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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출동] 종량제 무색케 하는 쓰레기 거래 '따방'

입력 2013-12-30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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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995년 쓰레기 종량제가 시행된 이후 이제 내년이면 20년이 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곳곳에서는 종량제 봉투에 담겨 있지 않은 쓰레기들이 버려지고, 또 불법으로 수거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청소업체가 정해진 시간이 아닌 새벽 시간에 e뒷돈을 받고 이런 불법쓰레기들을 치워주는 건데요, 미화원들의 저임금 문제와도 맞물려있습니다.

임진택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기자]

오전 5시, 서울의 한 청소용역업체, 쓰레기 수거차 한 대가 시동을 걸더니 어디론가 이동합니다.

금세 사라진 수거차, 2시간 뒤 생활폐기물을 산더미처럼 싣고 나타납니다.

다음 날도 같은 시간에 똑같은 일이 반복됩니다.

일몰 후 저녁 시간에 하도록 정해진 일을 굳이 새벽에 하는 미화원들.

[구청관계자 : 일몰 후에 수거를 하죠. 생활 쓰레기를 그렇게 치운다고요? 그건 제가 잘 모르는데. 그런 경우가 있어요?]

일명 '따방', 종량제 봉투를 쓰지 않은 생활 폐기물을 치워주는 행위.

미화원들은 이런 식의 불법 쓰레기 수거를 그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김인수/민주연합노동조합 정책국장 : 종량제 하기 전에는 직접 업체가 돈을 수거했잖아요. 그 전에는 '따방' 이라는 개념이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죠. (완전히 구조적인 문제네요?) 네. 구조적인 문제….]

물론 대가도 있었습니다.

[전직 미화원 : 서로 편하니까. 돈 2만~3만원 주고 섞어서 걷어 주고.]

청소업체에선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청소업체 직원 : 종량제 봉투인가 아닌가 한 번 보시라고. 이리로 오셔 봐.]

정말 그럴까?

은밀한 불법 수거의 현장을 직접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빌딩 전체가 음식점인 한 대형 업소, 보관함에는 불법 봉투가 한 가득 들어 있습니다.

잠시 뒤, 대형 수거차량이 나타나더니 봉투들을 싣기 시작합니다.

[청소업체 미화원 : (이제 뭐예요?) 일반 종량 쓰레기. (근데 이게 종량제 봉투가 아니잖아요?) 서비스 차원으로 실어 드리는 거예요. 종량제 봉투 싣잖아요. 그러다 자잘한 것 있으면 몇 개 있는 것 실어 드리는… (근데 이 음식점은 종량제 하나도 안 쓰고. 제가 다 봤거든요.) ….]

당황한 듯한 미화원.

한사코 돈을 받고 하는 건 아니라고 얘기합니다.

[청소업체 미화원 : 저희들이 대가성 받고 그런 것은 없어요. 서비스 차원으로…]

종업원들도 둘러대는 듯한 얘기만 합니다.

[음식업소 종업원 : 그거 해서 다 담는데요. (그런데 이건 아니잖아요?) 이쪽에 해 놓으면 담는 사람이 있어요. (누가 담죠?) 그건 모르죠.]

지점장에게 직접 물었습니다.

[음식업소 지점장 : 저희는 주황색 비닐 봉지에 버리는데. (그건 종량제 봉투가 아닌 건 아시죠?) 네. 청소부 아저씨가 별 얘기가 없어서… (여긴 얼마 주셨나요?) 10만 원. (종량제 봉투라면 30만 원 나갈 돈인데 10만 원만 주는 거잖아요?) 네. (계좌로 주나요?) 아뇨. 오셔서 받아요. (한 달에 한 번?) 네.]

서울 도심의 채소 도매점 앞 인도.

생활쓰레기가 불법 봉투에 담긴 채 전봇대 옆에 쌓여 있습니다.

잠시 뒤 종량제 봉투 수거 차량이 나타나고, 화원은 신속하게 이 불법쓰레기들을 차량에 싣습니다.

하루에 무려 여덟 봉지.

만약 100리터 한 봉지에 2000원씩 하는 종량제 봉투를 썼다면 1만 6천 원 돈입니다.

한 달이면 30~40만 원.

하지만 업소는 그에 1/3도 안 되는 돈을 미화원에게 쥐어 주고 쓰레기를 처리해 왔습니다.

서울 도심에선 정체 불명의 대형 비닐 봉투에 담긴 쓰레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생활쓰레기 중간 매집장, 여기저기 불법 쓰레기 봉투가 보입니다.

[미화원 : 이렇게 안 적힌것 까만 봉투 이런 것… (파란 것 이런 것이요? 그쪽 것은 뭐예요?) 내놓는데 지저분하니까 가져와요. 그런 것은 쓰면 안 되는 거지. 종량제 봉투를 써야지.]

왜 이런 일이 만연한 걸까.

미화원들은 터무니없이 적은 급여가 문제라고 말합니다.

[미화원 : (이게 월급 명세서인가요?) 예. 올해 11월. 기본급이 75만 원이고 직무수당이 35만 원이고… 거의 우리 밥 사먹기도 힘들어요. 굶은 적이 많아요. 그러니까 만날 마이너스. 빚을 안 질 수가 없어요.]

[유기원/서울연구원 연구위원 : 음식점은 규격 봉투 안 사도 되고 미화원은 자기 봉급 이외에 돈을 챙길 수 있고. 둘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죠.]

정부에선 근본적으로 미화원의 저임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환경부 관계자 : 법에 원가 계산을 해서 실비 수준으로 임금을 (보전)하라고 돼 있거든요. 서울시에서 그걸 어기고 하다보니까….]

서울시는 1995년 종량제가 처음 시행될 때부터 봉투의 수거를 용역업체에 맡겨 왔습니다.

117개 업체에서 3000여 명의 미화원이 일하고 있는데, 다른 지자체보다 급여가 낮습니다.

[서울시 관계자 : 서울시 고문변호사에게 법률자문을 받았습니다. 물론 지방재정법상 하자는 있지만 그렇게 중요한 하자는 아니라고….]

해법은 없을까.

일부에선 10년째 그대로인 종량제 봉투값을 올려 임금을 보전해야 한다는 해법을 내놓습니다.

[유기영/서울연구원 연구위원 : 지역별 차이도 있지만 어찌됐든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서울은 지금 너무 낮아요. 그러니까 미화원들 인건비로 반영되고….]

보수가 현실화하면 따방이 줄어들 수 있고 그 만큼 쓰레기 수거비 누수를 막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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