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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응 부실 인정한 경찰…'이태원 참사' 책임은 어디에

입력 2022-11-0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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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태원 참사 나흘째인 오늘(1일) 윤희근 경찰청장이 초동 대응이 미흡했다고 인정했습니다. 핼러윈 행사는 주최 측이 없어서, 대응 매뉴얼이 없었다고 해명했던 어제와는 분위기가 약간 달라진 거죠. 박희영 용산구청장도 "송구스럽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경찰 수사가 과연 어떤 점을 짚어야 하는지 이런 부분들까지 류정화 상황실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박지원/전 국가정보원장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 저도 참 걸으면서 '국가는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생각했어요. 행사 주체가 없다고 해서 계속 언론에 '10만 이상이 모인다' 그렇게 했단 말이에요. 그러면 당연히 국가라고 하는 것은 정부라고 하는 것은 그 자리에 가 있어야 돼요. 그건 다 방기하고…]

지금까지 156명의 희생자를 낸 이태원 참사. 주말 한밤중에 날아든 비보가 여전히 이 나라를 뒤덮고 있습니다. 축제를 즐기러 모인 사람들의 예기치 못한 희생, 오늘 경찰이 진상규명에 나서겠다고 했습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경찰청에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특별 기구를 설치해서 경찰의 대응을 포함해 관계기관의 유기적인 대응에 대해서 원점에서부터 조사하겠다고 했습니다.

[윤희근/경찰청장 : 경찰은 이번 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밝히고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모든 부분에 대해 예외 없이 강도 높은 감찰과 수사를 신속하고 엄밀하게 진행하겠습니다.]

윤 청장은 제 살을 도려내는 '읍참마속'의 각오로 임하겠다고 했는데요. 경찰 본인들의 대응 부실도 감찰과 수사를 하겠다는 겁니다. 참사 당일, 사고 전부터 112 신고가 들어왔지만 초기 대응이 미흡했던 점, 인정했습니다.

[윤희근/경찰청장 :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에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112신고가 다수 있었던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사고 발생 이전부터 많은 군중이 몰려 사고의 위험성을 알리는 급박한 내용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12신고를 처리하는 현장의 대응은 미흡했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사고 당일 경찰의 현장대응, 미흡했단 건 분명하죠. 잠시 후에 좀 더 짚어보고요. 일단 경찰은 당일 파견된 경찰 137명보다 더 많은 561명 규모의 수사팀을 꾸려서 사고 원인 조사에 나섰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어떻게 해야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을 수 있을지, 남겨진 사람들의 숙제겠죠. 그러려면 힘들지만, 다시 그 시간과 공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가장 명백한 사고 원인은, 좁은 골목에 사람이 너무 많았단 겁니다. 서로 가려는 방향이 다른 사람들이 한데 모여서 뒤엉킨 상황, 다시 들어도 '밀어'인지 '뒤로'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는데요. 서울시 실시간 도시데이터에 따르면 참사가 있던 날 밤 10시에서 11시 사이에 이태원 전체엔 5만8천명 정도가 있었다고 합니다. 실시간으로 정보를 파악했지만 참사에 대응하지 못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JTBC '뉴스룸' (어제) : 같은 시간, 같은 크기의 공간을 이렇게 봤습니다. 그랬더니 압구정 로데오거리엔 많아야 906명, 그리고 강남역 인근은 1242명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장 혼잡했던 공간만 비교하면, 이태원이 압구정의 3배, 강남역의 2배 인파가 몰렸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사고원인 수사에 돌입한 경찰은 '밀어'라고 외친 걸로 지목된 '토끼머리띠'를 쓴 사람들 색출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인근 CCTV 52대를 확보하고 이미 인근 업주 등 목격자와 부상자 44명을 조사했다고 밝혔습니다. '밀어'라고 외친 사람이 있었다면, 고의가 있었는지, 조사가 필요하겠죠. 하지만 이런 식의 경찰 조사, 대형사고의 가해자를 특정해 책임을 돌리면서 구조적인 재발방지 방침을 마련하는 숙제를 피해가려는 건 아니냐, 우려가 나왔습니다.

[박원석/전 정의당 정책위의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또 현장에서 누군가가 밀어 가지고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를 사건으로 만들려는 그런 식의 문제 해결 방향을 잡아서는 절대 이런 일의 재발이, 재발방지를 장담할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뜩이나 좁은 골목이 더 좁아져있었던 점도 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참사가 있었던 문제의 골목으로 꺾기 전 세계음식거리엔, 해밀톤 호텔 본관 주점 테라스와 별관의 입구 구조물이 골목 쪽으로 1m씩 들어서 있었습니다. 건축법상 도로는 사람과 자동차가 오갈 수 있는 너비 4m 이상의 도로를 말하는데요. 5m 남짓한 원래 골목의 폭, 이 구간에선 3m로 좁아져있었단 겁니다. 별관 구조물의 경우, 핼러윈 특수를 노리고, 주말 직전에 공사가 있었던 점 JTBC 취재진에 포착된 바 있습니다.

[인근 주민 (JTBC '뉴스룸' / 지난달 30일) : 입구를 자기(술집)들이 확보를 못 하면 자기들도 이제 손님을 못 받으니 줄이 아니라 그냥 인파에 섞여버리잖아요. 그거(구조물)를 만들어버린 거죠. 거기를 막아버린 거죠.]

좁아진 골목은 참사가 있었던 바로 그 골목과 인접해있습니다. '병목현상' 이 일어나면서 사람들의 흐름에 정체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단 분석이 나오는데요. 참사가 있었던 골목에도 해밀톤 호텔에서 설치한 가벽이 있었는데, 2016년 불법 증축했다 지적받았던 잔여물이라고 합니다. 3D 스캐너까지 동원해 골목을 정밀 촬영했다는 경찰, 참사 당일 군중의 움직임을 다시 들여다봐야 할 듯 합니다.

[이웅혁/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JTBC '뉴스특보' / 어제) : 좁은 공간에서 다수의 군중이 들어차서 제대로 호흡 자체를 못한 것이 원인이기 때문에 군중 관리, 군중 통제를 아무도 하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상당히 불행하게도 경사진 물리적 구조가 짧은 시간 안에 154명의 사망자를 야기시켰던, 또 원인이 중요한 한 요소가 아닌가…]

참사 당일, 현장에서만 46명이 심정지 판정을 받았다는 것, 너무나 아픈 이야기입니다. 깔린 사람들을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는 건데요. 그런데 그나마 치료가 가능했던 사람들을 가까운 병원에 빨리 옮기지 못한 건 아닌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심정지 상태의 희생자 76명이 가장 가까운 순천향대병원으로 몰렸다고 하는데요. 더 나은 대처방안은 없었는지, 복기해봐야 할 대목입니다.

[김호중/순천향대 응급의학과 교수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근처에 있는 대학병원에 실제로 조금 소생이 가능한 환자들이 많이 이송이 됐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을 이야기하는 의료계의 목소리도 있거든요. 사망자들을 먼저 이송을 시키고 나서, 그다음에 아래에 깔려 있는 부상자랄지 이런 분들을 구출하는 쪽으로 진행했지 않았을까…]

이번엔 관리 책임으로 넘어가 봅니다. 10만명이 모인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서 일어난 참사, 지금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습니다. 행사의 뚜렷한 주최 측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김성호/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어제) : 주최자가 없는 행사라는 경우가 거의 사실은 상황이나 유례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래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 지침이나 매뉴얼을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요. 관리 방안을 좀 검토를 해서, 또 개선방안을 검토를 하도록 그렇게 하겠습니다.]

경찰의 현장대응 다시 살펴보면요. 10만 인파를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라고 합니다. 관할 용산 경찰서, 참사 전에 사람이 몰릴 걸 대비해 대책회의도 열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질서유지와 혼잡 관리를 하기 위한 기동대나 경비 인력은 파견되지 않았죠. 성범죄나 마약 등에 대비하는 사복 경찰들이 주로 배치됐습니다. 참사가 있은 뒤인 어제도 경찰은, 예년보단 많은 인원을 배치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오승진/경찰청 강력범죄수사과장 (어제) : (20)17년도부터 코로나가 오기 전 (20)19년까지 평균 한 30명에서 90명 선 이렇게 배치를 해서 각종 상황에 대비를 했었습니다. 근데 이번에는 한 137명 정도, 훨씬 더 증원된 규모로 배치를 해서 대비를 했다는 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아예 "경찰이나 소방을 미리 배치했더라도 해결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죠. 섣부른 책임론은 '선동'이라고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이상민/행정안전부 장관 (지난달 30일) :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고,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지금 파악을 하고 있고요.]

[이상민/행정안전부 장관 (KBS News / 어제) : 경찰의 정확한 사고 원인이 나오기 전까지는 섣부른 예측이나, 추측이나,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는 그런 취지입니다.]

장관의 강경한 입장 때문일까요. 경찰도 비판에 대한 정면 대응에 나섰는데요. 당장 참사 당일 도로통제는 왜 안했느냐, 지하철 무정차는 왜 안 했느냐, 지적이 나오자 경찰은 서울 교통공사와 책임 공방을 벌였습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 (JTBC '뉴스룸' / 어제) : 사건 발생 한 시간 이후에 요청을 받았거든요. 23시 11분경이고. (요청 거절하고) 오히려 임시 열차를 더 편성해서 운영했었어요.]

[JTBC '뉴스룸' (어제) : 경찰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사고 사흘 전 간담회 때 적극 검토를 요청했고, 사고 30분쯤 전인 밤 9시 38분 전화로 또 요청했다고 밝힌 겁니다. 그러자 교통공사는 '9시 38분은 오히려 이태원역장이 경찰에 연락해서 출입구 통제를 요청한 시간'이라는 재반박까지 내놨습니다.]

참사가 일어난 장소지만, 주최측은 아닌 용산구청 역시 해야 할 일을 다 했다는 입장입니다. 불법 주정차 단속과 방역 등에 30여 명을 투입했단 설명입니다.

[박희영/용산구청장 (31일, MBC 뉴스데스크 / 음성대역) : 저희는 전략적인 준비를 다 해왔고요.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했습니다. 이건 축제가 아닙니다. 축제면 행사의 내용이나 주최 측이 있는데 내용도 없고, 그냥 핼러윈데이에 모이는 일종의, 하나의 '현상'이라고 봐야 되겠죠.]

그런데 실제로 이번 사고, '중대시민재해처벌법' 같은 법적인 책임을 묻기는 어렵단 얘기가 나옵니다. 사고가 있었던 곳이 건축구조물이 아니라 그냥 골목길이기 때문인데요.

[승재현/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지자체장이 주체가 되는 거는 맞는데 과연 이 공중이용시설 안에 도로, 즉 골목길이 교량과 터널 속에 포함될 수 있을지는 현재까지 대법원의 판례 태도에 따르면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라는 말씀드리겠습니다.]

사고에 대한 책임, 법적으로만 물을 수 있을까요. 행안부 장관과 용산구청장의 대응에 대해선 여권에서도 비판이 나왔습니다.

[김재원/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물론 저는 용산구청장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를 할 수 있습니다, 저도 법률가 입장에서. 그렇지만 조금 더, 조금 더 자제하시고 조금 먼저…'현장 대응에 소홀한 점이 있다면 그 점은 우리들 책임이다'라는 그런 입장으로 접근해 주시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

이번 사고에서 희생된 외국인, 14개국 출신 26명이라고 하죠. 한국을 좋아해서 여행 혹은 유학을 왔다는 희생자의 사연이 전해졌습니다. 이번 사고, 시스템 부재로 인한 '후진국형 사고'란 지적이 나오는데요. k-pop과 한류의 성공을 보도하던 외신들이 우리의 부족함을 지적하는 걸 봐야 하는 심정, 착잡합니다.

[윌 리플리/CNN 기자 (어제) : 이 폭이 6.5피트 정도 될 겁니다. 말 그대로 수천 명의 사람들이 이 좁은 곳에서 당신을 둘러싸고 밀치는 데 갇혀있는 걸 상상할 수 있나요? 어떤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이 벽을 기어오르려고 했고 위로 올라가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으려고 뛰어올랐습니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좁은 공간에 모이는 게 허용됐을까요. 군중 통제는 어디에 있었는지 답해야 합니다.]

윤희근 경찰청장에 이어 박희영 용산구청장도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참사 사흘 만인데요. 관련 소식 들어가서 더 얘기해봅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대응 부실 인정한 경찰 "대응 미흡"…'이태원 참사' 책임 어디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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