히 어려운 문제 이건데, 킬러 문항이 뭔지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 볼 수 있을까요?

[기자]

국어 비문학, 교과 융합형 문제를 말한 건데요.

2019학년도 국어 31번입니다. 과학과 철학이 연계된 지문인데, 만유인력, 질점 등 어려운 단어가 보입니다.

당시 학생들이 풀 수 있는 문제냐는 논란이 커졌고, 결국 평가원장은 "혼란과 심려를 끼쳤다"며 사과를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수능에서도 이런 식의 문제가 또 나왔습니다.

국어 17번 문항인데요. 클라이버의 기초 대사량 연구와 관련한 지문이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킬러 문항을 풀려면 학원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던 겁니다.

[앵커]

잠시만요, 이게 국어문제죠?

[기자]

국어문제인데요, 그래프 편차, 기울기 굉장히 어려워 보입니다.

[앵커]

물론 종합적인 사고를 요구한다고 하지만, 제가 봐도 풀기 어려운 문제 같기는 합니다. 킬러 문항들이 점점 어려워지면 사교육 시장에 의존하는 게 높아진다, 대통령의 얘기인데 이건 맞습니까?

[기자]

일정 부분 그런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킬러 문항이 필요한가에 대한 문제 제기는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앵커]

그런데 너무 어려운 문제를 빼면 문제 출제하는 사람들이 나쁜 마음을 먹고 어렵게 내는 게 아니라 너무 쉽게만 내다보면 이게 상대편 간, 학생들 간에 변별력이 없어서 특정 등급에 학생들이 몰리면 또 수능시험이 의미가 없다, 이런 얘기가 나왔기 때문에 변별력을 찾다 보니까 저렇게 된다, 이런 주장도 있던데요.

[기자]

킬러 문항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공감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수능은 상대평가잖아요.

1등부터 나오는 건데 이런 킬러 문항 없이 어떻게 변별력을 유지할 수 있냐, 이런 문제가 남게 됩니다.

당장 2014년 사례를 보시죠.

당시 정부는 앞으로 수능 영어는 절대평가로 바꾼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2017년 수능부터 적용이 됐는데, 보시는 것처럼 고등학생의 한 달 영어 사교육비는 계속 증가했습니다.

이런 사례들까지 종합적으로 보면서 어떻게 해야 킬러 문항 없이 변별력 있는 수능을 만들지 길을 찾아야 하는데, 지금 그게 가능하겠느냐는 겁니다.

[앵커]

오히려 17년에 바꾸겠다고 했는데 더 늘어났군요.

[기자]

크게 늘어났습니다.

[앵커]

학부모들 또 학생 입장에서는 뭔가 바뀌는 불안해서 여기에 컨설팅해 줄 수 있는 사교육에 더 의존하는 경향도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까?

[기자]

이런 사례들을 종합을 해 보면 어떤 정책이 바뀌었을 때 학부모들의 불안 때문에 오히려 더 사교육을 찾게 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는 겁니다.

[앵커]

그리고 앞서 너무 교과과정만 내다보면 원래 수능이라는 게 좀 종합적인 사고를 요구하자, 이런 취지였는데 그건 또 벗어난다, 이런 지적도 있긴 하고요. 또 150일 남기고 이렇게 출제 경향을 바꾸게 되면 학생들로서는 상당히 불만도 있고 혼란도 있을 것 같아요.

[기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이야기 들어보시겠습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 : (장기적으로) 좋은 메시지이긴 한데 시기적으로 너무 급했다. 너무 시기가 임박해서 내면 그 효과가 반감되는 거죠. 오히려 혼란만 부추길 수밖에 없는 거죠.]

당장 여름방학 특강부터 대치동 등에서 발빠른 사교육 업체들이 이른바 '적당히 어려운 문제'를 모아서 가르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급작스러운 정책 전환이 또 한번 정보력으로 무장한 사교육계에게 기회가 되는 건 아닌지 우려가 있는 겁니다.

[앵커]

그러니까 요약하면 사교육 의존을 낮추자고 냈던 대책이 오히려 사교육 의존을 어쨌든 단기적으로는 높이게 된다, 그런 얘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앵커]

시장은 늘 발이 빠르죠. 알겠습니다. 성화선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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