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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출동] 해법 못 찾는 '압구정동 길고양이' 분쟁

입력 2014-01-15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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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지하실에 몰려든 길고양이 문제 때문에 주민들과, 동물단체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벌써 2년째입니다. 주민들은 지하실에 있는 고양이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지만, 동물보호단체에서는 고양이가 있는 지하실 통로를 막고 방역을 하는 건 동물학대라는 입장인데요, 서로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긴급출동에서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 단지. 지난 10일, 안내문 한 장이 주민 간의 갈등에 불을 지폈습니다,

방역작업을 한 후 지하실을 폐쇄하겠다는 내용.

이 일로 방역 때문에 고양이들이 죽을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캣맘들과 방역을 계획대로 진행하려는 주민들이 둘로 나뉘었습니다.

[캣맘/OO아파트 거주 : (지하실에) 연막탄을 쏴서 (길고양이를) 빼내겠다는 발상까지 한 겁니다.이건 동물보호법에서 확실하게 학대죄로 고소당할 수 있는 건입니다.]

이건 동물보호법에서 확실하게 학대죄로 고소당할 수 있는 건입니다.

하지만, 방역을 찬성한 주민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입니다.

[주민/OO아파트 거주 : 나는 그것도(캣맘의 주장) 지금 웃기는 게 연막소독을 우리가 여기 봄, 가을인가를 계속해요. 왜 그럼 그 연막소독은 하고, 왜 지하실 연막소독은 못 하느냐고요.]

결국 방역은 잠정 보류되었습니다.

이들의 갈등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난 2012년, 고양이들이 드나드는 아파트 지하실 출입문을 폐쇄한 뒤, 고양이 사체 수 십구가 발견된 일이 있었습니다.

[박소연 대표/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 : 고양이 사체가 온전하게, 굳어있는 사체로 발견된 건 아니고요, 뜯어 먹혔던 흔적들이 있는 걸로 봐서, 먹을 것이 없어서 그 안(지하실)에서 먼저 죽은 사체를 나중에 살아남았던 고양이들이 먹어왔던 것이 아닌지 추정을 하고 있습니다.]

되풀이되는 갈등의 원인이 된 지하실, 취재진이 문제의 그곳에 직접 들어가 봤습니다.

벽을 따라 두꺼운 보일러 배관 때문에 바깥보다 온도가 따뜻합니다.

그 안에 영하의 추운 날씨를 피해 들어 온 고양이들이 보입니다.

캣맘들은 예전에는 고양이들이 더 많았다고 말합니다.

[캣맘/OO아파트 거주 : 지금 현재 그 많던 애(고양이)들은 다 죽었구요. 내가 묻은 애만 합쳐서 약 열 마리 쯤 될겁니다. 지하실 문을 열면 고양이들이 왜 굳이 문을 닫아서 안에서 배설하고 안에서 굶어 죽게 만들어서 이 문제를 (크게 만드는지) 이 문을 닫으면 죽는 겁니다.]

하지만 고양이를 쫓을 의도로 지하실 문을 닫았다는 캣맘들의 주장에 대해 일반 주민들은 고양이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고 말합니다.

[주민/OO아파트 거주 : 이상한 노숙자가 와서 자고 갔어요. 그래서 문을 닫은 것뿐인데 (고의로 가둬 죽였다고) 일파만파 고양이 얘기로 번진 거예요.]

무단침입자가 생겨 치안문제로 폐쇄하긴 하지만 고양이 때문에 겪는 피해도 줄어들 것을 기대했다고 속내를 내비칩니다.

[주민/OO아파트 거주 : (길고양이 때문에) 냄새로 괴롭던 사람도 '잘됐다, 문을 닫아야 한다.' 이렇게 된 거예요. 단열재를 완전히 다 긁어서 벗겨놨었어요. 그래서 관리실에서 돈을 들여 단열재를 다시 다 막았어요. 그 피해는 말도 다 못했어요.]

해묵은 갈등이 이번 방역 때문에 다시 증폭된 것입니다.

이런 문제는 이 동네만의 일이 아닙니다.

먹이를 찾아 쓰레기봉투를 헤집고, 배설물을 아무 곳이나 싸놓기도 하고 갑자기 튀어나와 사람을 놀라게 하거나.

[주민/OO아파트 거주 : 고양이 눈만 봐도 무서워요. 새벽에 보면 겁나요.]

심한 경우, 고양이를 없애겠다고 쥐약을 놓거나. 잔인하게 학대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반면에 이런 고양이를 보호하고 먹이를 주는 캣맘도 있습니다.

[박소연 대표/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 : 도심생태계의 한 질서를 이미 자리 잡고 있는 동물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길고양이들이 일정 수가 안정적으로 영역을 지켜주는 것이 주민에게 긍정적으로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을 아시고….]

현재 길고양이는 동물보호법에 의해 보호대상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길고양이는 지난해 개정된 동물보호법에서 도심지나 주택가에서 자연적으로 번식해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고양이로 정의하면서 인간과 공존해야 하는 동물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을 관할하는 해당 구청에서는 어떤 입장일까.

[강남구청 관계자 : (일반주민들이 호소하는) 사생활침해나 시설문제를 제기하는 걸 무한정 놔두기도 쉽지 않고요. 캣맘들이 동물 사랑하는 것을 공공기관에서 조치할 수도 없는 것이고 법률적인 부분은 아니고 서로 생각의 차이거든요. 공공기관에서 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서 (난감합니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상태.

[주민/OO아파트 거주 : (머리카락이 다 빠졌대요.) 이 사람 회사로까지 전화를 하는 통에 그 사람 완전히 노이로제에 걸린 거예요.]

[캣맘/OO아파트 거주 : (식구들 밥도 못 차려 주고, 이 일 때문에.) 진짜 도망가고 싶어요. 어떨 땐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어요.]

길고양이로 번진 주민 간의 갈등. 감정의 골만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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