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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명단 공개'에 쓴소리…"제대로 추모 가능" 옹호도

입력 2022-11-15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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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부 인터넷 매체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했죠? 유가족들의 동의 없이 이뤄진 일인데요. 그 후폭풍이 거셉니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선 쓴소리가 쏟아졌는데요. 다만, 민주당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입장이 달랐습니다. "지금껏 강요된 가짜 추모만 있었을 뿐"이라며" 이제야 희생자들을 제대로 추모할 수 있게 됐다"고 명단 공개를 옹호했습니다. 관련 논란을 정치 인사이드에서 짚어봅니다.

[기자]

< '희생자 명단' 공개 후폭풍…"누구의 자리에서 본 정의냐" >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이른바 '시민언론'을 자처하는 인터넷 매체들이 나서 공개를 했죠. 유족들의 동의도 없이 말입니다.

[시민언론 민들레 (어제 / 음성대역) : 희생자들의 실존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최소한의 이름만이라도 공개하는 것이 진정한 애도와 책임 규명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판단합니다. 유가족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아 이름만 공개하는 것이라도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양해를 구합니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선 이미 희생자 상당수의 사진과 사연을 소개했다고도 강조했는데요. 위싱턴포스트의 보도, 유가족들 취재를 바탕으로 이뤄졌죠? 동의를 얻고, 관련 내용을 내보낸 겁니다.

민들레 측, 얼굴과 달리 명단 공개는 별다른 동의 없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민들레에 필진으로 참여한 유시민 작가, 사실상 명단 공개를 예고하며, 이런 말을 했었죠?

[유시민/작가 (MBC '2시 뉴스외전' / 지난 10일) : 대형 참사에서 사망자 명단도 발표를 안 하고 있고요. 얼굴은 유가족, 유족들이 동의하는 범위에서는 공개할 수 있어야 맞죠. 명단은 행안부에서는 다 가지고 있죠. 왜냐하면 참사 수습 과정에서 대통령이 1:1로 공무원들을 붙이라고 했기 때문에 명단을 모르고는 할 수가 없죠. 명단은 정부에서 가지고 있습니다. 공개를 안 하고 있죠. 조만간 공개되리라고 봐요.]

이번 명단 공개, 유튜브 채널 '더탐사'도 함께 참여를 했습니다. 역시나 방송을 통해 명단을 내보냈는데요. 방송 중간에 갑작스레 광고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박대용/더탐사 기자 (유튜브 '시민언론 더탐사' / 어제) : 저희가 명단 공개한 부분에 대해서는 워낙 반응이 뜨거워서… 민들레에 대해서 잠깐 소개를 좀 할까요.]

[최영민/더탐사 기자 (유튜브 '시민언론 더탐사' / 어제) : 사실 지금 저희가 광고 타임인데 아직 광고 음식이 준비가 안돼서요.]

[박대용/더탐사 기자 (유튜브 '시민언론 더탐사' / 어제) : 민들레가 11월 15일에 창간 예정입니다.]

준비가 안 됐다던 음식, 떡볶이였습니다.

[최영민/더탐사 기자 (유튜브 '시민언론 더탐사' / 어제) : 퀵하게 잇할 수 있는 제품, 맛은 기대 그 이상. 나는 퀵킷, 퀵킷 해가지고 이게 무슨 말인가 했더니 이게 '퀵'하게 '잇'할 수 있는 '퀵잇'이네. 말랑말랑 쫄깃한 추억의 밀떡볶이. 저는 쌀떡볶이보다 밀떡볶이가 좋아요. 밀떡볶이가 쫀득쫀득하잖아요, 그렇죠.]

[강진구/더탐사 기자 (유튜브 '시민언론 더탐사' / 어제) : 냉동 떡볶이인데도 전혀 냉동식품이라는 느낌이 들진 않고요. 정말 어머님의 손길이 느껴지는…]

명단 공개 관련 소식을 전한 뒤, 이런 광고를 내보낼 생각이었다라? 명단 공개의 이유 가운데 하나, 제대로 된 희생자 애도였죠. 더욱이 떡볶이를 먹는 모습의 뒷배경,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미사 사진입니다. 정의구현사제단 역시 희생자들의 명단을 공개했죠?

[김영식/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신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 가톨릭교회에서는 모든 죽은 이들을 위해서 기도하는 연도가 있는데요. 살아 있는 사람들이 성인들의 이름을, 또 죽은 사람들의 이름을 한 번씩 부르면서 드리는 호칭 기도입니다. 10·29 참사로 희생된 사람들의 영혼도 하느님의 품 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라고 한 분 한 분 이름을 정성껏 불렀죠.]

정성껏 부른 희생자 이름, 역시나 애도를 위한 행위였다고 밝혔는데요.

[김영식/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신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 마음껏 슬퍼하지 못하는 유가족이나 또 이 아픈 희생을 보면서 위로를 전하고 싶지만 전할 도리가 그동안 없었던 시민들에게 애도는 절대 패륜이 아니고 이웃의 아픔과 고통에 대해서 연민을 가지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힘내시라고, 마음껏 애도하시라고…]

호칭 기도, 말 그대로, 천주교식 방식일 뿐이죠. 희생자들의 이름, 유가족들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불렸습니다. 과연 누구를 위한 애도일까요? 

[B씨/희생자 유족 (JTBC '뉴스룸' / 어제) : 왜곡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꽤 많은 것 같더라고요. 그럴 바에는 차라리 그냥 우리끼리 조용하게 애도하는게 낫지…] 

이번 명단 공개, 유가족의 트라우마를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죠. '세월호 참사' 생존자들의 트라우마를 연구했던 서울대 김승섭 교수인데요. 트라우마를 경험한 이후, 시간을 견디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안정이라면서 말입니다.

[김승섭/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교수 (음성대역) : 지금 상황에서 그 이름 공개로 유가족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만약 그 공개가 사회 정의를 실천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신다면, 그 정의가 누구의 자리에서 바라본 정의인지 한번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진보단체들도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심각한 보도윤리 불감증이다, 날을 세웠죠?

[장윤선/기자 (MBC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 / 어제) : 언론노조가 재난보도준칙 11조 제18조, 제19조에 따라서 피해자 보호나 신상 공개주의에 볼 때 심각한 보도윤리 불감증이다라고 비판을 했고요. 유족에 대한 사과와 해당 기사에 대한 삭제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재난보도준칙에 따르면 이번 보도에 대해서는 좋은 보도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도 "헌법 등에 비춰, 동의 없는 명단 공개는 트라우마를 겪는 유족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며 명단 공개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송두환 국가인귄위원장도 유감의 뜻을 밝혔습니다.

[송두환/국가인권위원장 : 저는 이번에 155명 명단 공개된 것을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제가 위원회로 돌아가면 저희들이 합의제 기구인 만큼 내부위원들과 논의를 하겠습니다.]

이번 명단 공개의 후폭풍, 정치권으로도 번졌는데요. 한덕수 총리, '이태원 참사' 대책회의에서 공개적으로 비판을 했죠?

[한덕수/국무총리 : 가장 기본적인 절차인 유가족분들의 동의조차 완전히 구하지 않고 공개한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정부는 앞으로도 유가족분들과 다치신 분들의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국민의힘은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주호영/국민의힘 원내대표 : 유족들 다수가 명단 공개를 원치 않는다는 사실, 또 그것이 법에 위반된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이 매체들은 이런 패륜적 행위를 했습니다.]

야권에서도 정의당은 "참담하다", 시대전환은 "죽음의 정치를 그만하라" 쓴소리를 쏟아냈습니다. 정치권에선 이번 명단 공개, 민주당에 그 책임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는데요.

[박원석/전 정의당 정책위의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민주당 지도부가 자갈을 깔아준 측면이 있죠. 유족들의 동의가 있어야 된다는 전제를 깔았지만 최초에 그런 얘기가 나오게 되었던 배경도 '온라인상에서 추모를 하는데 왜 위패도 없고 영정도 없고 하냐' 이런 얘기를 선택한 거예요. 그래서 그런 담론을 재생산 한 거고…]

이재명 대표의 이 발언을 문제삼은 겁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 9일) : 세상에 어떤 참사에서 이름도 얼굴도 없는 곳에 온 국민이 분향을 하고 애도를 합니까? 당연히 유족들이 반대하지 않는 한, 이름과 영정을 당연히 공개하고 진지한 애도가 있어야 됩니다.]

그래서일까요? 민주당 지도부는 유가족의 동의가 없는 명단 공개는 잘못됐다면서도, 방향을 살짝 틀었는데요.

[안호영/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어제) : '명단이 공개도 되고 사진도 공개가 되면서 제대로 된 추모가 됐으면 좋겠다' 이런 뜻을 갖고 계신 유가족들이 상당수 있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제대로 된 추모, 그 판단 권한은 어디까지나 유가족에게 있죠. 정청래 최고위원이 직접 조문을 하고 난 뒤 내린 결론이기도 합니다. 이재명 대표의 명단 공개 발언 이후, 조용해졌지만 말입니다.

[정청래/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유튜브 '박시영 TV' / 지난 7일) : 제가 세 분을 조문했는데, 그 부모들이 생각이 조금씩 다 다릅니다. 예를 들면 '영정사진을 공개한다, 만다' 이런 것도 다 다른 거예요. 그분들 만큼 슬픈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근데 그거를 무슨 전략이랍시고, 전술이랍시고 '이름을 공개해라, 영정사진 왜 공개 안 하냐' 이렇게 얘기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거예요.]

민주당은 이게 다 윤석열 정부 때문이다, 화살 돌리기에도 나섰는데요.

[장경태/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참사를 '사고'라고 표현하고요, 희생자를 '사망자'로 표현하고요, 근조 없는 리본을 달고요, 위패와 이름조차 없었습니다.]

[노웅래/더불어민주당 의원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 책임은 아무도 안 지고, 그리고 밑에 사람들한테 다 책임 넘겨서 책임 떠넘기게 하고, 이런 상황이라면 지금 뭐 명단 공개 갖고 논란을 빚는 건 이건 본말이 전도된 일이다…]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한 윤석열 정부의 행태, 잘못된 건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다만, 그렇다고 유족들 동의도 없이 희생자 명단을 발표한 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는 건 아니죠. 민주당에선 이 부분에 대해 당이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는데요.

[조응천/더불어민주당 의원 (SBS '김태현의 정치쇼') : 우리 민주당 차원에서 이걸 공개하는 게 맞다, 이렇게 논의된 바는 전혀 없습니다. 아무리 이재명 대표라고 하더라도 그건 이재명 대표가 자기 개인 차원에서 얘기를 한거지, 당 차원에서 그걸 얘기를 한 건 아니죠.]

이런 생각, 일부였나 봅니다.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 동의 없는 명단 공개조차 동조하고 나선 겁니다.

[유정주/더불어민주당 의원 : 정부 당국이 은폐와 왜곡을 일삼는 동안 참사 희생자들은 그저 숫자에 불과했습니다. 존엄한 한 분 한 분은 지금껏 다만 추상적 존재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강요된 가짜 추모만 있었을 뿐입니다.]

[민병덕/더불어민주당 의원 : 그래서 윤석열 무정부의 추모는 무효입니다. 어제 저녁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추모 미사에서야 비로소 그 넋들의 이름이 하나하나 호명되었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희생자를 제대로 추모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온오프라인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했던 소중한 마음들, 모두 가짜 추모였다는 건 아니겠죠? 이번 명단 공개, 자칫 소모적 정쟁의 인화물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는데요.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이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국민의힘은 이미 반격의 명분을 쥐었다는 분위기입니다.

[주호영/국민의힘 원내대표 : 이러한 패륜의 1차적인 목적은 온갖 범죄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대표를 지키는 것입니다. 최후의 목적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 또 국민들의 뜻에 따라서 당선된 윤석열 대통령을 선동과 혹민 정치로 퇴진시키는 것입니다.]

국민의힘도 민주당도 정치적 주판알 튕기기에만 바쁠 뿐, 정작 희생자 유가족들은 안중에도 없는 듯싶은데요. 오늘(15일)의 정치 인사이드, 정의당 이은주 원내대표의 말로 정리합니다.

[이은주/정의당 원내대표 : 희생자 유족에 대한 정부 지원을 두고도 희생자에 대한 혐오와 조롱이 오가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명단 공개는 2차 가해를 조장할 우려가 매우 큽니다. 희생자 유족뿐 아니라 비통함에 빠진 시민들에게도 상처를 남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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