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것은 대파가 아니다 >
[기자]
오늘 사전투표 첫날이죠.
선관위가 투표소에 대파를 가지고 가면 안 된다는 유권 해석을 내놨습니다.
그래서 대파를 들고 간 사람들은 투표장 밖에 세워놓아야 했습니다.
[앵커]
또 대파 소식을 전하게 됐네요. 왜 안 된다고 합니까?
[기자]
맥락을 살펴보면 지난 달이었죠, 윤 대통령이 시장 물가 조사하면서 하나로마트에 가서 '대파 한 단 875원' 발언을 하면서 대파 논란이 촉발됐습니다.
그 이후에 이수정 후보가 "한 단이 아니라 한 뿌리다" 얘기해서 파장이 커졌었죠.
선거가 다가오자 유권자가 선관위에 질의했습니다.
선관위는 "항의 뜻으로 대파 가지고 투표소 가도 되느냐는 유권자 질의가 들어와 안 된다는 방침을 내부 안내 사항으로 공지"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항의의 뜻으로 대파를 가지고 들어가는 건 안 된다. 그런데, 일단 대파를 투표소 안으로 들고 들어가는 건 다 안된다는 거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선거법 166조에는 투표소 안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에 따라서 대파를 들고 가는 행위를 금지한 게 아니냐 해석할 수 있고요.
실제로 선관위도 "대파는 정치적 표현물로 간주할 수 있다" 언급한 보도가 나와 있습니다.
다만 대파를 소지한 이유만으로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한다는 행위로 볼 수 있느냐, 한계가 있는 게 아니냐 반문도 나오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마트에 갔다가 장 보고 와서 투표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실물 대파는 안 된다 할지라도, 유사 대파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도 있습니다.
온라인상에서는 대파 그림이 그려진 옷을 입고 가면 출입 금지냐, 대파 머리띠를 하고 가면 투표장에 못 들어가냐 등 다양한 논란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에 대해 각각의 유권 해석을 선관위가 내려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장 보고 투표소 들렀을 뿐인데 대파 안 된다고 제지를 당한다면 황당한 일이겠습니다.
[기자]
참고로 이 유명한 그림이 있습니다.
초현실주의 르네 마그리트라는 화가가 그린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작품입니다.
지금 우리나라 정치 상황이 이 그림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대파를 그려놓고서 '이것은 대파가 아니다'라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 채소가 아니라 정치적인 상징물로 변해버린 게 이번 총선의 어떤 한 단면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