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교수와 학생이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평어로 대화하는 수업이 있습니다. 언어가 가로막는 동등과 존중의 가치를 실험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요.
어떤 모습일까요? 정수아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메신저) 톡방 만들고 있어.]
교수님이란 호칭이 없는 대학 강의실, 여기선 서로 이름을 부르고 반말을 씁니다.
[{차이가 있어?} 아니, 똑같은 것 같아. 같은 건데 순서대로 1, 2, 3, 4 만들어진 순서이거든.]
서른 살의 차이도 뛰어넘는 반말이 어색한 듯하지만 재밌기도 합니다.
[김선민/경희대 학생 : 출석 부르실 때도 '네'가 아니라 '어' '응'으로 대답해야 했고. 막상 써보니까 좀 재밌기도 하고 색다르게 느껴져서…]
강의 시간엔 물론이고 메일에서도 주고받는 이곳의 반말은 위아래가 구분돼있는 반말과는 다릅니다.
[김진해/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 존댓말은 2층짜리 집 같은 느낌이 드는데, 평어는 2층집을 1층집으로 바꾸는, 그 속에서 서로 자유롭게 의견을 얘기하고…]
누군가를 높이지도 낮추지도 않는 평어 수업은 타 대학에서도 찾아오고 유학생에게도 인기입니다.
[송이전/중국 유학생 : '합니다' '습니다' 그런 게 되게 헷갈렸고 그런데 한국에 5년 있다 보니까 존댓말이 편해진 것 같아요. 지금은 (평어가) 많이 익숙해졌어요.]
처음 평어를 쓰기 시작한 철학자는 평어가 더 널리 쓰일 세상을 꿈꾸는 책을 내놨습니다.
[이성민/책 '말 놓을 용기' 저자 : 평어를 성인들의 우정의 언어라고… 자기 앞에 있는 사람한테 호기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언어 속 위계를 허무는 이들의 실험은 동등과 존중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김진해/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 약속이나 규칙을 조금만 바꾸기만 한다면 다른 문화나 다른 어떤 태도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VJ 이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