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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기 금지' 서울시 조례안 발의에…"섭취 안돼" vs "먹을 권리 있어"

입력 2023-06-12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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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기를 먹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조례안이 서울시의회에 발의됐습니다. 국민의힘 소속 김지향 시의원(영등포4)이 대표 발의한 '서울특별시 개·고양이 식용금지에 관한 조례안'입니다.

이 조례안은 개와 고양이를 먹는 것을 금지하고, 개고기를 취급하면 최대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 개고기를 취급하는 유통업체나 식당 등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생업에 타격을 입게 될 것을 고려해 업종 변경을 지원하겠다는 조항도 있습니다.

김지향 시의원은 “'축산물위생관리법'상 개와 고양이는 가축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식품 원료를 규정한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서도 개와 고양이는 식품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이를 판매·조리하면 위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런데도 관습적으로 오랫동안 개고기를 섭취해왔기 때문에 이를 단속하거나 금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개 식용을 금지하는 조례안을 발의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지난 3월 23일 국제 강아지의 날(National Puppy Day)을 맞아 동물권 단체 회원들이 불법 개 도살 및 거래 문제 해결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3월 23일 국제 강아지의 날(National Puppy Day)을 맞아 동물권 단체 회원들이 불법 개 도살 및 거래 문제 해결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8일 입법예고된 이 조례안은 12일까지 시민 의견을 들을 예정입니다.

앞으로 상임위원회 심사를 거쳐 7월로 예정된 본회의를 통과하면 즉시 공포됩니다.

다만 과태료 부과는 1년의 시행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습니다.

개고기는 합법? 불법?…국회에서도 관련 법 발의


개 식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10대 서울시의회에서도 관련 조례안이 발의된 적 있었지만, 법안이 상정되지 못하고 10대 서울시의회 의원들의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개고기를 먹는 것은 합법과 불법이 공존합니다.

축산법상 개는 가축으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가축의 사육·도살·처리 및 축산물의 가공·유통을 규정하고 있는 '축산물 위생관리법' 에서는 가축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개의 도살·가공·유통 등의 방법에 대한 규정이 없는 셈입니다.

개고기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정하는 식품 원료가 아닙니다. 식품 원료가 아닌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파는 건 식품위생법 위반입니다. 이에 따르면 개고기 요리를 파는 식당들은 모두 불법인 겁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최근엔 국회에서도 관련 법이 하나둘 발의되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나 고양이를 도살·처리해 식용으로 사용하거나 판매하지 못 하게 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도 올해 4월 동물을 죽이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학대행위를 하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개나 고양이를 도살·처리해 식용으로 사용하거나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하지만 두 법안 모두 논의가 진척되지 못한 채 상임위원회(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계류된 상황입니다.

"개고기 섭취는 동물 학대…이미 사회적 감수성 형성돼"


법안 발의는 꾸준히 되고 있지만,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개고기를 둘러싼 찬반양론이 맞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 식용 금지에 찬성하는 측에서는 개 식용이 '동물학대'인 점을 강조합니다. 개농장에서 생활하는 개들이 바닥이 공중에 떠 있는 뜬장에서 생활하는 데다, 음식물쓰레기를 먹는 등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생활한다는 겁니다. 전기 충격을 줘 기절시키거나 잔인한 방식으로 도살하는 것도 학대행위라고 지적합니다.

또 보신용으로 알려진 개고기가 실제로는 비위생적이라는 점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지난해 7월 18일 오전 불법 개도축 현장이 적발된 대전 유성구의 한 농장에서 동물보호단체 동물권행동 카라 소속 봉사자들이 개 구조에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7월 18일 오전 불법 개도축 현장이 적발된 대전 유성구의 한 농장에서 동물보호단체 동물권행동 카라 소속 봉사자들이 개 구조에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동물자유연대가 지난 2017년 전국 25개 시장의 개고기 점포 93곳의 살코기를 구입해 조사해봤더니, 조사 대상 중 64.5%인 60개 점포 살코기에서 항생제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모든 조사 대상 살코기에서 세균과 바이러스 등 미생물이 검출되기도 했죠.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이미 개고기는 식품위생법상 식품 원료가 될 수 없어 불법”이라며 “불법행위가 자행되는 데 대해 더는 방치하지 말고 단속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조 대표는 그러면서 “설문조사에서 90%에 가까운 사람들이 개고기를 안 먹는다고 응답했다는 건 이걸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라며 “개인의 자유도 있겠지만 이미 우리 사회에 형성된 사회적 감수성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라는 민관 합동위원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15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응답자의 85.5%가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또 80.7%는 “앞으로 개고기를 먹을 의향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개 식용 합법화를 주장하는 대한육견협회. 〈사진=연합뉴스〉

개 식용 합법화를 주장하는 대한육견협회. 〈사진=연합뉴스〉


"먹을 권리" 주장도 여전


반면 개 식용 금지 법안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서울시의회 홈페이지에 입법예고된 이번 조례안에는 오늘(12일) 오후 6시 기준 750개가 넘는 시민 의견이 달렸습니다.

시민 A 씨는 “국민의 먹을 권리를 법으로 규제해선 안 된다”고 했습니다.

시민 B 씨는 “토끼나 돼지 등 다른 가축도 반려로 키우는데 개가 조금 더 대중화되었다는 이유로 개에 대한 식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에 의구심이 있다”며 “도축 과정이 비위생적인 것은 가축업 전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므로 식용 금지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단속 강화가 필요한 문제”라고 주장했습니다.

관련 업계에서는 개 식용을 금지하면 생존권이 위협받는다며 반대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주영봉 대한육견협회식주권·생존권투쟁위원장은 “아무리 법에서 업종 전환을 지원한다고 해도 정부 지원안이 나오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업계에서는 그걸 원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미 지금도 대부분 소비층이 60~70대인 것을 감안하면, 20년 정도 지나면 개고기 수요가 줄고 그에 따라 생산도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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