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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소방서장 피의자 입건에…소방 내부선 "과하다" 비판도

입력 2022-11-09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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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최성범 서울 용산소방서장을 피의자로 입건해 조사 중이죠. 소방 내부에서는 최 서장에게 책임을 묻는 건 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요. 경찰은 최 서장이 소방 대응 2단계를 늦게 발령한 점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이 밖의 경찰 수사 상황까지 박준우 마커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국가안전시스템 점검 회의 (지난 7일) : 왜 4시간 동안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었냐 이거예요. 현장에 나가 있었잖아. 112신고 안 들어와도 조치를 했었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이걸 제도가 미비해서 여기에 대응 못 했다고 하는 말이 나올 수 있냐 이 말이에요.]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주타깃은 경찰이었습니다. 강한 어조로 경찰을 질책하며 책임을 묻겠다고 했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참사 당시 경찰의 미흡한 대처가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JTBC '뉴스룸' (어제) : 경찰은 최우선 출동을 해야 하는 '코드1'을 부여했습니다. 그런데도 '주변에 경찰이 배치됐다'는 것만 알리고 사건을 마무리했습니다. 경찰이 종결 처분한 시각인 저녁 8시 55분의 CCTV를 보면 골목 안이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같은 시각, 심지어 사고 골목 바로 인근에서 '아수라장이 됐다'는 신고가 추가로 들어오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의 칼날도 같은 식구인 경찰을 향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표적이 된 건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인데요. 이 전 서장은 밤 10시 20분에 참사 현장에 도착했다고 거짓 보고했죠. 실제 도착 시각은 참사 발생 50분 뒤인 11시 5분이었는데요. 참사 직전 현장 상황을 보고 받고도 늑장을 부리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느긋하게 설렁탕 한 그릇을 다 비우는가 하면 도보 10분 거리를 차를 타고 이동하다 한 시간 가량을 지체했는데요. 뒤늦게 차에서 내렸지만 밤 마실쯤으로 여겼나 봅니다. 뒷짐까지 지고 여유롭게 걷는 모습이 포착됐죠. 이러다 현장에 도착한 이후인 11시 20분,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의 전화마저 놓쳤습니다.

[이동주/더불어민주당 의원 (어제) : 국정상황실이 소방청 통보 이후에 용산서장에게 전화했지만 용산서장하고 통화 안 됐죠?]

[김대기/대통령실 비서실장 (어제) : 국정상황실에 행정관이 통화를 했다 그럽니다. 그런데 통화가 안 됐다 그럽니다. 전화를 안 받았다 그럽니다.]

6분 뒤인 11시 26분, 국정상황실은 겨우 이 전 서장과 통화에 성공했는데요. 돌아온 건 "상황 파악 중"이라는 대답뿐이었습니다. 현장에 도착한지 20분 정도밖에 안 됐으니 아직 제대로 상황 파악이 안 됐던 모양인데요. 특수본도 부실 대응의 책임을 물어 이 전 서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죠. 서장실을 압수수색해 이 전 서장의 휴대전화도 확보해둔 상태입니다. 조만간 소환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용산서 내 수사 대상은 이 전 서장만이 아닙니다. 특수본은 용산서 정보과장과 정보계장도 피의자로 입건했는데요. 직권남용, 증거인멸,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입니다. 참사 전인 지난달 26일, 용산서 정보과가 작성한 보고서입니다. 핼러윈 데이에 "많은 인파로 보행자의 도로 난입과 교통불편이 우려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위험 지역으로 이번 참사가 발생한 지점을 표시해두기도 했는데요. 이 보고서가 참사 이후 정보과장의 지시로 삭제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장제원/국민의힘 의원 (지난 7일) : 이거는 범죄은닉이고 증거인멸이고 긴급체포해야 되는 상황입니다. 보고받으셨어요, 이거? 삭제 지시한 거?]

[윤희근/경찰청장 (지난 7일) : 삭제 지시는 제가 보고받기로는 아마 해당 정보과장이 지시를 했다고 그렇게 보고를 받았습니다.]

정보과장은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직원에게 보고서 작성 사실을 어디에도 알리지 말라고 회유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서울경찰청은 정보과장에 대해 대기발령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합니다.

특수본은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도 정조준했는데요. 두 사람의 집무실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를 확보했습니다. 참사 당일 통화와 메시지 기록을 확인하는 등 수사를 벌이고 있는데요. 김 청장은 사건을 인지하고도 상급자에게 보고하지 않은 점이 문제가 됐죠. 윤 청장은 자다가 보고를 늦게 받은 게 확인돼 뭇매를 맞았는데요. 경찰 수뇌부 역시 부실 대응의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셀프 수사'의 한계가 분명하단 지적도 있습니다. 윤 청장은 수사 상황을 구체적으로는 아니더라도 대략적으로 보고 받고 있다고 하는데요.

[정점식/국민의힘 의원 (지난 7일) : 지금 특별수사본부에서는 용산서장 집무실이나 핸드폰 등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실시를 했습니까?]

[윤희근/경찰청장 (지난 7일) : 현재까지는 하지 않았고요. 아마 추가적으로 할 수 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수사와 관련된 부분은 사실 제가 구체적으로 보고를 받고 있지 않지만 합리적인 판단을 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윤 청장, 수사 대상인 동시에 보고 대상이기도 한 아이러니한 상황이죠. 특수본의 공정한 조사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 스스로 잘못한 조직이 자신의 조직에 대해서 수사한다는 '셀프 수사', 이걸로 어떻게 진실이 밝혀지겠으며 그 결과에 대해서 국민들이 신뢰하겠습니까.]

소방 역시 경찰 못지않게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있는데요. 공교롭게도 오늘이 소방의 날 60주년이죠. 생일날임에도 분위기는 초상집입니다.

[김주형/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장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사실은 오늘 저희가 이제 사실 어떻게 보면 저희 생일인데 그냥 뭐 식도 없이 그냥 조용히 묵묵히 다들 지금 업무에 임하고 있고요. 국가적 되는 대형 재난에 한 분이라도 더 살리지 못한 그런 마음에 다들 안타까워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특수본의 주요 표적은 최성범 용산 소방서장인데요. 지난 6일 최 서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죠. 어제는 최 서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휴대폰과 수첩 등을 확보했는데요. 참사 당시 최 서장이 소방대응 2단계 발령을 늦게 내린 점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최 서장은 참사 발생 이후 20여분 뒤인 10시 43분 관할소방서가 총출동하는 소방대응 1단계를 발령했는데요. 그리고 인근 소방서를 동원하는 대응 2단계 발령은 11시 13분에 이뤄졌습니다. 특수본은 2단계 발령까지 30분이나 더 걸린 게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는데요.

반면 소방당국은 경찰의 과잉 수사라며 들끓는 분위기입니다.

[김주형/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장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최성범 용산 소방서장은) 초저녁부터 오셔가지고 출동은 사실은 현장 대원들보다 먼저 뛰어가셨고, 근데 저도 생각하기에 '아, 이 사람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쉽지 않거든요, 사실 그렇게 하는 게. 그래서 '과연 내가 저 자리에 있어도 저렇게 했을까. 그런데 이걸 입건을 해'…]

소방 측은 현장 지휘관으로서 상황을 파악하다 보니 2단계 발령까지 30분 정도 소요됐다고 설명했는데요. 2단계 발령도 반드시 서장이 판단할 사안은 아니었다고 반박했습니다.

[김주형/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장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제가 알기로는 앞쪽에서, 단순히 골목 앞쪽에서 봤을 때는 큰 사고가 아닐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자기가 이제 뒤쪽으로 돌아가서 이 현장을 확인하려고 했다더라고요. 그런데 이때 이미 시간이 많이 지체가 된 거예요, 인파가 너무 많다 보니까. 왜 서장이 2단계 발령을 안 했냐라는 의문을 계속 국가수사본부에서는 갖고 있는가 보더라고요. 그 판단은 꼭 서장이 해야 되는 건 아니거든요.]

최 서장 역시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초기 대응이 부실했다는 취지로 적힌 영장을 읽고 정말 황당했다"고 반발하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최 서장은 참사 초기부터 직접 현장에 출동해 지휘를 맡았죠.

[이일/소방청 119대응국장 : (용산 소방서장은) 초창기부터 전반적으로 현장 상황에 대해서 출동할 때 인지하고 현장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지휘뿐만 아니라 관리, 상황 파악 이런 것들에 직접적으로, 적극적으로 관여한 걸로 저희들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손을 떨면서도 차분하게 언론 브리핑을 이어간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는 평이 많았는데요.

[최성범/용산소방서장 (지난달 30일) : 네, 서울 용산소방서장 최성범입니다. 네, 서울 용산소방서장 최성범입니다.]

경찰 안팎에서도 "현장 구조 책임자 처벌은 무리수"라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소방재난본부 홈페이지에는 최 서장을 응원하는 글이 수백여 건 올라왔습니다. 대부분 "일선에서 고생한 분은 지켜줘야 한다"며 수사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내용이었는데요. 소방관 등 구조를 담당하는 공무원을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로 처벌한 전례 역시 드물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특수본은 정당한 수사라는 입장인데요. 압수수색 자료와 CCTV 영상, 소방 내부 문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 서장을 입건했다는 겁니다.

특수본은 여기에 민간을 상대로 한 수사도 벌이고 있습니다. 해밀톤 호텔 대표를 건축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했죠.

[JTBC '뉴스룸' (지난달 30일) : 해밀톤 호텔의 건축물대장입니다. 호텔 뒷면 17㎡가 무단 증축됐다며 건축물대장에 위반건축물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에 대해 호텔 측은 '영업을 위해서 과태료를 내고 사용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과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이경원/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JTBC '뉴스룸' / 지난달 30일) : 참 안타깝네요. 장애물로 작용하고 시야를 제한하게 되고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데 영향이 있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확실히.]

해밀톤 호텔 주변에 불법 구조물을 세우고 도로를 허가 없이 점용한 혐의인데요. 특수본은 해밀톤 호텔의 불법 건축물이 인명 피해를 확대한 하나의 요인이 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입니다. 오늘은 해밀톤 호텔과 대표이사의 주거지 등 3곳을 압수수색했는데요. 호텔 운영과 인허가 관련 자료 등을 확보했다고 합니다.

자, 오늘(9일)은 특수본의 조사 대상에 오른 인물들을 중심으로 수사 소식 전해드렸습니다. 사실 서울시와 행정안전부도 참사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데요. 아직 특수본의 손길이 윗선까지는 미치지 못한 듯합니다.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한덕수 국무총리의 말로 대신하겠습니다.

[한덕수/국무총리 (어제) : 현시점에서 보면 우선 그 집회가 일어나는 용산 쪽의 치안을 담당하는 분들이 제대로못했기 때문에, 분명히 국가는 없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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