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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의사에 미용사까지 총출동…시골마을에 뜬 '행복버스'

입력 2023-02-10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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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부터는 밀착카메라와 함께 조금 특별한 버스에 타보겠습니다. 가기 어려워서 미뤘던 병원 진료도 받고, 이발도 하는 시골마을 어르신들의 웃음이 가득한 버스입니다.

이예원 기자가 태워드리겠습니다.

[기자]

좁은 다리를 지나 버스가 논밭 사이를 굽이굽이 지나갑니다.

시내에서 100km를 달려 전남 화순의 작은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선 막내 축인 일흔 두 살 이장이 마이크를 잡습니다.

[정철주/금전마을 이장 : 혈압, 인바디, 치매 검사, 이·미용, 네일아트 체험도 해 준다고 합니다.]

동네가 떠들썩해집니다.

[오랜만이에요?]

[김정님/금전마을 주민 : 이장님 말씀에 지금 기대하고 있어. 다 해줄 줄 알고.]

의사에 미용사까지 왔단 소식은 옆 마을까지 퍼졌습니다.

[강영임/모산마을 주민 : 혈압이나 재고 머리도 이제 하고. 염색은 안 해도 되겠죠? {네, 진짜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이 마을에선 시내까지 나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송경자/금전마을 주민 : (시내버스가) 아예 안 들어오지. 모산(옆 마을) 앞밖에 못 와. 안 와. 아예.]

버스 내부는 마치 병원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모습입니다.

안으로 들어오시면 우선 혈압과 혈당을 검사하고요.

바로 옆에서 체성분 측정도 합니다.

건너편에선 스트레스 검사도 하고 있습니다.

일단 버스에 들어오면, 건강 검진을 받고 나갈 수 있는 겁니다.

[검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의사 : 아버님, 혈압은 괜찮으시고 당은 조금 높으세요.]

이 마을 주민 대부분이 80대.

치매 검사도 받았습니다.

[이누리/간호사 : 오늘 날짜 한번 말씀해주시겠어요? {2003년, 오늘이…}]

버스 안에선 긴장했지만, 바깥에선 즐겨봅니다.

[자원봉사자 : 어르신, 이·미용 안 받으셨죠? {이·미용은 뭐야, 또?}]

[서정례/미용사 : 엄마는 왜 염색 안 하셔? {늙으면 이뻐 봤자 뭣에 써.} 아니야. 그럴수록 더 이쁘게 하셔야지.]

천막에는 어느새 대기줄까지 생겼습니다.

여기엔 머리를 자르기 위해 기다리는 분들이시고요.

이쪽을 보시면 손톱에 색을 칠하거나 안마를 받는 자리까지 모두 만석입니다.

[윤영숙/금전마을 주민 : 나 등짝 조금 해주세요. 내가 교통사고가 나서 등짝이 아파.]

뿌연 채로 쓰고 다녔던 안경도 시원하게 닦고,

[김정님/금전마을 주민 : 내가 구루마(보행 보조기) 그놈 아니면 못 걸어. 허릿심이 없어져 갖고.]

손톱 자랑도 해봅니다.

[신영희/손톱 관리 봉사자 : 우리 어머니 핑크공주네, 핑크공주. 이쁘네. {이뻐요?}]

이동식 스크린을 설치해 경로당은 작은 영화관이 됐습니다.

[이순금/금전마을 주민 : 팝콘도 계속 먹고 있어 지금. 짭짤하니 맛있네요.]

해가 지기 전, 바쁜 하루를 마치고, 버스가 떠납니다.

[최정애/금전마을 주민 : 또 놀러오십시요잉! {감사합니다!}]

행복버스는 올해 전남지역 210개 마을에 찾아가 주민 약 7천명을 태우게 됩니다.

오늘(10일) 하루에만 약 40명이 이 버스에 탔습니다.

거동이 불편해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진료를 미뤄왔던 분들도 있었습니다.

알아서 오기를 기다리는 복지가 아니라 직접 찾아가는 복지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작가 : 유승민 / VJ : 김원섭 / 인턴기자 : 이새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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