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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학폭' 정순신 낙마…윤희근·한동훈·윤 대통령 책임론

입력 2023-02-27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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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주말 사이 경찰 국가수사본부장에 내정됐던 정순신 변호사가 낙마했습니다.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이 불거지면서인데요. 해당 논란은 이미 언론에 알려졌던 내용이죠. 검찰 출신인 정 변호사에 대한 검증이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윤희근 경찰청장과 한동훈 장관, 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책임론까지 나왔는데, 관련 소식을 류정화 상황실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JTBC '정치부회의' (지난 24일) : 정순신 변호사가 누구냐면은 한동훈 장관, 또 이원석 검찰총장과 동기잖아요. 윤석열 대통령이 이제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 인권감독관으로 근무했던 이력이 있고요. 지금 이제 경찰 조직이 상당히 동요하고 있다는 그런 얘기가 좀 나오는데 검경 수사권 조정의 취지를 훼손했다…]

지난 금요일 다정회에서 속보로 전해드린 내용이었죠. 경찰 국가수사본부장으로 검사 출신 정순신 변호사가 내정됐다는 거였습니다. '검사' 출신이 '경찰'의 수장이 됐다는 점, 한동훈 장관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과 서울중앙지검에 함께 근무했던 '측근 인사'라는 점 등이 논란이 될 것으로 예측이 됐는데요. 그런데 그날 밤, 좀 다른 문제가 더 큰 논란으로 불거졌습니다. 아들이 고등학교 시절 학교폭력 가해자였다는 소식이 전해진 건데요. 정 변호사는 만 하루, 28시간 만에 사의를 표명했고, 대통령실도 임명을 취소했습니다.

[JTBC '뉴스룸' (지난 25일) : 자신의 수사와 재판 경험을 바탕으로 지원했지만 '아들 문제로 국민들이 걱정하시는 상황이 생겼다'며 학교폭력 논란을 에둘러 언급했습니다. 정 변호사는 특히 '이런 흠결을 가지고선 중책을 도저히 수행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했습니다.]

주말 사이 해프닝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국민의힘은 이미 끝난 일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인사 검증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며 윤 대통령을 향해 사과하라고 했습니다.

[정진석/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문제 제기가 돼가지고 바로 사퇴 절차가 이루어진 것으로 일단 매듭을 지은 것으로 저는 생각합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 정순신 학폭 및 인사검증 실태 조사단 구성을 검토할 것입니다. 윤석열 정권의 인사검증 기능이 완전히 작동 불능 상태입니다. 최악의 인사참사입니다.]

정 변호사 관련 논란, 국민 정서상 '역린'을 건드렸단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국민이라면 민감할 수밖에 없는 '학교폭력' 과 '부모찬스' 문제가 연루됐기 때문인데요. 특히 최근 학교폭력 관련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공분이 쌓인 상태죠.

구체적인 '학폭'의 내용은 주말 동안 많이 들으셨을 테고요. 문제는, 이 사건이, 이미 5년 전에 보도된 적이 있다는 겁니다. 당시 보도 다시 보시면요. 유명 기숙고등학교에서 있었던 일로 가해 학생 아버지는 고위직 검사로 확인됐다고 나와 있습니다. 이 고위직 검사가 정 변호사였던 건데요. 당시 "이 사건에 검사로서 관여한 바가 없으며 피해 학생 측에 서면으로 사과했다"는 입장을 언론에 밝혔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알고 보니, 당시에도 정 변호사는 '검사로서'의 법률 지식을 활용해 전학 취소 소송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정 변호사의 아들 정모 씨가 강제 전학 처분을 받은 건 2018년 3월이었는데요. 이후 전학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재심에 대법원까지 가서 다음 해가 돼서야 결국 패소한 겁니다. 소송이 한창이던 당시 정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으로 재직하고 있었습니다.

[황운하/더불어민주당 의원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우리 아버지는 아는 사람이 많아서 소송을 해도 내가 이긴다', '우리 아버지는 검사 직업인데 검사 직업은 뇌물도 받는 직업이고…' 현직 검사라는 점이 언어폭력 과정이나 이후의 어떤 전학 처분, 그 이후의 과정에서 이것이 아빠 찬스로 활용된 그런 측면이 있죠.]

또 당시 정 변호사는 피해자에게 사과 입장을 밝혔다고 했지만요. 이후 판결문에 드러난 내용을 보면, 오히려 '학생에 대한 학교의 선도 노력을 부모님께서 막고 계신다'고 돼 있습니다. 아들 정씨가 학교에서 배운 대로 진술서를 써오면 부모가 '그렇게 쓰면 안 된다'고 다시 교정을 했다는 겁니다. 오히려 부모 때문에 교육적 조치가 성공할 거라는 보장이 낮다고도 했습니다.

'학폭위'를 통한 '강제 전학' 처분은 실제 내려지는 경우가 흔치 않다고 하는데요. 학폭위가 '피·가해자의 분리'나 '처벌'이 아니라 '반성'과 '화해'에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해자 입장에선 입시에 영향을 주는 생활기록부 기록을 막기 위해서 소송까지 불사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요. 소송을 통해 전학 처분을 미루는 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JTBC '뉴스룸' (2019년 2월 10일) : 가해 학생 측이 학폭위 처분 기록을 없애기 위해 적극적으로 소송을 이용하는 게 크지만, 학교 측의 소극적인 대응도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아들 정씨는 결국 대법원판결까지 거쳐서 학교의 '전학' 처분이 인정된 흔치 않은 사례인데요. 정씨는 생활기록부 대신 수능성적이 100% 반영되는 정시전형으로 서울대에 입학했다고 합니다. 당시 모집 요강엔 "학내외 징계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서류를 요청할 수 있고 감점 요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요. 생활기록부를 제출했는지, 감점 여부가 당락에 영향을 미칠 정도였는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서울대 학내 게시판에는 "피해 학생에게 사과문이라도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글부터 동문이라는 게 부끄럽다는 글도 올라왔습니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의 인사검증시스템이죠. 정 변호사가 아들 문제로 대법원까지 소송을 진행하던 기간,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은 다 함께 서울중앙지검에 근무했습니다. 아까 전해드렸던 언론보도, 익명이긴 했지만, 민감한 내용이니만큼, 당시 검찰 사회에서 몰랐겠느냔 얘기가 나옵니다.

[김의겸/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어제) : 임명되자마자 바로 언론보도가 나왔고 판결문까지 공개됐습니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도 인사검증을 책임진 사람들만 까막눈이었습니다. 한동훈 장관이 답해야 합니다. 윤석열 사단이라 눈감아 준 것은 아닙니까?]

특히 정 변호사와 사법고시 동기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해선 '문책' 요구까지 불거지고 있는데요. 한 장관은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인사 검증 기능을 대신하는 법무부 내 인사정보관리단의 총책임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법무부는 "정 변호사를 인사 검증했는지 여부도 확인해줄 수 없고 밝힐 입장도 없다"는 입장인데요. 처음 인사정보관리단을 맡아서 FBI 출장까지 다녀왔던 때 '투명함'을 강조했던 것과는 다른 태돕니다.

[한동훈/법무부 장관 (지난해 5월 30일) : 인사검증이라는 업무 영역이 국회에서 질문을 받게 되고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되고 이렇게 언론으로부터 질문받는 영역이 되는 겁니다.]

[한동훈/법무부 장관 (지난해 7월 7일) : FBI도 저희처럼 인사권자가 아닌 제3의 기관에서 객관적인 자료를 모으고 거기에 대해서 의견이라든가 가치 판단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1차적 자료를 제공하는 방식이거든요. 투명성과 객관성에서 장점이 있다, 이런 식의 서로 대화를 나눴습니다.]

대통령실 인사 검증라인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실 인사라인을 살펴보면요. 대검 사무국장 출신인 복두규 인사기획관과 검사 출신인 이원모 인사비서관과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이 포진해있습니다. 인사 검증라인을 장악한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 한 것 아니냔 지적이 나오는데요. 결국은 인사권자이자 역시 검사 출신인 윤 대통령의 의중을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제대로 검증할 수 있었겠느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과거 청와대 인사 검증 담당자에 따르면, 비공식적으로 이렇게, 대통령의 의중을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박관천/전 청와대 행정관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로마 검투사 할 때 엄지손가락 위로 치켜드는 거 하고 아래로 내리는 거 있잖아요. {그럼 위로 치켜들면 어떻게 됩니까?} 부담이 상당히 크죠. 이거는 무조건 이제 어느 정도 '인사권자가 좋아하니까 통과시켜라' 이 말이거든요.]

민주당에선 여러 이유로 윤석열 정부를 '검사독재정권' 이라고 칭하고 있는 상황이죠. 검찰 출신 임명을 자제해야 한다는 쓴소리가 보수진영에서도 나왔습니다.

[조원진/우리공화당 대표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아들 학폭 걸려가지고 대법원까지 갔고, 갔는데 왜 이렇게 검증을 거치지 못하고 왔느냐. 저는 대통령이 이 사람하고 같이 근무했잖아요. 대통령이 모를 수가 없잖아요. 지금이라도 이 사태를 막으려면 더 이상 검찰 출신을 권력기관에 임명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필요하다.]

대통령실은 정 변호사가 인사 검증 사전질문서에 본인이나 가족들이 관계된 소송이 있느냐는 질문에 답변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사전에 알기 어려웠다는 취지로도 해명했는데요. 가장 일차적인 인사 검증 실패의 책임은 경찰청장에게 있죠. 경로를 따지면 경찰 인사추천위의 1차 검증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대통령실 순입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장에 검찰 출신을 추천한 데에서부터, 경찰 내외부 비판에 직면한 상태인데요. 윤 청장은 오늘(27일) 정 변호사의 아들 관련 논란을 전혀 몰랐다면서, "일련의 상황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윤희근/경찰청장 : 이번 국수본부장 인선과 관련해서 제가 추천권자로서 일련의 상황에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후속절차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을 해서 공백 우려가 없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논란이 어디까지 튈지 지켜봐야 할 텐데요. 여론은 심상치 않죠.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교육부에 "학폭 근절 대책을 조속히 보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정 변호사가 대법원까지 갔던 '소송전'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는 보도도 나왔는데요. 오늘 발제는, 윤 대통령이 연세대학교 졸업식에서 했던 축사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연세대학교 학위수여식 : 자유와 공정을 담보하는 법이 짓밟히고 과학과 진리에 위배되는 반지성주의가 판치고 기득권 카르텔의 부당한 지대추구가 방치된다면 어떻게 혁신을 기대하고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

정순신 변호사는 낙마했지만, 인사 검증 관련 책임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들어가서 더 얘기해보겠습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정순신 '학폭·부모 찬스' 낙마…윤희근·한동훈·윤 대통령 책임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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