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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치워도 끝이 없어"…도로 빗물받이 청소 가보니

입력 2023-06-23 07:00 수정 2023-06-26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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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자루가 들어가지 않는 좁은 빗물받이는 작업자가 손으로 쓰레기를 꺼내야 한다. 〈사진=이지현 기자〉

빗자루가 들어가지 않는 좁은 빗물받이는 작업자가 손으로 쓰레기를 꺼내야 한다. 〈사진=이지현 기자〉

"어떤 곳은 청소 다 해놓아도 이틀 뒤에 가보면 또 똑같아요. 담배꽁초가 잔뜩 쌓여있어요." (빗물받이 청소 작업반장 노 모 씨·60)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사거리 뒤쪽 먹자골목의 한 빗물받이에 담배꽁초가 버려져있는 모습. 〈사진=이지현 기자〉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사거리 뒤쪽 먹자골목의 한 빗물받이에 담배꽁초가 버려져있는 모습. 〈사진=이지현 기자〉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사거리 뒤쪽 먹자골목.

식당과 술집이 모여있는 이곳에 1톤짜리 트럭이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며 빗물받이 청소를 하고 있습니다.

장마철을 앞두고 배수로가 막히지 않도록 빗물받이에 쌓인 쓰레기들을 청소하는 겁니다.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빗물받이에 버려지는지 청소 작업을 따라 다녀봤습니다.
 

"음식물, 대변 버리는 사람도 있어…악취에 고통"


작업자들은 군데군데 설치된 빗물받이 뚜껑을 하나씩 들어낸 뒤 삽과 빗자루로 안에 쌓인 쓰레기들을 치우고 있었습니다.
 
빗물받이 안 담배꽁초와 흙더미는 사람이 일일이 빗자루와 삽으로 퍼내야 한다. 〈영상=이지현 기자〉

빗물받이 안 담배꽁초와 흙더미는 사람이 일일이 빗자루와 삽으로 퍼내야 한다. 〈영상=이지현 기자〉


빗자루가 닿지 않는 곳은 사람이 허리를 숙여 손으로 쓰레기들을 빼내야 합니다.
 
빗자루가 들어가지 않는 좁은 빗물받이는 작업자가 손으로 쓰레기를 꺼내야 한다. 〈사진=이지현 기자〉

빗자루가 들어가지 않는 좁은 빗물받이는 작업자가 손으로 쓰레기를 꺼내야 한다. 〈사진=이지현 기자〉

대부분 흙이나 담배꽁초 같은 쓰레기들이지만 어떤 곳은 음식물 쓰레기가 버려져 있기도 합니다.

노 씨는 "어떤 식당 앞 빗물받이에는 항상 음식물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면서 "거길 치우고 나면 악취 나는 쓰레기를 온종일 트럭에 싣고 다녀야 한다"고 고충을 털어놨습니다.

작업자 서모 씨(67)는 "음식물 쓰레기나 기름이 묻어있을 때가 가장 치우기 힘들다"면서 "지난번엔 누가 대변을 잔뜩 버려놓기도 했다"고 했습니다. 서 씨는 "그런 걸 치우고 나면 하루 종일 악취가 몸에 배 지하철 타기도 민망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작업반은 아침부터 8시간 가까이 대치역 일대 빗물받이를 청소했습니다. 전날 내린 비에 일부 쓰레기가 쓸려 내려가 평소보다 적은 양이라고 합니다.
 
22일 빗물받이 청소 업체가 8시간 동안 대치역 일대를 청소한 쓰레기 양이다. 〈사진=강남구청〉

22일 빗물받이 청소 업체가 8시간 동안 대치역 일대를 청소한 쓰레기 양이다. 〈사진=강남구청〉

노 씨는 "평소에는 트럭 뒤쪽이 꽉 찰 만큼 쓰레기가 나오기도 한다"면서 "장마를 앞두고 자주 청소를 하는데도 며칠만 지나면 똑같이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고 말했습니다.
 

빗물받이 안 쓰레기, 침수 속도 3배 높여


빗물받이는 빗물이 하수구로 흘러나가도록 하는 통로입니다. 빗물받이가 쓰레기나 흙으로 막혀 있으면 폭우가 내릴 때 침수 위험이 커집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 따르면 담배꽁초나 비닐 같은 쓰레기가 빗물받이를 막을 경우 역류 현상이 나타나 침수가 3배 가까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악취 때문에 일부 가게들이 빗물받이 위를 덮개로 막아놓는데, 빗물받이가 3분의 2 정도 가려진 상황이면 침수 피해 면적이 최대 3배가량 넓어집니다.
 
22일 서울 강남역 인근 식당 앞 빗물받이가 덮개에 덮여있는 모습. 〈사진=이지현 기자〉

22일 서울 강남역 인근 식당 앞 빗물받이가 덮개에 덮여있는 모습. 〈사진=이지현 기자〉


장마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각 지자체가 빗물받이 관리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특히 올해는 슈퍼 엘니뇨의 영향으로 역대급 폭우가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해와 같은 침수 피해를 막으려면 미리미리 대처해야 합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빗물받이에 두껍게 쌓인 흙을 기계로 빨아들이는 준설작업은 이미 마쳤다”며 “그 외에 버려지는 쓰레기나 담배꽁초들은 작업자들이 매일 구역을 돌아가며 청소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강남역이나 대치역처럼 침수 피해가 우려되는 곳은 매주 청소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시도 나섰습니다. 올해부터 빗물받이 전담 관리자 120명을 뽑아 지자체에 인력을 투입했습니다. 또 지역 통반장과 자율방재단, 환경공무관 등을 통해 빗물받이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 내 55만 7000개가 넘는 빗물받이를 모두 관리하기엔 역부족입니다.
 

쓰레기통 있어도 여전히 빗물받이에…“인식개선 필요”


결국 중요한 건 빗물받이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겁니다.

이날 취재진이 대치동 일대를 돌아본 결과 흡연자들이 자주 흡연하는 곳에는 담배꽁초 수거함과 쓰레기통이 놓여 있었습니다.
 
흡연자들이 많은 곳에 담배꽁초 수거함과 쓰레기통이 놓여 있지만 근처 빗물받이에는 여전히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다. 〈사진=이지현 기자〉

흡연자들이 많은 곳에 담배꽁초 수거함과 쓰레기통이 놓여 있지만 근처 빗물받이에는 여전히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다. 〈사진=이지현 기자〉


그런데도 바로 옆 빗물받이에는 적지 않은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었습니다.

무심결에 빗물받이에 버려지는 쓰레기를 막기 위해 서울시는 '옐로박스'를 시범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빗물받이 뚜껑에 노란색 빗금을 칠해 쓰레기를 버리지 않도록 유도한다는 겁니다.

강남·서초·관악구 등에 각각 100개씩 시범 설치할 예정입니다.
 
강남·서초·관악에 시범 설치될 옐로박스. 빗물받이 뚜껑에 노란색 빗금을 칠했다. 〈사진=강남구청〉

강남·서초·관악에 시범 설치될 옐로박스. 빗물받이 뚜껑에 노란색 빗금을 칠했다. 〈사진=강남구청〉


서울시 관계자는 “쓰레기 버리는 사람들을 매번 적발할 수 없으니 인식 개선 차원에서 옐로박스를 설치하는 것”이라며 “7월 초까지는 설치가 완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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