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올해 마지막 날에도 보신각 제야의 종 행사에서 특별한 시민들이 종을 울립니다. 서현역 흉기난동 현장에서 시민들을 돌본 고등학생부터, 쓰러진 어르신을 구한 안경사까지.
이들이 담아낼 메시지를, 신진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상가 입구에서 주저앉은 노인은 더 걷지 못하고 벽에 기대 앉습니다.
[반태훈(지난 6월) : 심장이 막 쿵쾅거리고 머리가 팽팽 도는 거예요.]
맞은편 안경점에서 여성이 나와 살펴 봅니다.
안경사 김민영 씨입니다.
일어나지 못하는 이 노인, 병원엔 못 간다고 했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김민영/안경사 (지난 6월) : 119를 불러드린다고 말씀했더니 거절하시더라고요. 자기가 기초생활수급자라고…]
무심히 시간은 가고 다시 가게로 들어간 김 씨는 20만 원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김민영/안경사 : 내가 그분이라면…. 생명이잖아요. 그 순간 입장을 바꿔놓으면 답이 나와요. ]
[반태훈(지난 6월) : 자꾸 눈물이 나는 거야. 이렇게 각박한 세상에…]
비명 지르며 뛰는 사람들 속에 17살 윤도일 군이 있었습니다.
지난 8월 분당 서현역 칼부림 사건 현장입니다.
무서웠지만 윤 군은 도망치지 않았습니다.
칼에 맞은 시민 상처를 손으로 누르며 지켰습니다.
[윤도일 (지난 8월) / 서현역 흉기난동 목격자 : 제가 있는 근처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 하더라도 저는 저번과 똑같이 그렇게 대응을 할 것 같습니다.]
아직 세상이 살만하다는 걸 알려준 이 시민 영웅들, 올해 마지막 날 서울 종로 보신각 '제야의 종' 타종 행사에 초대됐습니다.
최고령 수능 응시자 김정자 할머니, 24시간 응급환자를 돌보다 출근길 교통사고로 숨진 서울아산병원 주석중 교수 아내 등 시민 12명도 함께 합니다.
평범하고도 특별한 시민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고 어렵습니다.
[김민영/안경사 : 사회가 각박하게 돌아가고 있잖아요. 힘든 상황에서는 손을 맞잡으면 다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생길 것 같아요.]
그래도 손을 맞잡아야 합니다.
[운영 콘텐트서비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